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갓미 Sep 17. 2017

로댕의 생동


<입맞춤>

 

 폐장 한 시간 전에 들어가서 아쉬웠던 로댕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두번 가도 너무 좋은 로댕미술관. 유럽의 미술관에서 고전적적이고 절제된 작품들을 많이 보다가, 이런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근대의 작품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이 작품은 <신곡>에 나오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육욕의 이야기)'로 13세기, 젊고 잘생긴 시동생 파올로에 반한 형수 프란체스카의 불륜 이야기를 나타낸것인데, 로댕은 그 모습을 너무나 아름답고 우아하게 표현했다.


<청동시대>


 미켈란젤로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고 이탈리아에서 귀국 후 제작한 작품. 인체의 사실성이 너무 뛰어나 모델의 몸에서 직접 본을 떠서 만든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계속되는 의혹을 받아 출품에 낙선을 하게 되자 로댕이 모델을 데려가 작품이 모델보다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지옥문에 등장하는 많은 작품 중 가장 중심적인 존재인 생각하는 사람. 자신의 발아래 펼처진 구원받을 수 없는 지옥의 영혼들을 내려다보며, 인간의 숙명에 대해 끝없는 명상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어릴 때, 생각하는 사람은 왜 생각하는 사람일까... 사람은 원래 항상 생각하는게 아닌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이런 엄청난 고뇌에 쌓여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칼레의 시민>


 14세기 영국왕 에드워드3세는 영불전쟁 때 칼레시를 점령하면서 시민 전체의 목숨을 담보로 6명의 시민대표가 시의 열쇠를 가지고 영지로 와 항복하고 사형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작품은 죽음의 길로 자신의 발검음을 옮기는 6명의 영웅들의 비장한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앞서 폐장시간에 미술관에 들어가 어둠이 옅게 깔린 정원에서 이 작품을 봐서,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비장하면서도 처연하고, 인간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후대에 왜곡되고 과장된 이야기라고 한다. 이런 시민 대표들의 행위는 항복을 나타내는 연극과도 같은 의식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에드워드3세는 애초에 이들을 처형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항복 의례의 일부로 연출한 장면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일화를 숭고한 희생으로 미화한것은 14세기의 연대기 작가인 장 프루아사르. 당대 많은 기록 중 하나에 불과했던 그의 해석은, 16세기에 이 사건이 다시 프랑스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면서 대중의 감성을 사로잡았고, 동료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고자 한 애국적인 민족 영웅으로 부각됐고 한다. 칼레의 시민은 후대의 필요에 의해 재창조된 신화였던 것. 그렇다 하더라도 로댕의 상상력과 표현력은 감탄!


<지옥의 문>


 로댕의 작품 대부분을 총망라한 불후의 걸작. 문 가장 위에 있는 세 명의 인물은 지옥에 거주하는 '세 어둠'을 묘사했지만, 실제로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의 변형이고, 인간의 정념과 야수성, 잔인한 본성에 대한 질문을 수 많은 육체의 엉킴 속에서 보여주고, 이런 인간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이 있다.



<왈츠>


 로댕의 연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의 작품 중 가장 내 마음을 끌었던 작품이다. 로댕과 행복했던 시절에 제작된 이 작품은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에로틱한 작품으로, 유연한 몸짓과 안김이 눈을 한참 머무르게 한다.



 로댕미술관의 한가로운 정원. 미술관 다니는 욕심에 빡빡하게 짜둔 여행일정 속에서 가끔 느끼게 되는 여유의 중요성! 3주간의 유럽여행이 끝난 뒤에는 다음에 여행을 떠날 때에는 '혼자, 일정은 루즈하게, 마음은 열고'로 하기로 했다.

 


 * 파리에서 마지막 날. 생제르맹 데프레이 있는 마곳 카페가 공사중이어서 대신 찾은 플로뢰 카페. 아쉬운 대로 초콜렛을 주문했다. 파리는 어제 잠깐 날씨가 따사롭더니 지금은 비바람이 쳐서 카페 밖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식사를 하고 있다. 비를 맞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칼질을 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귀엽다.

 밤늦게 숙소로 돌아오면 몸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져서, 오늘 하루 좋았던 것만 일기에 써내려간 것이 아쉬웠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고 있자니 그는 정말 솔직하다. 여행이 마냥 좋은것은 아니라는 것을 꾸밈없이 이야기한다. 불만에 찬 것도 아니고 온갖 기대와 부품으로 포장된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연스럽다.

 이렇게 파리의 카페에 앉아 조용히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유럽에 오고나서 참 부지런히도 다녔다. 한국에 가서도 이 떨리는 부지런함으로 다음 한 해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 2013. 11. 14. 일기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오 샹젤리제, 오 라데팡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