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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Kim Jul 03. 2015

거인 연대기 1

거인이 되어버린 소년 - 아톰

1963년 일본에는 엄청난 작품이 하나 등장한다. 데츠카 오사무 감독의 '철완 아톰(鉄腕アトム, 일본에서의 영제는 Mighty Atom, 미국에서의 영제는 ASTRO BOY.)'. 우리에겐 '우주소년 아톰', '돌아온 아톰'으로 더 유명한 이 애니메이션은 내 어린 시절 동생들과 함께 티브이 앞에 앉아 주제곡을 따라 불렀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푸른 하늘 저 멀리~ 랄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아~톰~ 용감히 싸워라~ 언제나 즐거웁게~ 랄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톰~ 우주소년 아톰'

위에 주제가가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면 당신은 아마.. 나와 같은 시대를 지난 사람이라 생각된다.

(반가워요~) ^^

아톰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특이한 위치를 가지는데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제작비를 엄청나게 줄일 수 있는 '뱅크샷(기존의 만들어둔 원화를 다시 쓰는 재활용기법)'과 '리미티드(필름의 컸수를 줄이는 방법)'기법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디즈니로 대표되는 애니메이션의 컷수는 1초에 24 프레임인데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의 컷수는 1~12장 정도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한편에 들어가는 예산으로 2-3편 만들 수 있다. 데츠카 오사무가 일본 만화의 신으로 추앙받으면서도 후배 애니메이터들에게 욕을 먹는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리미티드기법의  창시자라는 점이다. 덕분에 애니를 만드는 기획자와 제작회사들은 돈을 벌었을지 모르나 현장에서 창작을 하는 창작자들은 힘들고 고달픈 생활이 시작되었다.(하아~ 내가 당신들 맘 알아 디자인계도 만만치 않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빠르고, 거칠고, 역동적이며, 캐릭터의 특징이 확실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이 리미티드 기법을 감추기 위해 여러 꼼수를 부리다가 진화한 결과물이다. 24 프레임이 아닌 8 프레임 정도로 움직임을 맞추려면 캐릭터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특히나 아톰의 경우는 주인공이 로봇이기 때문에 그 끊기는 동작이 어색하지 않다. 1컷짜리 정지 장면을 극적으로 구성하려면 영화적 구도가 필요했고 그 결과 일본 애니메이션은 멈춤 화면에 있어서도 캐릭터의 특징이 잘 살아난다. 

리미티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 
우선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 이렇구나~ 정도만 알고 넘어가자. 갈길이 바쁘다. ㅎㅎ

'아톰' 원작과 신작 '플루토' 비교

아톰이 왜 거인이야? 하는 분들께 아톰은 거인이 아니라고 이야기드리고 싶다. ㅎㅎ 하지만 아톰의 에피소드 중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토리가 '지상 최대의 로봇'이다. 최근엔 '몬스터', '20세기 소년'의 우라사와 나오키가 '플루토'라는 만화로 리메이크 한바 있다. 이 플루토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하데스의 로마식 이름이다. 거인로봇. 더군다나 SF/메카닉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거인 로봇의 이름이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인 게 과연 우연이었을까? '지상 최대의 로봇'시리즈에는 여러 신화 속의 거인이나 영웅의 이름이 붙어있다. 아마도 데츠카 오사무 역시 거인의 모티브를 신화 속에서 가져왔음이 느껴진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 대표작엔 그리스 신화가 모티브가 되었던 게 몇 편 있는데 그중 마징가-Z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그 뿌리가 깊다. (마징가-Z의 Z:제트는 후에 원작자인 나가이 고가 리메이크하며 제우스의 Z를 대놓고 상징한다)

