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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01. 2016

겨우살이, 미슬토(Mistletoe), 그리고 키스

겨우살이가 왜 겨우살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아마도 다른 나무의 가지에 붙어서 겨우 목숨만 연명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붙였는지도... 하지만 겨우살이는 결코 겨우 겨우 살아가는 식물은 아니다. 숙주인 나무에 붙어서 숙주보다 더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나뭇잎이 떨어진 추운 겨울이 오면 겨우살이는 싱그러워 더욱 두드러진다.


겨우살이는 기생식물(寄生植物)


겨우살이는 다른 식물의 나뭇가지에 뿌리(정확히는 '흡기', haustoria)를 내리고 다른 나무의 양분을 빼앗아 살아가는 기생식물이다. 겨우살이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에서 기생을 할 수 있는데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대부분의 기생식물은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반 기생식물이다. 그렇지만 양분과 수분은 스스로의 뿌리를 사용하지 않고 숙주식물에 흡기를 꼽아 섭취한다.


겨울살이가 자라고 있는 나무(wikipedia에서 가져옴)


겨우살이 아래서의 키스


서양에서는 겨우살이에 대해 미신이 존재한다. 기독교 시대  이전의 겨우살이는 남성성의 상징이었다. 켈트에서는 겨우살이를 동물의 불임치료와 해독제로 사용했다. 기독교에서는 종교적인 이유에서인지, 미신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겨우살이를 신성시하는 풍습이 있었다.


Justin Bieber - Mistletoe (Official Music Video) (유튜브)


저스틴 비버 (http://www.picslyrics.net)


옛날 크리스마스 풍습 중에는 겨우살이 아래서 하는 키스(Kissing Under the Mistletoe)가 있었다. 글로 된 기록으로는 16세기 영국에서 처음 나타났는 데, 그 당시에는 상당히 유행했던 모양이다. 남자가 여자를 겨우살이 장식 아래 데려가면 그 여자는 반드시 키스를 해야 하는 풍습이다. 미국 작가 와싱톤 어빙은 1820년 그의 작품 <지오프레이 크레용의 스케치북(The Sketch Book of Geoffrey Crayon)>에서 이와 관련된 풍습을 자세히 기술해 놓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겨우살이가 아직 농장의 집과 부엌에 매달려 있는 동안에, 그 젊은 남자는 그 아래에서 그 여자들에게 키스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매번 키스를 할 때마다 그 장식에서 열매를 하나씩 떼어낸다. 그 열매가 모두 사라지면 그 특권도 끝이 난다."


오늘날에도 이와 관련되는 다양한 영어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다. 외국 신문의 연예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도 등장한다.

 

"누가 저스틴 비버와 겨우살이 아래로 갈 것인가?"
 (Who’s Going Under The Mistletoe With Justin Bieber?)


예전에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겨우살이 장식 아래로 데려가기 위한 노력들이 많았던 듯하다. 이 이야기는 '해리 포터'에서도 등장한다. 아마도 이 미신에 얽힌 이야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만약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그 장면이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미슬토, 곧이어 키스 장면이 나온다.


겨우살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에도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크리스마스 카드와 문양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복을 비는 마음은 동서양이 공히 비슷한 듯하다.



풍습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장식에 사용되는 겨우살이는 나뭇가지에서 채취할 때부터 집에 매달아 놓을 때까지 바닥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땅에 닿으면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된다. 장식으로 사용된 겨우살이는 다음 크리스마스 때까지 일 년 내내 매달아 놓고 액운이나 화재로부터 집을 보호해 달라고 기원한다.


겨우살이의 효능


예전부터 겨우살이가 어느 정도 의학적 효능이 있다는 것은 동서양에서 공히 인정되었다. 서양에서 식물을 이용하는 치료사(herbalist)들은 겨우살이를 호흡기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사용하였는데, 독일에서 특히 인기가 많았다. 현재도 겨우살이 추출물은  이스카도르(Iscador), 헬릭서(Helixor) 등 여러 가지의 상품명으로 팔리고 있다. RPG 게이머라는 익숙한 용어일 것이다. 최근에  이스카도르(Iscador)가 미국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이는 인기 배우이자 작가이며 사업가이기도 한 수잔 소머스(Suzanne Somers)가 유방암 치료 후에 화학적 요법 대신에 이 추출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청계산에서 만난 겨우살이


겨우살이는 특히 항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에 가면 겨우살이를 채집해서 판매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겨우살이의 어린 나뭇가지를 물에 넣고 끓여 마시면 항암 등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나도 한번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겨우살이 나뭇가지를 사 와서 물을 끓여 먹은 것이다. 맛은? 뭐~ 나뭇가지 삶은 맛(?)이었다. (참! 겨우살이나무를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다.)


동의보감에서도 겨우살이를 달인 물을 먹으면 신경통과 호흡기 질환에 좋은 것으로 나와 있고, 이뇨작용과 고혈압 치료에도 도움이 되고, 당뇨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화방지와 관절염에도 좋다고 하는 등 그 효험이 일찍부터 인정되고 있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믿음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겨우살이 추출물(Iscador)이 어느 정도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광범위하게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우살이에는 레시틴(lectins)류의 물질이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이 물질들에 대한 효과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레시틴은 당결합 단백질(sugar-binding protein)로 암세포 막에 결합하여 암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괴사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보는 겨우살이는 농부에게는 그저 귀찮은 식물이었고, 한방에서는 만병통치약이기도 하지만, 외국에서는 다양한 미신의 대상이었다. 현대에서는 장식의 도안으로 또 첨단 의학의 소재로도 사용된다. 겨우살이는 결코 겨우 살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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