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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람 Oct 07. 2021

한양도성과 사람들, 성곽사협 사무국장님을 만나다.

'한양도성은 우리에게 삶 그 자체입니다'

한양도성이 지금까지 사람들 곁에 살아 움직이는 문화재가 된 것은 바로 성곽마을에 사는 주민분들 덕분이다. 한양도성 성곽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한양도성의 오랜 친구가 되어 온 성곽마을 주민분들께 한양도성은 삶 그 자체이다. 18.6km에 달하는 한양도성은 종로구, 중구, 성북구를 지나 길게 뻗어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성곽마을과 주민분들이 있을 만나볼 수 있다. 성곽마을은 한양도성과 관련된 다양한 동아리 및 자치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이 가진 남다른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6년동안 한번도 쉬지않고 꾸준히 이어온 마을 교류활동을 통해 성곽마을은 하나의 아름다운 조각보가 되었다. 설국도성은 성곽마을의 이야기를 더욱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성곽마을 주민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의 여행자 센터를 찾아가게 되었다.



Q1. 한양도성 성곽마을 주민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성곽사협)이 생겨나게 된 배경과, 현재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또한 한설 사무국장님의 역할은 무엇이신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이 매우 길죠.. (웃음)  처음 시작은 9개 권역 22개의 마을에 가서 모임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월 각 성곽마을에 모여서 대표님들이 각 마을과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를 소개하고, 서로의 활동을 응원도 하였습니다. 2014년부터 시작을 한 저희의 모임이 5년의 시간이 지났고, 어느덧 60회를 넘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그동안 이 활동을 관심있게 보았는데, 앞으로는 저희의 활동이 더욱 자생력을 가지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지속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중 단체라고 하기에는 성북구, 중구, 종로구 3개의 자치구에 걸친 성곽 마을은 너무나도 큰 존재입니다. 기존의 주민 네트워크 회의를 그대로 이어가되 누구도 주인이 아니지만, 전체가 주최가 되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하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함께할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저희 성곽사협은 2019년도에 회의를 거쳐 2020년 발족 되었고, 이제 막 1년이 되었습니다. 마을 대표님10분이 이사님으로, 또한 모두 동등한 위치를 가진 일반 조합원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상,하반기 비전워크숍을 가져 각 마을의 장점과 단점을 서로 공유하고, 주민들과 대표님들이 함께 모여 우리의 일을 같이 이야기 해보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양도성, 성곽마을, 모임주체가 되는 주민네트워크 그 어느 하나도 저희의 정체성에서 빠질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2. 성곽마을 박물관과 성곽마을 여행자 카페, 이 두 공간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마을 주민분들에게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공간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스페인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알베르게라는 여행자 쉼터가 있습니다.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이 힘들면 쉬고, 시간이 늦어지면 숙박을 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이곳 성곽마을 여행자카페는 바로 그런 알베르게의 특성을 매우 닮았습니다. 성곽길을 걷다가 떨어진 물을 채우고, 무거운 짐은 잠시 내려놓고, 핸드폰을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양도성은 문화재이기 때문에 간이 화장실이어도 설치할 수가 없어 불편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여름에 더우면 이곳에 들어와서 더위를 식히고, 겨울에 추우면 잠시 몸을 녹이고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입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한양도성 지도와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한양도성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과 연계 된 성곽마을에 대해서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성곽사협의 건물들은 모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건물이고 충분히 공공성을 발현해야하는 장소입니다. 즉, 모든 분들께 열려 있는 곳입니다.


또 다른 성곽마을 박물관은 원래 한양도성을 주제로 한 박물관은 있지만, 마을 주민분들과 마을을 주제로 한 박물관은 없었습니다. 성곽마을 박물관의 첫 시작은 장수마을 박물관이었으며, 이를 이어받아 지금의 성곽사협 성곽마을 박물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갤러리와 아카이빙실이 있는, 성곽마을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모으고 자료화시켜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매년 열리는 주민한마당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도 시청할 수 있죠. 옥상에는 조그마한 뮤지엄샵이 있는데요, 각 마을 공동체에서 여러 활동을 해서 나온 결과물들을 모아서 판매를 하는 곳입니다. 할머니들이 손수 만드시 것부터 예비사회적기업을 만들어서 특허를 낸 상품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있는 가게입니다. 갤러리에서는 한양도성과 함께 하는 마을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양도성 시민순성관미들이 직접 찍으신 사진들을 전시한 것부터 시작하여 현재는 각 성곽마을 한번씩 돌아가며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혜화/명륜 마을은 서양화전시를, 충신성곽마을은 마을의 사진동아리에서 자신의 마을 곳곳을 찍은 사진에 캘리그라피를 하여 만든 작품을 전시하였습니다. 다음 전시는 성곽마을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장수마을의 기록 사진전을 성북문화원과 협심하여 진행 할 예정입니다.


