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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30. 2024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영화 <허클베리 핀의 모험>  1993년

영화 <허클베리 핀의 모험>(1985), <허클베리 핀의 모험>(1981), <허클베리 핀의 모험>(1972), <허클베리 핀의 모험>(1960), <허클베리 핀의 모험>(1955), <허클베리 핀의 모험>(1939) 

     

경고문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기소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추방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총살할 것이다.

-지은이의 명령에 따라, 군사령관 G.G

(P11)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 나에 대해 잘 모를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 책을 쓴 사람은 마크 트웨인이라는 사람인데 대체로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좀 뻥튀겨 말한 대목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진실을 적고 있는 셈이지요. 그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나는 여태껏 한두 번 거짓말을 안해 본 사람을 본 일이 없답니다. 모르긴 해도 거짓말을 한번도 안해 본 사람이라면 폴리 아줌마나 과부댁 또는 메리 정도일 거라구요. 폴리 아줌마랑 -톰의 아줌마 폴리 말이지요- 메리랑 더글러스 과부댁 이야기는 그 책에 다 적혀 있습니다. 방금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얼마나 뻥튀기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진실을 적어놓은 책이지요.            (P15-16)    

 

벌써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강가 위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진 곳에 카누를 돌려놓고는 달이 뜨기를 기다렸습니다. 버드나무 하나에다 밧줄을 매어놓은 다음 밥을 먹었지요. 그러고는 카누 바닥에 드러누워 담배를 피우며 계획을 짜냈습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돌멩이를 잔뜩 담은 부대 자국을 따라 강가까지 가서 내 시체를 찾아 강 바닥을 뒤질 거야. 그 다음 옥수수 가루 자국을 따라 호수까지 가서 나를 죽이고 물건을 훔쳐간 강도를 찾아 호수에서 흘러 내리는 개울을 따라 내려갈 거야. 내 시체 때문이 아니라면 절대로 강을 뒤질 리가 없겠지. 금방 시체 찾는 일에 싫증이 나서 그 이상 더 내 일에 마음을 쓰진 않을 거야. 잘됐어. 그러면 나는 어디든지 내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가 있지. 잭슨 섬이라면 안성맞춤일 거야. 나는 그 섬이라면 꽤 잘 알고 있고, 또 그 섬에는 아무도 올 리가 없어. 게다가 또 나는 밤에는 카누를 타고 마을에 가서 숨어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얻어올 수도 있어. 뭐니뭐니 해도 잭슨 섬만한 곳이 없지 뭐야 하고 말입니다.        (P80-81)     

대관절 이 섬에 나와 같이 있는 작자가 누구일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찾아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이렇게 결심을 하고 나니 금방 마음이 가벼워지는 겁니다.

그래서 노를 집어들고 한두 발 강가에서 미끄러진 다음 그늘 아래로 카누를 저어나가습니다. 달은 빛났고 그늘 밖은 마치 대낮처럼 훤히 밝았습니다. 거의 한 시간 동안이나 찾아다녔지만 모든 것은 바위처럼 고요하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때 나는 거의 섬의 아래쪽 끝에까지 와 있었습니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조금 불기 시작하였고, 밤이 거의 다 지샜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지요. 노를 사용하여 카누를 돌려 뱃머리를 강가에다 대고, 총을 들고 슬그머니 숲 가장자리에 몸을 숨겼습니다. 거기 있는 통나무에 걸터앉아 나뭇잎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지요. 달이 졌는지 어둠이 온통 강 위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나무 끝에 파릿한 줄무늬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침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총을 집어들고는 아까 밟았던 그 야영 모닥불이 있던 곳으로 살금살금 접근해 갔습니다. 1,2 분씩 걸음을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이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그 장소를 찾아낼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저 멀리 나무 사이로 불빛이 보였습니다. 나는 조심조심 그쪽으로 접근해 갔지요. 그것이 똑똑히 보일 만큼 가까이 가서 보니 웬 사내 하나가 땅 위에 벌렁 누워 있는 겁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지요. 사내는 머리에다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있었으며, 머리가 거의 불 속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내로부터 약 6피트쯤 떨어진  우거진 덤불 뒤에 앉아 두 눈을 사내에게서 잠시도 떼지 않고 지켜보았습니다. 동쪽 하늘이 히멀겋게 밝아왔습니다. 얼마 후 그 사내는 꿈틀하더니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고는 담요를 쳐들었습니다. 아니, 그 사내는 왓츤 아줌마네 노예 짐이 아니겠습니까? 그를 보자 나는 정말로 반가웠지요.

