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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r 20. 2018

정원에서 온 반찬-원추리 장아찌

연두 맛


    정원 바위틈에서 연두색 싹을 키워 올리며 봄맞이를 하고 있는 원추리! 2주에 한 번씩 만나는 식구 넷의 이벤트를 상상 중이다. 우리가 만날 시기에 원추리를 캐기 위해 겨우내 담요처럼 덮고 있던 묵은 잎을 추려냈다. 식용의 적기임은 원추리의 키가 알려준다.


    나는 지난겨울부터 봄이 오면 원추리로 장아를 만들고 싶었다. 산촌에 정착한 지 3년간의 경험치로 이즈음 주변을 살펴본 바로는 - 냉이 잎이 적갈색에서 초록으로 변하고, 부추 뿌리에서 싹에 올라오며, 주변 산에 노란색 생강 꽃이 만발하고, 산수유가 꽃망울에서 진 겨자색을 뭉치고 있을 때가 원추리의 1차 수확기다.



    꽃구경 못지않게 나물 관련 축제와 체험 행사이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 머나먼 길 나설 일 없이 오늘 집에서 나는 딸들과 함께 난생처음 원추리 장아찌를 담기로 했다. 겨울을 난 원추리는 영양가가 높고, 부드럽고, 달큼한 맛을 낸다. 독성이 거의 없는 크기는 5~10cm 정도이다.


    나와 아이는 정원에서 자란 원추리 새싹을 가위로 자르기 시작했다. 봄나물의 만져지는 촉감과 원추리의 연두색에 젖어들어 조용히 싹둑싹둑. 각자 한 소쿠리씩을 케서 뿌듯하다. 원추리 잎은 뜨거운 물에 데쳐내어 찬물에 담갔다. 잎들은 몇 번의 헹굼 후 소쿠리에 받쳐놓았다.



    간장에 버섯, 순이 올라온 양파, 텃밭에서 수확해 두었던 마른 고추 세 개, 담금주, 식초, 다시마를 넣고 뭉근히 끓였다. 장아찌의 새콤한 맛은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장기간 보관 시 방부 역할을 위해 식초를 간장과 동량으로 넣는 대신, 신맛이 싫으면 담금주를 이용하면 짠맛도 덜 하고 저장을 걱정할 일이 없다.


    그럼 단맛은 어떻게 할까? 집에는 매실 진액도 올리고당도 없다. 한겨울 목감기에 좋은 모과 계피 절임은 다 건져내어 차로 썼기 때문에 모과와 계피향이 생생하게 남겨진 청을 양념장에 섞기로 했다. 장아찌의 단맛은 겨울에 먹고 남은 과일청이나, 사과즙 이용하면 일거양득이다.


    공룡알로 불리는 돌멩이는 수시로 정원에 놓였다가 부엌으로 불려 온다. 소독을 위해 끓는 물에 끓여 내놓으면 한동안 식지 않는다. 거기다 가만히 손을 얹어보면 온 몸이 돌의 열기로 뜨끈해진다. 실제로 지난겨울 몸살이 났을 때 이웃이 밥솥에 돌을 데워 나의 배와 등에 번갈아 올려 주며 치료 효과를 보았던 행복한 기억이 있다.


 

    겨울 장독대에서 눈만 쌓여가던 옹기에 빠짐 한 원추리를 차곡차곡 담았다. 그 위로 식힌 양념장을 넉넉히 부어 두었다. 서너 시간 후 국물을 따라내어 한번 더 끓여서, 식힌 뒤 보관 용기에 원추리를 옮겨 담고 양념장을 부으면 된다.


    잎은 일일이 분리할 필요 으나, 원추리는 용기의 아래쪽에 넣으면 양념이 잘 베이고, 차려낼 때 멋스럽다.


    홈메이드 저장음식은 아끼는 사람들과 나누는 게 제맛이다. 서울과 부산에 보낼 것 한통씩을 담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두니 반찬으로, 피클로, 김밥 재료인 우엉 대신 쓸 수가 있을 것 같아 기쁘다. 조만간 한번 더 어린 원추리를 수확하여 나물이나 국에 요긴하게 쓸 텐데. 이렇게 두 번 정도 잘라주면, 진딧물이 왕성한 시기를 피해 꽃을 피울 수 있어 정원화 구실을 톡톡할 수 있다.


    작년: 세 번째 싹에서 피었던 원추리 꽃. 날마다 새로운 꽃이 피어나기에 꽃 차로 풍성하게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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