Q3. 자세한 소개를 듣고 나니 성곽마을의 모태인 장수마을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한양도성은 산 능선들에 걸쳐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 산 능선까지 올라가서 집을 짓고 사셨던 분들은 생활환경이 조금은 힘드신 분들이셨습니다. 시간이 지나 서울에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다른 지역들이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장수마을은 다른 마을처럼 집을 다시 지을 수도, 높은 건물을 올릴 수도 없었죠. 지리적으로 집 바로 뒤쪽에 한양도성이 위치하고 있어, 함부로 수리도 하지 못하여 상대적으로 빈곤한 상황이 유지되었습니다. 이에 외부에서는 장수마을을 재개발을 하겠다고 하였지만, 주민분들은 반대하였습니다. 대신 주민분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고, 힘을 합쳐 장수마을의 모든 것을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무너지는 담벼락, 보일러 공사등 모든 것을 주민들이 스스로 고치고, 장수마을을 그대로 유지해 나간 것이죠.  


장수마을은 도시재생의 시작이고, 성곽마을이 시작된 곳이랍니다.

Q4. 여행자센터를 운영하시면서 성곽길 순성과 마을 탐방 뿐만 아니라 전각 만들기, 스케치 수업 등 다양한 활동들이 여행 코스에 짜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행 코스에 이러한 활동들을 포함하시게 된 이유와 그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성곽을 개축 할 당시에 성곽을 세운 담당자와 지역 명, 인원수가 적혀있는 각자 성석을 보고 직접 본인의 이야기를 새기는 전각 만들어보는 활동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스케치가 유행하였을 때는 한양도성을 돌며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그려보는 여행스케치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도 했죠. 저희는 이런 연계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강사분을 섭외할 때 한양도성 관계자나 주변인의 섭외를 오히려 기피합니다. 대신 도성도, 성곽마을도 처음 들어보는 강사분들을 모셔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처음 탐방을 오시는 일반인들과 공감대가 형성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성곽사협의 탐방 프로그램은 성북 자치 소식지에 올라갑니다. 지금은 주말에 낙산구간만 탐방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매번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자주 오시는 분들은 올 때마다 한양도성의 새로운 느낌을 발견한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합니다. 저희는 방문객들의 말씀을 참고하여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Q5. 이곳은 한양도성 전체 구간의 주민네트워크를 총괄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각 마을 간의 상호작용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잘 아실 것 같은데요, 마을 교류 행사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 교류의 시너지 효과를 체감하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마을 간의 교류는 성곽사협이 생기기 전부터 각 마을의 대표님들과 주민분들이 함께 모이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제 이사님들도 연세가 있으시지만, 매월 한달에 한번씩 있는 회의를 비가오나 눈이오나 빠지시지 않고 참석해 주십니다. 대표님들이 문화와 함께하는 공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계셔서 저희 성곽사협의 일에 굉장히 열심히 참여해주시고 계십니다.


한양도성 성곽마을은 각 마을마다 뚜렷한 정체성과 개성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무국에서는 이 마을들을 전체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별적인 마을들의 독립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지원할 지를 고민하는 방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5년간의 역사성을 지닌 성곽마을의 주민 네트워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각 마을의 특성과 개성을 더욱 살리기 위해 어떠한 지원을 할 것인지가 바로 성곽사협 저희 사무국의 역할입니다.


