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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12. 2015

뿌리를 나누면서 친해지는 나무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자유로운 감성을 지닌 나무

개비자나무를 보면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각도가 생긴다


개비자나무의 학명은 세파로탁수스 하링토니아Cephalotaxus harringtonia (Knight) K.Koch이다. 비자나무는 바늘잎이 좌우로 줄지어 달려 있는데, 이것이 한자의 아닐 비(非)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비자나무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개'자가 붙었다. 그렇지만 울타리로 모아 심으면 한 공간을 완벽하게 생동감 있는 장소로 탈바꿈시킨다. 군식이나 모아심기를 하면 굉장히 멋지다. 비자나무와 개비자나무는 식물분류학적으로 다르게 분류된다. 개비자나무는 개비자나무과(Cephalotaxaceae)에 딸려 있는데 반해 비자나무는 주목과(Taxaceae)에 속하고 있다. 또한 비자나무가 물렁물렁한 3mm 정도의 종의種衣(씨옷)를 가지는 반면 개비자나무는 씨옷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개비자나무의 씨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은 바깥씨껍질의 표면껍질이다. 두 나무의 열매 모두 먹을 수 있으나 이용의 범위는 비자나무의 열매가 개비자나무의 열매보다 폭넓다.

개비자나무는 자유분방하다. 구애받지 않는 제멋대로의 멋스러움을 지녔다.

개비자나무와 비자나무 vs 개비자나무와 주목


뿌리에서 움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 움을 잘라서 다시 심으면 개체가 늘어난다

뿌리삽목이 잘되는 나무다

잎을 잘 보면 쉽게 나무를 식별할 수 있다

개비자나무와 비자나무는 

잎의 모양이 매우 비슷하다

구별은 손바닥을 펴서 

잎의 끝 부분을 눌러보았을 때 

딱딱하여 찌르는 감이 있어 아프면 비자나무

반대로 찌르지 않고 부드러우면 개비자나무이다

개비자나무는 비자나무에 비해 잎의 길이가 길며

잎 앞면의 중앙맥이 튀어나오는 특징이 있다

비자나무는 잎 뒷면 주맥만 튀어나오지만 

개비자나무는 잎 양면의 주맥이 모두 튀어나와 있다 


개비자나무와 주목의 구별 방법은, 개비자나무는 깃털처럼 가지에 두 줄로 마주나며 규칙적으로 배열하고 있다. 주목은 불규칙하게 두 줄로 배열하고 끝이 갑자기 뾰족하다. 표면이 짙은 초록빛이다. 잎이 비자나무에 비해 다소 부드럽다. 비슷한 종 가운데 잎이 나선 모양으로 배열하는 것을 선개비자나무(var. fastigiata), 뿌리에서 새싹이 돋는 것을 눈개비자나무(var. nana>)라고 한다. 

개비자나무는 잎자루가 없고 참빗을 닮았다.

암꽃송이는 위에 수꽃송이는 아래에 모여 핀다


개비자나무의 잎은 선형이다. 길이 4cm정도의 잎이 2줄로 나란히 달려 깃털 모양이 된다. 움돋이로 나온 맹아의 것은 훨씬 더 크다. 마찬가지로 열매가 맺힌 가지의 잎의 길이는 짧다. 일반적으로 잎이 한 번 나와서 세상에 자기만의 생명을 지닐 수 있는 세월은 4-5년 정도라고 한다. 그 이후에는 잎이 떨어진다. 묵은 잎이 새 잎으로 바뀌는 것이다. 개비자나무는 참빗 모양을 닮았다. 잎 뒷면에 2줄로 된 숨구멍줄이 있다. 잎을 지탱하는 잎자루인 엽병이 없고 잎끝은 부드럽다. 부드러운 잎끝은 개비자나무와 친해지기 위한 손짓임을 잘 기억하면 구별하는데 이로울 것이다. 

개비자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다. 꽃은 4월에 노란 갈색으로 핀다. 개비자나무의 암꽃은 전해에 자란 익은가지 끝에 달린다. 짧은 꼭지가 있고 원형 또는 타원형이다. 밑부분은 포린에 덮여 있다. 수꽃은 전해에 자란 익은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수꽃의 밑부분은 많은 포린으로 싸여 있다. 갈라지면서 꽃가루가 나온다. 암꽃은 가지 위쪽에 몇 송이씩 모여 달리고 수꽃은 잎 달린 자리 아래쪽에 20-30송이씩 모여서 달린다. 꽃잎은 없다.

개비자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왼쪽이 암꽃이고 오른쪽이 수꽂이다.

햇가지의 색감에서 느끼는 연약함


상록성의 침엽 관목으로 중부지방에 사용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수종 중 하나이므로, 이 나무만 개발하여도 제법 농장을 꾸려나갈 수 있다. 조경 공간에서는 음지와 양지가 만나는 서늘한 곳에 식재하는 것이 좋다. 다만 빠른 시일에 잘 크게 하는 기술을 찾아야 한다. 일단은 거름이나 비료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을 일이다. 개비자나무를 관상할 때는 줄기 껍질과 가지까지 살펴야 한다. 어린 나무의 줄기 껍질은 붉고 어두운 갈색이다. 그러나 나이 먹을 수록 짙은 회갈색이 되면서 세로로 갈라진다. 갈라진 껍질이 너덜댄다. 너덜대는 나무 껍질 속에 붉은 속껍질이 언뜻 비춘다. 재미있지 않은가. 가지는 햇가지에서 노란빛이 도는 녹색을 띤다. 햇가지의 색감에서 느끼는 연약함은 식물에 대한 보호 본능을 일깨운다.

개비자나무를 집단 식재하면 방향성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지 못하게끔 자연형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개비자나무는 중부지방의 겨울 정원을 풍요롭게 한다


개비자나무의 수형은 자연형으로 유지하는 게 더 멋지다. 손질하여 특정 모양으로 수형을 유도하면서 관리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자연형으로 키우는 것을 권장한다. 훨씬 더 멋이 있다는 말이다. 살아가는 모습은 특별히 정해 놓은 수형이나 규칙을 따라 진행하는 게 아니다. 개비자나무는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제멋대로의 자유스러운 느낌을 지닐 수 있는 나무다. 개비자나무 수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성근 가지가 옆으로 뻗는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위쪽이 엉성한 삼각형을 이룬다. 가을이 되어 낙엽수들이 잎을 떨어뜨린 후의 정원을 풍요롭게 하는 나무가 개비자나무이다. 중부지방에서는 겨울 정원을 빛내게 할 수종이 많지 않다. 개비자나무는 중부지방의 겨울 정원을 위하여 배식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할 필요가 충분한 나무이다.

화성 융릉에 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개비자나무

개비자나무는 비자나무처럼 한방에서 유용하게 응용된다


종자는 기름을 채취하여 식용, 등유용으로 사용하였다. 붉은색의 얼매가 달리며 내한성이 강하여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한방에서는 붉은색 열매를 토향비土香榧라 하여 구충제, 변비, 기침, 가래, 강장 등에 사용한다. 최근에는 개비자나무 잎과 줄기 등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성분이 항균 및 암세포 증식 억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 알려져 림프육종, 식도암, 폐암 등의 치료에도 사용한다. 가을에 익은 열매를 따서 껍질을 벗기고 햇볕에 말려서 사용한다. 개비자나무의 살충, 항균 효과를 이용해 친환경농업에서 천연농약으로 활용한다. 잎을 포함한 줄기를 생즙을 내서 사용하거나 물 또는 주정에 우려내서 사용할 수 있다.

붉은색 열매를 토향비라 하여 구충제 등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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