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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May 01. 2021

클래식 음악(고전 음악)이란?

'클라세(Klasse)!'는 독일어권 지역에서 사람들이 아름답고 멋진 것을 접하게 되면 자연스레 내뱉는 표현으로, 뜻은 "근사한데!"입니다. 원래 '클래식(classic)'이라는 단어는 완전하고 조화를 이루며, 완벽한 형식을 갖추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클라세'라는 감탄사가 정확히 '클래식'의 본래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지는 않지만, 그 언저리에는 여전히 완벽하다는 뉘앙스가 묻어 있습니다.


서양음악사에서는 1730~1830년 정도를 '클래식(고전주의)'이라고 부릅니다. 이 시대가 모든 음악 요소의 완벽한 조화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는 음악의 요소인 리듬, 선율, 화성, 형식은 서로 맞물려 있었으며, 그중 어느 하나라도 도드라져서는 안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상은 구체적으로 소나타, 교향곡, 협주곡이라는 장르에서 현실화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각각의 성부가 고르고 동등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현악4중주가 탄생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고전주의 시대 이외의 다른 시대의 음악이 불완전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고전적인 완벽함은 바로크나 낭만파 시대의 작곡가들이 추구하는 목적이 아니었을 뿐입니다. 가령 바로크 시대에는 선율보다는 화성과 리듬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낭만주의 음악에서는 전체적으로 리듬보다는 화성과 선율을 강조합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클래식 음악(고전 음악)은 위에 언급한 100여 년간의 고전주의 시대 작품들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일상 생활에서 가요, 팝, 록, 힙합, 재즈가 아닌 옛날 서양음악은 모두 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릅니다. 넓은 의미로 그레고리안 성가(중세 유럽의 수도원에서 시작된 미사성가)나 바흐나 헨델 같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현대음악까지도 포괄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순

앞선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클래식 음악'이라는 개념에는 '서양 고전파의 음악'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중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이러한 주장이 맞습니다.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는 표현은 온전한 표현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정확히 말하면 '클래식'이란 서양음악사의 한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하면서 사실 중세음악, 바로크 음악, 낭만파 음악, 현대음악 등을 구분없이 두루두루 듣습니다.(물론, 대부분 고전 음악과 낭만 음악을 가장 많이 듣긴 합니다.) 언급된 것 중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바로 고전 음악, 즉, 클래식 음악의 엄격한 의미입니다.


그런데, 서양음악사의 한 장르에 불과한 클래식이 전 장르의 음악을 대표해서 지칭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클래식 음악(고전 음악)이 지니고 있는 나름의 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서양음악의 뿌리는 종교음악에서 비롯되었습니다.그러던 것이 중세의 암흑기를 지나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거치면서 눈부시게 발전한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크 시대까지도 음악은 기독교에 예속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음악가도 종교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이후 고전파는 이렇게 종교에 예속되어 있었던 음악을 해방시켜 순수하게 음악을 위한 음악을 정립하려는 예술 운동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신을 위한 음악에서 탈피해 형식과 내용의 일체화를 꾀하고 균형 잡힌 절대음악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신'보다는 '사람'을 위한 음악, '음악'을 위한 음악을 이루어 나가겠다는 굳은 결의였던 셈입니다. 이 운동은 대체로 18세기 후반에 비롯되어 하이든, 모차르트를 거쳐 베토벤의 의해 그 위상이 정립되었는데. 이들은 옛 그리스나 로마처럼 보다 정돈된 형식을 가진 음악을 주장하고 추구했기에 옛것에서 배우자는 의미의 '고전파'라는 명칭이 붙은 것입니다.


이러한 고전주의의 청정하고 우아하며 흐림이 없는 악풍은 그후 낭만주의 음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형식의 자유화를 꾀하면서 일종의 조성 파괴의 뱡향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불협화음의 난해한 음악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있기도 했는데, 어찌되었던 그러한 이유로 인하여 고전파 음악이 지니는 형식과 격조를 바탕으로 한 예술성은 타 장르에서는 찾기 힘든 특별한 의미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이러한 논리에서 보면, 클래식 음악(고전 음악)이 반드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혹은 그들과 동시대의 작곡가들의 작품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됩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고전 음악이 그 시기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넓은 의미에서 클래식 음악(고전 음악)이라는 것이 시간적인 개념과 상관없이 어떤 형식이 요구하는 법칙에 따라 질서와 규격을 말하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굳이 전체 음악을 대표하는 명칭이 된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클라세'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를 떠올린다면, 클래식은 칭찬과 긍정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니, 고전주의 음악이 아닌 헨델이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들어도 '클라세'라는 말을 사용해도 괜잖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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