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셔의 손 Nov 04. 2022

소녀시대, 2022년 여름을 제패하다

우리는 모두 소녀시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 소녀시대 봤어?


올여름, 90년대생 필자가 어느 모임에 나가든 들었던 질문이다. 누군가 이 질문으로 이야기를 열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아는 형님 소녀시대 편을 봤는지, 수영의 쪼를 보았는지, 그 쪼를 따라 하는 유리가 얼마나 웃겼는지, 그럼 채널십오야는 봤는지, 소시탐탐은 봤는지, 그래서 이번 신곡은 얼마나 좋은지로 이어졌다.

15주년을 맞아 컴백한 소녀시대

그렇다. 2022년 8월, 소녀시대가 15주년을 맞아 컴백했고 그녀들의 컴백 활동은 “요즘” 케이팝 덕후들뿐만 아니라, "나는 요즘 애들은 잘 모르겠더라~"라며 케이팝을 잊고 있던 이들의 가슴을 다시금 뛰게 했다.


그렇다면 15주년을 맞은 소녀시대가 보여준 차별점은 무엇일까? 노래 좋고, 예쁘고, 무대 잘하고, 팬서비스 좋고, 멤버들 케미 좋은 건 다른 아이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활동을 통해 소녀시대는 아이돌계 탑을 찍었던 15년 차 걸그룹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재미, 그리고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소녀시대, 웃기다


소녀시대는 웃기다. 그녀들은 요즘 아이돌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날것의 예능을 능숙하게 보여준다. 연차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뿐만 아니라, 2000년대 강심장과 스타킹 등 매운맛 예능 경험으로 다져진 그녀들의 예능 센스는 필자로 하여금 “그래, 바로 이거지!”라고 외치게 만들었다. 특히나 예능 잘하는 아이돌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소녀시대의 활약은 마른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화제가 되었던 것은 <아는 형님>에서 공개된 수영의 ‘쪼’ 에피소드였다. 평소 칼군무를 엄청나게 강조하는 수영이 정작 본인은 춤을 출 때 너무 심하게 머리를 찰랑거려서, 멤버들이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 쪼에 꽤나 솔직하게 불만을 표한 것이다.

수영의 ‘쪼’에 불만을 표하는 소녀시대 멤버들

수영은 그런 멤버들의 비판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쪼가 담긴 춤을 당당하게 선보였다. 뻔뻔하게 머리카락을 치면서 춤을 추는 게 너무 웃긴 동시에 춤을 너무 잘 춰서 자꾸 돌려 보게 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장면이었다.

자신의 '쪼'를 직접 선보이는 수영

이 에피소드가 공개된 후,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무대 위 수영의 쪼를 보기 위해 그녀의 <FOREVER 1> 직캠을 찾았고, 결국 수영 직캠 조회수는 60만 회를 넘어서고 수영의 쪼만 모아둔 영상도 알고리즘을 타면서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다. 수영의 쪼 에피소드는 단순히 웃긴 것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녀시대 무대를 찾아보게 한 것이다.


또 하나의 예시로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서 멤버 유리는 이번 타이틀곡 중 "널 생각하면 강해져"라는 가사의 안무를 자신만의 버전으로 소화해냈다. 새삼 강해 보이는 ‘헬스장 버전’으로, 아래 이미지처럼 뻔뻔한 표정과 반동이 포인트였다.

유리의 "강해져"


유리의 “강해져”도 수영의 쪼처럼 하나의 밈이 되어 <FOREVER 1> 무대 중 기다리게 되는 파트가 되었고, SM콘서트 무대에서는 다른 멤버들까지 헬스장 버전 “강해져” 안무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수많은 팬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유리의 “강해져” 파트를 따라하는 멤버들

이렇듯 유리의 "강해져"와 수영의 "쪼"는 웃겨서 화제가 된 동시, 소녀시대 무대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어  음방 영상을 계속해서 찾아보게 만들어주었다. 음악방송에서 소녀시대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만 봐도 즐거운데, 무대 곳곳에 밈이 숨겨져 있어 웃기기까지 하니 때로는 황송할 노릇이었다.


이 외에도 소녀시대는 놀라운 토요일, 채널십오야 등 굵직한 TV와 유튜브 예능에 출연해서 몇십에서 몇백만의 조회수를 이끌어냈고, 그녀들의 활약은 많은 이들이 잊고 있던 ‘재미있는 아이돌에 대한 갈증’을 제대로 해소시켜주었다.


소녀시대, 감동적이다


예쁘고 무대 잘하고 웃기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이번 활동에서 소녀시대는 감동을 주었다. 본인들에게, 팬들에게, 케이팝을 사랑하는 대중에게 소중한 추억인 소녀시대라는 그룹을 성공적으로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번 활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멤버들은 각기 다른 소속사에서, 영화를 찍으며, 드라마를 찍으며 컴백을 준비했다. 개인 스케줄만 해도 바쁜 멤버들끼리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월별로 리더를 번갈아가며 맡는 등 모든 멤버가 그룹을 유지하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컴백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 느껴진 활동이었고, 이것이 많은 대중에게 전달되어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소녀시대 15주년 컴백에 대한 댓글 반응

멤버 개개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의미가 컸다. 지난 몇 년 간 멤버들은 연기, 솔로 활동, 뮤지컬 등 본인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분야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고, 꾸준한 자기 관리와 함께 각자의 분야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윤아와 서현, 유리, 수영은 물론 디제잉을 하는 효연, 솔로 활동을 이어나가는 태연, 예능에서 패널로 활약하는 써니, 뮤지컬과 프로듀싱을 하고 있는 티파니까지.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멤버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며 빛나고 있는 멤버들이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며 다시금 본인들의 시작점인 소녀시대로서 모였을 때, 여덟 명의 멤버들은 더더욱 빛날 수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도, 함께 모였을 때에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무엇보다 소녀시대의 소중함을 잊지 않은 여덟 명의 멤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들었던 이번 활동이었다.


다시 만난 세계로 케이팝에 입문했던 필자가 초등학생 때 생일선물로 소녀시대 ‘Baby baby’ 앨범을 받아 한껏 들떴던 기억이 난다. 닳도록 언니들의 사진을 보고, 가사집을 읽고, 노래를 듣다가 급기야 소녀시대 새 멤버가 되는 상상까지 수없이 했었더랬다.


그렇게 소녀의 마음을 흔들었던 언니들은 이렇게나 멋지고 유쾌한 모습으로, 그 누구보다 소녀시대를 아끼는 마음과 함께 다시 돌아와, 이제는 성인이 된 필자의 가슴을 다시금 뛰게 했다. 그래서 90년대생 필자와 친구들은 올 여름, 그렇게나 입을 모아 소녀시대에 대해 얘기했나 보다. 더 길게 말해 뭐하나, 입만 아픈데. 역시 소녀시대는 소녀시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돌, “우리 오빠”에서 “우리 애”가 되기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