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박 Mar 02. 2019

누룩을 띄우면 왜 뜨끈해질까?

곰팡이 이야기 8

누룩의 뜨끈한 품온이 손바닥에 전달되면 묘한 기분이 든다.
7년전 새벽 분만실에서 아기를 두손으로 받았던 날 내 손에 전달된 아들의 체온과도 같은 느낌......, 그건 생명을 느끼는 순간이다(송충성님의 글에서)


누룩을 띄우면 왜 뜨끈해질까?


과학적으로 쓸려고 노력하나 참고 문헌 증빙도 없이 적는, 말 그대로 알고 나면 쓸 때 없는 신변잡기이니 그저 심심풀이로 읽어 주기를


 이글거리는 태양, 하지만 지구 생명체의 밥줄


 연일 이상 폭염으로 태양이 원망의 대상이다. 비록 지나친 햇볕으로 수일 간 부정적 이미지를 주고 있지만 실상 이 태양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의 에너지 근원이자 밥줄이다.


지구상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를 쓸만한 형태의 에너지로 저축하는 것은 식물이다. 식물은 광합성이라는 기작으로 태양 에너지를 축적하는데 다음과 같은 화학식으로 표시된다.


 <광합성>

6H2O (물)  + 6CO2 (이산화탄소)  → C6H12O6 (포도당) + 6O2 (산소) 


식물은 대단히 훌륭한 존재다. 토양 속에서 흔하디 흔한 물과, 사람들에게 별로 인식도 좋지 않은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달다란 포도당(글루코오스)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인간에게 좋은 이미지로 알려진 산소까지 만들어 내니 식물은 그야말로 산소 같은 존재다.


그런데 이 광합성 등식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식물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포도당을 만드는데 이 때에 많은 태양에너지가 포도당에 저축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봐라! 물과 이산화탄소와 같은 간단한 원재료로 포도당과 같은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려면 이들을 꼭 잡아 줄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치 않겠는가? 그러면 위의 등식을 아래와 같이 적을 수 있다.


6H2O + 6CO2 + 태양에너지  → C6H12O6-태양에너지 + 6O2 


즉 포도당에는 태양에너지가 저축되어 있고 포도당은 태양에너지가 충전된 배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도당,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배터리


 예를 들어 볼까.
오늘 저녁에 밥을 먹었다(막걸리도 한잔 했지만 ^-^)
입속에 들어간 밥은 이빨사이에서 작은 입자로 부서지고 침속에 있는 아밀라아제에 의하여 전분이 포도당으로 바뀐다(이를 소화라고 한다). 

식도로, 위로 가면서 추가로 밥의 전분이 포도당으로 바뀐다. 길디 긴 소장에는 혈관들이 노출되어 있는데 밥에서 분해된 포도당은 자연스럽게 혈관으로 흡수된다. 혈관이라는 고속도로에 탑승한 포도당은 에너지가 필요한 곳으로 이동한다.


지금처럼 글을 쓸려면 자판을 두드려야 하니까 손가락 운동이 필요하다. 소장에서 혈관 고속도로를 탄 포도당은 심장으로 갔다가 에너지가 필요한 손가락 세포로 간다. 여기서 포도당은 산소를 만나 아까의 광합성반응과는 반대인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뀌는데 이 때에 포도당의 배터리에 보관된 태양에너지가 방출된다(이 과정을 호흡, 더 정확하게는 해당과정이라고 한다.) 


<호흡>

C6H12O6-태양에너지 + 6O2   →  6H2O + 6CO2 + 태양에너지 


분리된 태양 에너지는 손가락의 근육세포들을 당기고 밀고 하면서 내가 자판을 두드리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한톨의 밀알을 생산하기 위하여


 본론으로 들어가서 누룩의 재료가 되는 밀 이야기부터. 땅 속에 뿌려진 밀알은 밀알 속의 녹말(전분)을 젖으로 먹으면서 싹을 튀우고 자란다(그림 1). 이어 흙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태양을 만난다. 이제까지 젖을 먹던 밀은 광합성으로 스스로 포도당을 만드는 성인이 된다.

