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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Feb 26. 2024

코에서 노니는 자연산 송이의 멋

- 자연산 송이의 향긋한 향을 담았다, '자연송이주'를 음주해보았다.

개인적으론 술을 음주함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향이다. 술에 다양한 맛매들 중 코를 막는 것이 아닌 이상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이 냄새이며, 그 냄새는 술을 입에 머금더라도 끝까지 머물러 있기에 사람으로 치면 첫인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굳이 술을 입에 머금지 않더라도 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약주 같은 경우는 향에서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그러한 첫인상에서 자연을 보여주는 술을 한 병 들고 왔다. '자연송이주',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송이버섯이 담겨있는 작품으로서, 한 모금 머금으면 코와 입에 자연산 송이가 자연스럽게 번져나간다고 한다. 과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버섯을 담은 이 술의 맛과 향은 어떨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자연산 송이의 향긋한 향을 담았다, 자연송이주

겉으로 보이는 병의 모습은 옛날 마트 매대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약주를 떠오르게 만든다.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원기둥 형태로 올라가고 있으며, 마개 부분은 금색으로 은은한 술의 색과 같은 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전면부의 라벨엔 '송이주'라는 이름이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글씨체로 쓰여 있는데, 한글뿐만 아니라 한자가 더해진 덕에 '전통주' 특유의 아름다움이 한결 더 살아난 듯하다. 병 자체는 그리 특별하다고 말하기 어려우나, 라벨에 보이는 송이와 병 안으로 비추는 술의 빛깔은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준다.


'송이주'는 '솔래원'에서 강원도 깊은 산 청정자연에서 채취한 자연산 송이를 이용해 탄생한 술로서, 장인의 정신과 함께 송이버섯을 그대로 담아내었다.


주정 탱크 속에서 오랜 시간 시간을 보내며 태어난 술은 싱싱한 송이의 향과 맛을 혀와 코로 가져다주고, 부드러운 목넘김과 함께 깊은 풍미와 영양을 선사한다고 한다. 참고로 '솔래원'은 청정 자연산 송이 저장 연구를 세계 최초로 성공한 이력을 지녔다.


제품의 용량은 300ML, 도수는 18도, 가격은 5000원. 혼자서 즐기기 딱 좋은 용량에 일반적인 초록병 소주와 비슷한 알코올 함유량, 그리 부담되지 않는 적당한 금액을 보여준다. 요즘 나오는 전통주 하나하나의 가격이 쉽지 않다 보니 이 정도 값이라면 상당히 반가운 기분이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과는 달리 비교적 투명한 색을 띠고 있다. 안으로 보이던 빛깔과 같이 노르스름한 색깔을 보여주지 않을까 했지만, 깨끗한 호수에 노란 물감을 톡 하고 한 방울 떨어뜨린 정도이다. 거의 일반적인 증류주와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코를 가져다 대니 생송이 향이 예상보다 강하게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송이버섯의 향을 담고 있으며, 미미하게 흙과 단 향이 그 주위를 겉돌고 있다. 알콜의 향도 느껴지긴 하나 소주와 같은 도수라고 생각했을 때 그 역함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전반적으로 잘 손질된 송이의 새하얀 부분을 코에 대고 있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송이주라 하여 어느 정도 씁쓸한 느낌을 예상하였는데, 일단 향에선 그러한 모습 없이 송이를 그려낸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단 맛을 간직한 술이 부드럽게 혀를 감싸준다. 약한 씁쓸함과 감미, 거기에 버섯향이 더해져 입 안을 채워주는 술로서, 그냥 마시기보다는 코를 열고 향을 들이켜면서 마셔야 조금 더 술을 즐길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질감 자체가 고운 편이기에 혀에서부터 목넘김까지의 과정이 수월하게 진행되며, 조금의 흙맛과 알코올, 버섯의 향이 상당히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향과 같이 알콜의 역함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송이주의 맛이나 향이 은은하게 들어오기에 이러한 알코올의 강도가 강하게 느껴졌다면 술을 온전히 즐기기 어려웠겠으나, 알콜의 맛을 잘 다듬어 놓아 송이를 즐기는데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비슷한 도수인 초록병 소주와 비교한다면 정말 큰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목넘김 이후에는 송이향과 감미, 알코올을 남긴 후에 사라진다. 이 때 후미의 길이는 약 3~4초 정도로서 여운을 즐기기보단 깔끔하게 다음 잔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버섯향과 함께 달콤 씁쓸함을 약하게 보유한 술이 가볍게 들어왔다가 산뜻하게 날아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전체적인 어우러짐이 참 좋다. 알콜을 잘 눌러놓은 소주에 송이를 담궈놓은 상태로 팔팔 끓인 듯한 술이다. 설탕, 과당, 올리고당 등을 사용하여 감미에선 익숙한 증류주의 기억이 떠오르긴 하지만, 버섯향이 술의 처음부터 끝까지 입김을 펼치고 있어 자연 송이주라고 말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향이 시작과 마무리에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그러한 표현력은 이 술의 이름이 '자연송이주'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확실히 가진 가격에 비해서 훌륭한 풍미를 지녔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백숙, 떡갈비 등을 추천한다. 백숙 한 점이나, 떡갈비 한 점에 송이주 한 잔은 참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자연송이주', 이름 그대로의 맛을 뽐내는 술이었다. 가격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기에 송이향이 궁금한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상이하다. 10% 내외 정도로서, 잘 보고 구매하면 500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버섯향이 그윽하게 퍼지는 '자연송이주'의 주간 평가는 4.0/5.0이다. 숲 속의 송이 향이 코에 스며들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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