Q6. 각 마을 사람들이 다른 마을을 함께 다녀보는 축제인 ‘성곽마을 주민한마당'이 대표적인 마을 교류 행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행사가 생겨나게 된 배경과 이와 관련된 인상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곽마을 주민한마당은 2017년 제 1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성곽 마을 주민들의 축제입니다. 사실, 이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도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오시며 마을 끼리의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성곽마을이 함께 모여 축제를 하자는 제안을 하였고, 이미 사이가 좋았던 마을들은 이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인 것이죠. 다만 축제는 기존의 모임들처럼 만나서 이야기하고 다과를 즐기는 것보다 더 체계적인 활동들이 있어야 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저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자를 섭외하고, 각 마을의 특색이 있는 동아리들의 활동도 선보이며 축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1회 성곽마을 주민한마당에서는 우리 성곽마을 사람들의 모임이 어떻게 형성 되었는지 소개하고, 그간의 활동들과 정체성을 한번 다져보자는 취지의 ‘성곽마을 주민선언’을 하기도 했죠.


사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행사를 만들어가는 것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일이 일사천리로 잘 진행이 되었죠. 그러나 장소를 정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던 것 같네요. 성곽마을 주민들이 다같이 모이는 것이니 의미있는 장소에서 하면 좋을 것 같았고, 한양도성 박물관 앞 흥인지문 공원 광장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장소는 동대문 디자인센터의 부지였기 때문에 부탁을 드렸었는데, 처음에 허락을 해주지 않아서 곤욕을 겪었죠. 결국 한양도성도감과부터 시작해서 서울시 여러 고위직까지 연결해 허락을 받아냈는데, 그 과정이 새롭고 힘들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Q7. 성곽마을 여행자 센터에 주로 방문하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이용자 층에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곳을 지나가시는 분들은 주로 한양도성을 트랙킹 하시는 분들이고요, 유치원생들 혹은 외국인분들도 많이 지나가고 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지나가는 유동인구 모니터링을 했던 결과에 따르면, 날씨가 좋은 4월 봄 평일에는 400명~500명 정도 이 여행자센터 앞을 지나가십니다. 휴일에는 거의 1,000명에 임박합니다. 주민분들뿐만 아니라 관광차원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사실, 이장소를 궁금해서 기웃거리기만하고 막상 들어오는 걸 망설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는 이 여행자센터를 알리고, 또한 공공성을 지닌 공간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분들이 오셔서 마을도 쓸고, 조금씩 마을의 총장님과 주민분들도 이곳에 앉아서 수다도 떨고, 점점 마을 사람들에게 편안한 공간이 되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분들도, 한양도성을 산책하시는 관광객분들도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고, 이 곳에서 한양도성과 성곽 마을에 대해 간단한 설명도 들을 수 있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지도와 책자도 나눠 드리며, 한양도성에 대해 좀 더 알아가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드리죠. 외국인분들이 오실 때는 이화동 마을의 주민분이 영어 해설사로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주셔서 한양도성에 대해 설명드리기도 합니다

 

Q8. 한설 사무국장님께 한양도성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한양도성을 성으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집이 부암동인 저에게 한양도성은 늘 있는 것이고, 예쁜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찍는 장소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양도성을 일로서 접한 후에는 여러 공부들을 하게 되고, 한양도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한양도성이 없으면 성곽마을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도성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한양도성은 내사산을 거쳐서 가는 하나의 고리입니다. 한양도성을 둘러싼 산과 자연 생태를 관심있게 보고있고, 산이 함께하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성곽마을 주민분들에게 한양도성은 문화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민분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는 곳이며, 그 분들의 삶 자체가 한양도성과 함께하기 때문에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한양도성은 우리에게 삶 그 자체인 것입니다.

한설 사무국장님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한양도성과 성곽마을을 향한 국장님의 진심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양도성이 존재하기에 성곽마을이 있을 수 있고, 성곽마을이 있기에 지금의 한양도성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인터뷰를 통해 성곽마을과 한양도성의 끈끈한 관계도 느낄 수 있었다. 문화재는 결국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삶과 생활 방식이 담겨 있기에 가치가 있다는 본질적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한양도성에서 힐링을 하며, 여행자센터에 한번 들려보는 것은 어떨까? 짐이 무거울 때, 물 한잔 마시고 싶을 때, 잠시 쉬었다가 가고 싶을 때 마주한 이 특별한 쉼터는 당신의 한양도성 나들이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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