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Sep 18. 2021

동충하초의 비밀

동충하초(冬蟲夏草)는 분명 식물이다. 약재로도 많이 사용된다. 옛날 중국에서 진시황과 양귀비도 이를 즐겨 먹었다고 하며 굉장히 귀한 약초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왜 이름이 동충하초일까? 


  한문으로 보면 겨울에는 벌레, 여름에는 풀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이 어떻게 해서 붙여진 것일까? 동충하초는 사실 곤충을 숙주로 삼는 일종의 균류에 해당하는 버섯이다. 이 버섯의 포자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살아있거나 죽어 있는 벌레에 자리를 잡으면 그 벌레를 숙주로 기생하는 것이다. 


  벌레의 겉껍질이 딱딱하기는 하지만 동충하초의 포자가 벌레의 껍질에 많이 내려앉으면 거기서 자란 균사가 효소를 분비하여 곤충의 껍질을 녹이고 곤충의 몸 안으로 균사를 뻗어 그 속살로부터 영양분을 빨아들이게 되고 그 곤충은 결국 껍데기만 남게 된다. 


  동충하초가 기생하는 곤충도 여러 가지이다. 매미, 귀뚜라미, 나비, 딱정벌레, 메뚜기 등 여러 종류의 곤충에 그 포자가 달라붙는다. 그뿐만 아니라 곤충의 번데기나 애벌레에도 끔찍할 정도로 달라붙는다. 일단 곤충이나 그 애벌레에 달라붙으면 천천히 자신의 균사를 그들 몸속으로 박아서 기생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겨울엔 천천히 자신의 영양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그냥 곤충 그 자체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나면 숙주였던 곤충이나 애벌레는 결국 속살을 다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긴 채 죽고 봄이 어느 정도 지나 여름이 되면 우리가 보기에 약초처럼 되는 것이다. 


  나는 사실 동충하초를 먹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약초나 식물 같아 보이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곤충의 속살이 변해버린 것으로 보이기에 너무 징그럽기 때문이다. 요즘엔 동충하초가 마시는 차로도 먹는 환약으로도 많이 팔리고 있지만 내 눈에 결코 아무리 모습이 약초같이 생겼더라도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실 비위가 약해서 다른 영양식 같은 것도 아예 먹지 못하기도 한다.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돼지고기나, 닭, 소고기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다른 것을 먹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중국에서는 이 동충하초를 인삼, 녹용과 더불어 3대 약재라 하여 만병통치약으로 취급한다고 한다. 현대 한의학에서도 그 성분을 분석해 보니 여러 가지로 좋은 성분이 많다고 한다는데 나는 그래도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은 없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마음을 바꾸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어릴 때 강아지나 곤충하고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으로 인해 마음 바꾸는 것이 그리 쉽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동충하초는 곤충이 식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갑자기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라는 것이 생각이 났다. 곤충이 식물로 다시 태어난 것일까? 그 동충하초를 먹는 사람은 그 동충하초였던 식물이 사람의 일부로 되는 것일까? 세상은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일까? 물론 내가 죽으면 아마 내 몸의 성분이 산산이 흩어져 어디론가 가버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히 그것이 지금의 나는 아닐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이 나에겐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의 존재는 그저 유한하며 더 이상을 바라고 싶은 마음도 없고 이 세상에서 사는 몇십 년으로 만족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