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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셀레네 Apr 30. 2018

좋아하는 꽃에 대하여

[The Book Selene #03: by florist Hyein]

'좋아하는 꽃에 대하여'



가끔, 정말 어려운 질문을 받곤 한다.

그 질문은 바로 '어떤 꽃이 제일 좋아요?'인데,
이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진다.

꽃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꽃이지만
송이 송이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또한, 꽃의 종류별로도
색상, 향기, 형태, 줄기의 모양, 잎의 모양 등이
너무나 달라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코가 즐겁다.

그래서 그런지 꽃을 고를 때에도
아무거나 고르지 않고

줄기가 곧은지, 꽃의 목이 너무 꺾이지는 않았는지,
색상이 예쁜지, 꽃이 예쁜 방향으로 피어났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선택하곤 한다.

이렇게 예쁜 꽃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꽃을 고르라니!



꽃 시장에서, 상상하지도 못했던 색과 형태를 만나
'심쿵'하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한다.

그렇게 수많은 꽃 중에서
내 품으로 온 꽃들은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꽃이라는 생각에,
더 관심을 주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려고 노력한다.

꽃이 마음껏 개화하며 아름다움을 뽐내도록,
그래서 꽃이 주는 기쁨을 더 오래 느낄 수 있도록.

이렇게 관심을 두둑이 주면,
잎으로 가득 차 딱딱하게 만져졌던 몽우리가
천천히 개화하며 꽃잎을 펼쳐낸다.

-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하여
개화하기도 전에
져버리는 꽃은 어떤 심정일까,

이런 느낌은 아닐까?-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 무대를 위해
땀 흘리며 수도 없이 노력했지만,
아무도 봐 주지 않고 
그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로 
무대가 끝나는 그런 느낌

생각만 해도 속상하다.




아니 그래서,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그 대답에 정확히 대답하지 못하고
빙빙 둘러 이야기한 이유는
앞서 했던 변명처럼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기 때문인데,

지금은 '작약'이라고 대답해야겠다.
(겨울-초 봄에는 '라넌큘러스'가 제일 좋다고 했지만!)

개화하기 전에는 둥그런 형태를 지닌 작약은

꽃이 피기 시작하면

겹겹이 채워져있던 잎을 활-짝 벌리며,

정말 그윽한 향을 내뿜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작약에게 '수줍음' 이라는 꽃말이 왜 붙여졌는지

새삼 이해가 가게 된다.


하루하루 숨겨놓았던 꽃 잎을 펼쳐내는 것을 보자면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누군가에게 당장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진으로 보내주기도 하지만
과정을 직접 보지 않으면 
그 느낌을 온전히 느끼기 어려워서,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꽃 한 송이를
선물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꽃을 '예쁜 쓰레기'라고 부르지만,

꽃은 나를 사춘기 소녀의 마음처럼 
수줍게 만드는 존재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그 상대에게 표현하지 못해서
안절부절하는 그런 소녀의 마음

그래서 가끔 혼자 있을 때
꽃을 보며 '예쁘다'라고 이야기한다.

누군가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꽃을 보며 
'예쁘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테니까,
그렇게 이상한 행동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

가장 좋아하는 꽃을 이야기하기가
이렇게나 어렵다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원히 바뀔 것 같다.

-

오늘은 
가장 좋아하는 꽃 또는
요즘 제일 예뻐 보이는 꽃 한 송이를 사서,
그 꽃잎이 천천히 개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여러분이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꽃과 함께하는 공간을 경험해 보면
꽃을 사온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

-

개인적으로 요즘 가장 예쁜
'작약'에 한 표를 던진다!





[ Flower X Culture ] 

Selene Florist. 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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