“어이, 짐!” 하고 소리치며 뛰쳐나갔습니다. 

짐은 벌떡 일어나더니 놀란 듯이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P93-94)     

우리들이 마침내 섬 아래까지 왔을 때는 한시 가까운 시간이 되었음에 틀림없었고, 뗏목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만약 배가 가까이 다가오면 우리들은 카누에 옮겨 타고 일리노이 주 쪽으로 내뺄 작정이었지요. 배가 오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카누에다 총과 낚싯줄과 먹을 것을 싣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우리들은 너무도 서두른 나머지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겁니다. 모든 물건을 다 뗏목에 실으려고 한 것은 잘못 생각한 거였지요.

만약 그 아저씨들이 섬에 온다면 내가 지펴놓은 모닥불을 발견하고는 밤새도록 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감시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두 사람은 우리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고, 설령 내가 불을 지핀 모닥불에 속아넘어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건 내 탓이 아니지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두 사람을 골탕먹인 겁니다.      (P140-141)     


닭을 슬쩍 훔쳐가지고 돌아올 때도 있었습니다. 아빠는 늘 입버릇처럼 기회만 있으면 언제나 꼭 닭을 훔치라고 말했었지요. 만약 내가 닭을 원치 않으면 그걸 원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고, 또 착한 일은 잊혀지지 않고 두고두고 고마움을 받는 법이라나요, 나는 아빠 자신이 닭을 싫어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어쨌든 아빠는 늘 그런 소리를 하곤 했지요. 

해가 뜨기 전 아침이면 나는 옥수수밭으로 몰래 기어 들어가 수박이며 참외며 호박이며 햇옥수수며 그런 것들을 슬쩍 빌려와도 나쁘지 않다고 했지요. 그러나 과부댁은 그것은 훔치는 것을 부드럽게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착한 아이라면 그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짐은 과부댁의 말에도 일리가 있고 또 아빠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P144-145)     

“짐, 저 배에 올라가 볼까?”

그러나 짐은 처음에는 완강히 반대했습니다.

“난 난파선 같은 데 가서 기웃거리며 돌아다니기 싫당께. 지금 우리들은 뭐 하나 부러울 것 없이 잘 지내고 있쟎여. 성경책 말마따나 부족함이 없는데 괜스리 욕심을 내는 게 아니랑께. 모르긴 몰라도 그 난파선에 망꾼이 있을지도 모르제.”

“망꾼 같은 소리 하네” 하고 내가 말했습니다. “상갑판실과 조타실 말고는 망을 볼 거라곤 아무것도 없잖아. 언제 부서져 떠내려갈지도 모르는 판에 상갑판실과 조타실을 지키기 위해 이런 밤중에 목숨을 내걸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이 말에 짐은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숫제 대답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말야” 나는 다시 말을 이었지요, “선장실에서 무슨 값어치 있는 물건이라도 슬쩍 빌려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아. 시거 담배쯤은 문제 없어 -한 개비에 현찰로 오 센트나 하는 것 말야. 증기선 선장들은 월급을 한 달에 육십 달러 씩이나 받으니까 늘 돈이 많거든, 그러니까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무엇이든 마구 사들이는 거야. 어서 주머니에 양초를 하나 집어넣으라고. 짐, 난 저 난파선을 샅샅이 뒤져 보지 않고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단 말야. 톰 소여 같으면 이걸 그냥 내버려둘 것 같애? 천만의 말씀, 어림도 없지. 톰은 이걸 모험이라고 부를 거야- 바로 그렇게 부를 거야. 비록 목숨을 거는 일이 있더라도 그 배에 꼭 올라가고 말 걸. 그리고 멋지게 해치울 게 아니겠어?- 또 뻐기기는 얼마나 뻐길 거구? 마치 천국을 발견해 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처럼 굴 거다. 톰 소여가 지금 여기 있었더라면 오죽 좋을까”           (P146-147)  

