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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Nov 14. 2023

달콤한 팥 아이스크림을 그대로 녹였다

- 달콤한 단팥이 막걸리에 듬뿍, '국순당 쌀 단팥'을 음주해 보았다.

우리나라엔 예로부터 아주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전통적인 식재료가 하나 있다. 색이 빨갛기에 도깨비나 귀신들이 싫어한다 하여 기운이 좋지 않은 날 문 앞에 이 것을 뿌렸으며, 동지엔 가족들과 모여 앉아 이것으로 만든 죽을 나누어 먹는 것이 당연한 풍습이었다. 현재에 와서는 붕어빵이나 국화빵 안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고, 여러 디저트의 주재료가 되어 우리의 입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 정도 이야기 했으면 아마 눈치가 빠른 사람은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벌써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만큼 익숙한 재료이고, 날이 추워진 만큼 더 많이 접하는 중이니까. 그렇다, 가벼운 수수께끼의 정답은 바로 팥, 사람들의 겨울을 칼국수, 죽, 빵 등으로 다양하게 책임져 주는 친구이다.


단팥빵, 아이스크림, 떡, 호두과자 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우리는 팥이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날이 갈수록 그 범위는 넓어지고 있으며, 그렇게 늘어난 팥의 발자취는 어느덧 막걸리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전통과 전통의 만남, 술과 단팥의 어우러짐은 과연 어떠한 향미를 선사할까. 만약 자신이 달콤한 팥을 좋아한다면, 거기에 막걸리까지 놓칠 수 없다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소개하는 술 이야기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어쩌면 그런 당신에게 최고의 취향으로서 자리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달콤한 단팥이 막걸리에 듬뿍, 국순당 쌀 단팥 막걸리

보기만 해도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술이다. 단팥과 막걸리가 섞인다니, 누구나 아는 공식 하나가 있지 않은가. 맛있는 것 더하기 맛있는 것은 정말 맛있는 거. 물론 그 계산이 늘 맞아떨어지는 것인 아니지만, 그럼에도 팥과 막걸리 둘 다 좋아하는 나를 들뜨게 하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국순당 쌀 단팥 막걸리'의 경우 병과 캔 두 종류가 존재하는데, 오늘 준비한 것은 그중 조금 더 양이 적은 캔이다. 굳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편의점에 병이 따로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전면부엔 재료를 나타내는 팥빙수와 팥 그림, 막걸리를 들고 있는 곰돌이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참 귀엽긴 한데, 곰돌이와 뒤쪽의 배경이 그렇게까지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림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일까, '국순당 쌀 단팥'이라고 적힌 글씨체라도 둥글거렸다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국순당 쌀 단팥'은  '국순당'과 '라인프렌즈'가 협업하여 탄생한 제품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라인프렌즈' 캐릭터인 브라운과 브니니가 각각 병과 캔에 그려져 있다.


달달한 팥앙금과 쌀 막걸리가 만나 팥 아이스크림, 팥빙수가 생각나는 부드러운 달콤함을 선사하며, 도수가 낮고 목 넘김이 가벼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막걸리라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350ML, 도수는 3.5도, 가격은 2500원이다. 딱 간편하게 한 캔 즐기기 좋은 값과 용량이라고 여겨진다. 붕어빵 하나가 천원인 시대, 2500원 정도면 나의 즐거움을 위해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다.

잔에 따른 막걸리는 약간 연한 팥 빛깔을 선보인다. 살구색과 자주색 사이의 색이 은은하게 맴돌며, 조금의 기포가 위로 올라와 송골송골 맺혀있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선 약간 연한 느낌이었고, 나름 열심히 흔든 뒤에 따랐다고 생각했지만 침전물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잔에 코를 가져다 대니 굉장히 익숙한 향이 올라온다. 팥 아이스크림의 냄새, 예전 여름에 가끔씩 먹었던 '비비빅'과 향이 굉장히 유사하다. 다른 향에 비해선 달콤한 팥 향이 진하게 나는 편이며, 알코올의 향은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비비빅', 혹은 예전 아이스크림 칸에 종종 보였던 '팥빙수'를 떠올리면 될 듯하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달달한 팥이 약한 탄산과 함께 입 안을 채워준다. 예상대로 술이 아닌 음료수에 훨씬 가까운 맛이다. 탄산은 딱 '어, 탄산도 있네.'라고 말할 정도. 도수도 낮아 새로 나온 팥 음료라고 속여도 맞출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완전히 녹지 못한 침전물 때문인지, 혹은 의도하여 그렇게 제작한 것인지 실제로 팥을 먹는 듯한 식감과 전분기가 어느 정도 느껴졌다. 향과 같이 맛 역시 비비빅을 그대로 녹여낸 맛으로, 순수한 팥보다는 팥 앙금, 혹은 팥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술이다. 


이후 적당한 무게감과 감미 위주로 진행되는 풍미를 선보이면서 술은 목구멍을 넘어간다. 탄산이 굉장히 약한 편이기에 실제로 목 넘김은 부드러웠으며, 맛의 마지막에 미세한 산미와 단 맛을 남기고서 사라진다. 여운이 그리 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 캔을 다 비우면서 알게 된 것이 이 술을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저 잘 섞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름 열심히 흔든 상태였는데, 따르다 보니 마지막에 침전물이 뭉쳐서 나오더라. 이 때문에 혹여나 맛을 잘 못 봤을까봐 똑같은 것을 한 캔 더 열었다. 처음 맛을 보았을 때 맛의 진행과정 중 끝 부분에서 빈 공간이 느껴진 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


비비빅과 탄산, 막걸리를 7 : 1.5 : 1.5 정도로 조합하면 이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다. 팥을 좋아하거나 달콤한 막걸리를 선호한다면 한 번쯤 마셔보길 바라고, 맛의 끝에선 양갱을 먹은 것처럼 단 맛이 맴도니 이런 당분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친구가 구매하도록 유도하여 옆에서 한 잔 정도 뺏아 마신 후 판단하는 것을 권한다. 대체적으로 큰 호불호 없는 맛이고, 한눈에 보기에 흥미를 끄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 유도하는데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다.


안주는 개인적으로 군고구마를 추천한다. 술 자체가 달달하고 탄산기가 있어 매콤한 안주도 좋겠지만, 유사한 맛의 방향을 가진 군고구마 역시 서로의 맛을 한 층 올려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뜨끈하고 달콤한 군고구마에 단팥 막걸리라니, 침이 고이지 않을 수가 없다.


'국순당 쌀 단팥', 예상한 맛의 거의 그대로였고, 그렇기에 맛있었다. 국순당의 막걸리 리스트를 보면 이렇게 다양한 맛으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어떠한 맛이든 실망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캔의 가격은 2500원, 페트의 가격은 약 3200원 정도로 어딜 가든 이 값이 거의 고정인 듯 하니 크게 판매처를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관심이 간다면 보일 때 구매하도록 하자.


팥 아이스크림을 녹인 '국순당 쌀 단팥'의 주간 평가는 3.7/5.0이다. 원래 아는 맛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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