<밀알의 단면, 네이버 지식 인용> 


3, 4월의 따사로운 봄햇살을 받은 밀은 많은 포도당을 만든다. 이어 밀은 포도당 분자 하나하나를 실에 꿰어 셀룰로오스를 만든다. 셀룰로오스는 밀의 줄기가 되고 잎이 되며 잎의 엽록체는 태양에너지를 활용하여 포도당을 합성하는 공장이 된다. 계절의 여왕인 5월이 되면 밀은 이제 덩치도 클 만큼 크고 에너지도 많이 축적하였다.

 

모든 생물은 자신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후손을 생각한다. 밀 역시 5월이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 동안 자신을 위하여 포도당으로 셀룰로오스를 만들던 밀은 이제 자식들이 먹을 수 있도록 포도당을 전분으로 만들어 밀알에 저축하기 시작한다.


셀룰로오스와 전분은 모두 포도당을 구슬로 하여 꿰어 놓은 다당체이지만 그 강도와 용도가 매우 다르다. 셀룰로오스는 식물의 줄기나 세포벽을 지탱할 수 있도록 포도당이 강하게 묶여 있는 반면에 전분은 포도당을 언제나 분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포도당이 약하게 엮여 있다. 밀은 밀알이 발아할 때 힘들이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전분(녹말)형태로 포도당을 저축한다. 제 자식이 내년에 잘 자라기를 바라며



 누룩, 곰팡이를 위하여 차려 놓은 밥상


 씨앗은 부모가 어린 자식이 먹으라고 엄선한 재료에 먹기 쉽게 만들어 놓은 좋은 식품이다. 이를 인간이 그냥 둘 리가 없다. 인간은 거친 줄기와 잎보다는 어린 자식이 먹으라고 남겨 둔 씨앗을 좋아한다. 밀은 밀알이 발아할 때에 먹으라고 포도당을 전분으로 잘 싸서 밀알에 담았건만 인간을 이를 약탈하여 식량으로 이용한다. 밀알의 녹말은 밀가루를 만드는데 이용되는데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에게 밀은 제일로 중요한 식량작물이다.


우리 조상들은 밀을 식량으로도 활용하였지만 곰팡이들을 키우는 재료로도 이용하였다. 밀의 전분은 곰팡이가 좋아하는 먹이지만 씨껍질에 꼭 싸여 있어서 접근할 수가 없었다. 이에 사람들은 밀을 갈아서 녹말이 외부로 노출되게 하고 여기에 적당한 수분을 제공하여 누룩을 만들었다. 공기중을 떠돌면서 배를 곯던 곰팡이에게는 누룩은 잘 차려진 밥상이다.


살만한 터를 찾은 곰팡이 포자는 누룩에서 재빨리 싹을 틔운다. 손이 없고 입이 없는 곰팡이가 밀의 전분을 먹기 위하여는 균사와 효소를 이용한다. 균사(菌絲)는 곰팡이(菌)실(絲)인데 뾰족한 끝을 이용하여 곳곳에 침투하여 거미줄처럼 누룩속에 퍼진다. 하지만 입이 없으니 누룩의 전분을 바로 먹을 수가 없다. 


이 때 곰팡이는 효소라는 무기를 이용한다. 거미줄처럼 깔아 놓은 망을 통하여 아밀라아제라는 효소를 사방에 뿌린다. 효소는 밀의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하고 포도당은 자연스럽게 곰팡이의 균사로 흡수된다. 밥의 전분이 포도당으로 소화되어 소장에서 혈관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것처럼



 누룩이 뜨끈해 지는 것은 포도당에 저축된 태양에너지가 미생물에 의하여 다시 방출되는 것


 균사로 흡수된 포도당은 곰팡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하여 분해된다. 


C6H12O6(포도당)-태양에너지 + 6O2(산소) → 6H2O(물)  + 6CO2(이산화탄소) + 38 ATP


서론에서 설명한 광합성의 역반응이자 호흡 반응이다. 다만 서론과 달리 방출된 태양에너지를 화학전지 형태인 ATP로 표시하였다. ATP는 곰팡이가 살아가는 모든 반응에 에너지로 사용된다.