   

“헉, 그렇다면 난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먼. 허지만 꿈치곤 참말로 지독한 꿈이로군. 난생 처음이었제. 이렇게 몸을 녹초로 만들어버리는 꿈은 머리털 나고 처음이랑께.”

“음, 그야 그렇지. 때로 꿈도 사람을 녹초로 만들어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 꿈은 참으로 기똥찼던 모양이군. 짐, 어디 낱낱이 얘기 봄 해봐.”

그래서 짐은 자초지종을 낱낱이 있는 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는데 꽤나 뻥튀긴 점이 많았습니다. 얘기가 끝나자 짐은 이 꿈은 하나의 경고로서 꾼 것이니까 먼저 해몽을 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처음 모래톱은 우리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려는 사람을 나타내지만, 물살은 우리들을 그 사람으로부터 떼어 놓으려는 사람을 나타낸 것이라는 겁니다. 고함소리는 자주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경고로서, 열심히 그 의미를 알아내려고 하지 않으면 우리들을 재난에서 건져주는 대신 도리어 재난 속으로 몰아넣고 만다는 거지요. 그 수많은 모래톱은 앞으로 싸움을 좋아하는 놈들과 갖가지 나쁜 사람들 때문에 우리들이 받게 될 성가신 일을 암시해 주는 것이지만, 우리들이 다만 자기 분수를 지키고, 말대답을 하지 않고, 그 자들의 화를 돋구지만 않는다면 우리들은 그 안개 속을 빠져나와 자유주인 물이 맑고 잔잔한 큰 강으로 들어와 이제 더 이상 귀찮은 일을 당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P182-183)     

그렇다면 옳은 일을 하는 데 힘이 들고, 나쁜 짓을 하는 데는 힘이 들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결과가 똑같다면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 본댔자 소용없는 일이 아닌가? 나는 여기서 그만 딱 막히고 말았지요. 이 문제에 대해 답을 내릴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젠 이 일로 마음 쓰는 것을 그만두고, 이제부터 그때 그때에 제일 편리한 방법을 택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P222)   

  

다음날 일요일 집안 식구 모두가 말을 타고 3마일쯤 떨어진 교회에 갔습니다. 사나이들은 총을 가지고 갔고, 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총을 무릎 사이에도 꽂기도 하고 가까운 벽에도 기대놓기도 했습니다. 새퍼드슨 집 사람들도 똑같이 그렇게 했습니다. 설교는 그저 그랬지요 - 형제애니 뭐니뭐니 하는 지루한 소리만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참 훌륭한 설교였다고 말했으며, 집에 돌아올 때에도 계속 설교 얘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믿음이니 선행이니, 관대한 은총이니 예정 운명설이니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꽤나 거창하게 늘어놓았지요. 나에겐 그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때까지 이렇게 고달픈 일요일을 지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P255)     

이 거짓말쟁이들이 왕도 공작도 아니고 그저 천하의 협잡꾼이요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아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한마디 입도 뻥끗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었지요. 혼자만 알고 내색을 않는 것, 그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싸움도 일어나지 않고, 귀찮은 일도 생기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놈들이 자기들을 왕이니 공작이니 하고 불러주기를 원한다면, 그것이 가족의 평화를 유지하는 한 나는 반대하지 않았지요. 짐에게 얘기해 보았자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빠한테서 무엇인가 배운 바가 있다면, 이런 종류의 인간들과 함께 살아나가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버려두는 거라는 겁니다.          (P283-284)     

“...너희들의 잘못은, 너희들이 사나이다운 사나이를 데리고 오지 않은 점이다. 이것이 첫 번째 잘못이요, 또 다른 잘못은 어둠을 타고 오지 않고 게다가 복면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희들이 데리고 온 것은 절반짜리 사나이란 말이다 - 저기 있는 저 벅 하크니스가 바로 그런 놈이거든 - 그리고 만약 벅이 앞장을 서지 않았다면, 너희들은 그저 소동만 일으켰을 뿐이란 말이야.