지상 최대의 로봇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중동의 왕인 '다리우스 14세'로부터 지상 최강의 7대 로봇(스위스-몽블랑, 일본-아톰, 스코틀랜드-노스 2호, 터키-블란드, 독일-게헤지트, 그리스-헤라클레스, 오스트레일리아-엡실론)을 부수라는 명을 받은 '플루토'는 차례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각 나라의 대표 로봇을 부순다는 내용이다.  그중 아톰이 있었고 아톰은 플루토와의 싸움에서 처음에 패한 후 플루토의 약점을 알아낸 후 이긴다는 권선징악의 스토리다. 지상 최대의 로봇이 진격의 거인과 연결점을 갖는 건 '다윗과 골리앗'으로 대표되는 성경의 이야기 때문이다. '거인이 우리를 왜 공격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거인이 아닌 작은 인간인 우리는 그 거인을 이겨야만 지금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식의 압도적인 적을 격파하는 이야기는 굳이 이 애니메이션이 아니어도 대부분의 헐리웃영화와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공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거인은 때론 우리의 친구이지만 때론 우리의 적이기도 하다. 인간이 느끼는 거인에 대한 미지의 공포는 개미가 인간에게 느끼는 공포보다 더 할 것이다. 그 시작에 아톰이 있었으며 아톰이 가진 작고 알찬 이미지는 한때 일본 상품의 대표적 이미지가 되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은 아톰을 두고 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한때 소년 '토비오'였던 아톰은 그렇게 새로운 신화의 시작을 알리며 거인 vs 인간의 새로운 모티브를 창조했다. 아톰이 있었기에 일본의 거대 로봇물은 중흥기를 맞이 할 수 있었고 거대 자본이 투자된 미국의 애니메이션과 싸울 수 있는 다윗의 돌이 되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인을 이긴 소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플루토를 격파한 후 인간들이 느끼는 아톰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마치 에렌이 거인으로 변신했을 때 동료들이 느꼈던 두려움처럼 말이다. 진격에 거인에 등장하는 조사병단이 아톰에서 시작되었다는 극단적 이야기는 하기 힘들지만 밝고 유쾌한 애니메이션이었던 철완 아톰을 얼마 전 다시 보며 내가 느꼈던 바는 아톰이 느꼈을 외로움과 점점 자신의 몸이 업그레이드되며 느꼈을 자괴감이었다. 소년은 자신이 원치 않았지만 어느 순간 거인이 되었다. 거인의 힘을 가진 이 작은 소년은 그 힘에 도취되면 스스로 자멸할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을 다스릴 수 있게 되면 거인이라는 신화의 주역이 될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만화로 미래를 상상하며 꿈꾸던 소년들이 있었다. 아마도 만화를 보고 자란 당신이라면 마음 속에 거인 하나쯤은 키울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그 거인이 된다면 그 힘에 도취될 것인가 아니면 잘 다스려 신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 그 판단은 각자의 상상에 맞기겠다. 

거인에 대한 첫 이야기는 여기서 마친다. 
이글을 읽는 당신에게 즐거움이 되었기를~


추천작

데츠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 中 지상 최대의 로봇, 

성격 급한 당신에겐 우라사와 나오키의 'PLUTO'



 아톰의 몇 가지 재밌는 사실...


아톰의 머리 모양과 삐죽 솟은 각도는 미키마우스를 많이 참조했다. 그러나 모방이라 보긴 힘들 정도로 창조적 오마주라 할 수 있다. 머리색 역시 미키마우스와 같은 검은색인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만화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셀이라는 원화용 필름이 필요한데 여기에 그림을 그리는 물감 중 검은색이 가장 밀착도가 높아 셀에 잘 달라붙는다. 그렇다 보니 질이 떨어지는 필름을 사용하던 초기 애니메이션 창작자들은 캐릭터를 컬러로 그릴 때도 버릇처럼 포인트 컬러로 검은색을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의 태권브이나 일본의 마징가제트의 포인트 컬러가 검은색인건 여기서 기반한다.

아마 빨간색이나 파란색 잉크의 밀착도가 높았으면 미키 마우스
와 아톰의 머리는 검은색이 아니라 화려한 총천연색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ㅎㅎ




거인 연대기 2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nitro2re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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