우리가 누룩에 곰팡이를 키우는 이유는 곰팡이가 예뻐서가 아니다. 술을 만들 때에 고두밥의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데 필요한 아밀라아제를 만들라는 이유다. 아밀라아제는 분자량이 50000에 이르는 거대 단백질이다. 많은 아미노산을 붙여서 거대 분자를 만들 때에도 ATP가 에너지로 사용된다. 또한 세포내에서 만들어진 아밀라아제를 세포 밖으로 배출을 해야 누룩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 거대단백질을 세포 밖으로 내 보내는 것도 큰일이다. 


원래 곰팡이 균사(세포)에는 아밀라아제의 1/300 크기인 포도당 정도가 무리 없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있을 뿐인데 300배나 큰 아밀라아제를 바깥으로 보낼려면 마치 산고의 고통과 같은 홍역을 치러야 한다. 이런 힘든 일들이 곰팡이와 누룩의 안팎에서 벌어지니 누룩이 뜨끈뜨끈해질 수밖에


 결국 누룩의 품온(열기)은 곰팡이가 먹은 밀의 포도당이 분해되어서 나온 ATP를 이용하여 곰팡이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결국 그 근본은 포도당에 저축된 태양에너지다. 송충성님은 갓난아기의 체온에서 누룩의 품온과 같은 느낌을 가졌다는데 사람의 체온도 결국은 식물이 만든 포도당에 저축된 태양에너지이니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밀값을 해준 곰팡이는 은퇴를 준비하고


 균사를 이용하여 누룩의 사방으로 침투하여 아밀라아제를 뿌려 놓은 곰팡이는 이로 인하여 전분으로부터 분해된 밀의 포도당을 흡수한다. 흡수된 포도당을 먹고 기운을 차린 곰팡이는 다시 세포분열을 통하여 균사를 만들고, 아밀라아제를 방출하고 누룩의 더 안쪽으로 세력을 넓혀 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다. 먼저 누룩 안쪽으로 파고든 곰팡이에게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 산소가 없으면 아무리 포도당을 흡수하여도 이를 태워 에너지로 쓸 수가 없다. 또한 표면에서는 지나친 포도당의 분해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고 과도한 노동으로 발생한 열이 곰팡이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누룩에서 할 일은 어느 정도 했다고 판단한 곰팡이는 이제 포자라는 자식을 만들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사람에게 포자는 별로 이득이 될 것이 없다. 포자는 먼지처럼 날려서 작업자를 성가시게 하고 술을 지저분하게 할 수 있다. 필요한 만큼의 아밀라아제를 확보한 사람은 곰팡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젠 누룩 발효를 중단할 때이다(실제는 곰팡이 외에도 다른 미생물들이 곰팡이가 미처 활용하지 못하는 밀의 영양분을 사용하여 누룩의 영양분은 고갈되고 발효는 자연스럽게 끝이 난다.)



발효란!


지구상의 생물체는 결국 물과 이산화탄소 등등의 무기물을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복잡한 고분자 물질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생명체는 언젠가는 목숨을 다 할 것이고 그러면 다시 물과 이산화탄소 등의 무기질로 돌아가야 한다. 왜냐면 지구상의 물질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떤 것도 특정 생물체가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물체의 복잡한 고분자 물질을 다시 무기물로 되돌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불 태우는 것이다. 생체의 고분자물질은 수소가 많은 환원된 형태인데 일시에 산소와 반응하게 하여 화끈에게 열기를 내고 다시 무기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깊은 산속에 쓰러진 고목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기 위하여는 수년간, 길게는 수십년간 버섯이 피고 지고를 해야 흙으로 돌아가지만 이 나무에 불이 붙으면 하루만에도 재가 되어 버린다. 


발효란? 
태양에너지를 축적하여 생성한 고분자화합물, 동식물이 다시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산소를 이용하여 불에 타서 한방에 가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을 이용하여 느리게 태우면서 무기물로 변화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유익한 중간물질 즉 발효산물을 인간이 이용하는 것이다. 


발효를 생각하면 떠올려지는 것 중에 하나가 참나무 숯이다. 참나무에 불을 붙여 화끈하게 태우면 일시에 열을 발산하고 재만 남지만 산소 공급과 온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면 겉 부분만 살짝 타고 알짜배기는 그대로 남아 숯이 된다. 이 숯은 후에 불을 붙여 고기 구워먹을 때에 쓸 수도 있고 다른 여러 목적으로 쓸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누룩 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