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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Dec 22. 2020

깊은 여름, 상관 편백나무 숲

가지 않은 길

시원한 바람이 분다.

나무 사이 햇살이 빛난다.

상관 편백나무 숲의 여름은 그늘을 만드는 바람이 분다.

숲길을 거닐다 보면,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른다.


단풍 든  속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시원한 정자에 드러누워 본다. 내가 선택한 길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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