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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일스팟 Aug 31. 2023

당근마켓 리브랜딩의 진짜 의미

당근은 왜 마켓을 없앴을까

당근마켓이 리브랜딩을 했습니다. 로고의 변화, 새로운 광고 캠페인의 공개도 눈에 띄지만 역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브랜드 네이밍의 변화입니다. 기존 '당근마켓'이었던 브랜드 이름을 '당근'으로 변경했죠. 겨우 마켓 단어 하나가 빠진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어보신다면, 이 부분이 바로 당근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숙제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당근마켓이 아니라 당근입니다




당근은 원래 판교 지역에서 중고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의 이름은 판교장터. 기존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는 전국을 타겟으로 택배 거래가 일반적이었지만, 그 당시 당근은 '내 근처의 믿을만한 사람과의 거래'를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로컬 서비스로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죠.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찾아오면서 당근도 수익성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코로나 이전 활발하게 스타트업에 투자가 이루어지던 시기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일단 투자를 최대한 많이 받아서 시장을 장악한 후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이었구요. 하지만 이런 방식의 소위 '쿠팡식 사업 확장'은 경제 침체와 함께 더이상 힘을 발휘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회생 직전까지 몰렸다가 임직원 90%를 해고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탈잉입니다.


당근도 이런 수익성 검증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당근의 최초 사업 아이템인 중고거래는 근본적으로 플랫폼의 입장에서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당근은 단순히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창구 역할만 하고, 실제 거래 자체는 유저 사이에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당근은 거래 중개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도 아닙니다.




2023년 현 시점 당근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내고 있는 서비스는 광고가 유일합니다. 사실은 광고 매출도 신통치 않습니다. 2022년까지 당근의 유저 수와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적자폭 또한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2021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새롭게 출시한 당근페이 또한 적자에 한몫을 더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당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이 외형적인 성장만 해 왔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런 상황에서 당근마켓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당근'으로 리브랜딩을 한 것은 중고거래 외에 로컬 기반의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다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비추어집니다. 실제로 당근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신사업을 시도해 오기는 했습니다. 광고 수익 이외에 구인구직 플랫폼으로서의 기능도 추가했고, 최근에는 '푸바오 알바' 광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개인적으로 마케터로서 참 부러운 서비스입니다).


아마 당근은 앞으로 계속해서 어떻게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당근이 공개한 브랜드 필름을 보면 이런 움직임을 어느정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필름 속에서는 당근의 마스코트 '당근이'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의 생활을 보여주는데요. 영상을 보고 대충 앞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만한 서비스만 해도 아래 이미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역 배달, 심부름, 동호회, 로컬 공간 및 취향 큐레이션 등이 보이네요(100% 뇌피셜입니다).




당근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언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할지, 아니면 '언젠가 유행했던 한 서비스'로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더이상 성장 잠재력은 만능 치트키가 아니니까요. 마냥 장밋빛 미래만 그리기에는 아직 당근의 비즈니스가 불명확할뿐더러, 벌써 비슷한 시도를 하다가 무너진 스타트업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아주 솔직한 말로는, 지금 사람들이 '힙하다'고 말하고 있는 스타트업 중 당장 위험해 보이는 기업들만 해도 한둘이 아닙니다). 결국에는 당근이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리브랜딩은 당근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갈림길일지도 모릅니다.

브랜드 필름의 카피처럼, 당근은 결국 '함께 살아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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