너희들은 여기에 오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평범한 인간은 귀찮은 일과 위험한 일은 싫어하는 법이거든. 너희들도 그런 것을 싫어하지만 저기 있는 저 벅 하크니스 같은 절반짜리 인간이 <놈을 사형에 처하라! 놈을 사형에 처하라!>하고 외치면 너희들은 물러서기가 두려워지거든 - 너희들의 본색이 탄로날까 봐서 말이다 - 겁쟁이라는 본색 말이다 - 그것이 두려워 큰 소리를 지르고 그 절반짜리 사나이 윗저고리 꼬리에 잔뜩 매달려서 대단히 장한 일을 해낸다고 큰 소리를 치고는 대단한 기세로 여기로 몰려왔단 말이지. 이 세상에서도 제일 불쌍한 건 오합지중(烏合之衆)이야. 군대가 바로 그렇지 - 오합지중 말이다. 오합지중은 타고난 배짱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들의 집단에서, 그들의 상관한테서 빌려온 배짱으로 싸운단 말이다. 하지만 그 선두에 사나이다운 사나이가 없는 오합지중은 불쌍하기 이를 데 없단 말이다. 자, 이제 너희들이 할 일은 꽁무니를 낮추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쥐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이다. 진짜 사형을 할 작정이라면 남부식으로 어둠을 타고 하는 거야. 그리고 올 때엔 반드시 복면을 가지고 올 것, 사나이다운 사나이를 데리고 올 것, 이 두 가지다. 자, 모두들 돌아가거라 - 너희들 그 반쪽짜리 작자도 같이 데리고 가는 거다” - 이렇게 말하면서 셔번은 총을 왼팔 위에다 겨누고는 격철을 찰싹 하고 올렸습니다.             (P323-324)     

이렇게 생각하자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나는 기도를 올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과거의 내가 아니라 좀더 훌륭한 아이가 뵐 수 있을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무릎을 꿇었지요. 하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하나님에게 감추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또 내 자신에게 감추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지요. 왜 말이 안 나오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 마음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었지요. 속과 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죄를 포기하는 척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가장 큰 죄에 매달려 있는 거지요. 입으로는 옳은 일, 깨끗한 일을 하겠다고, 그 검둥이 주인에게 검둥이가 있는 곳을 편지로 알려주겠다고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겁니다 - 하나님도 그것을 알고 계시지요. 거짓 기도를 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 나는 바로 그것을 깨달은 거지요.

그래서 나는 그야말로 고민에 빠졌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래 편지를 쓰자 - 그리고 나서 기도가 나올는지 보기로 하자. 그러자 놀랍게도 그 순간 내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서 모든 고민이 말끔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기쁘고 마음이 들떠 나는 종이와 연필을 꺼내어 앉아서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P449-450)   

  

나는 숨을 죽이고는 잠시 생각한 끝에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 - 그러고는 편지를 북북 찢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끔찍스런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벌써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뱉은 말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지요. 그러고는 이제 두 번 다시는 마음을 고쳐먹은 일에 대해서 신경을 끄기로 했습니다. 그 모든 생각을 머리에서 깔끔히 씻어 버렸지요. 다시 나쁜 짓을 하기로 하자고 했습니다. 나란 놈은 자라나기를 그런 식으로 자라났으니 나쁜 짓이 내 천성에 맞고, 착한 일은 그렇지 않다고 말입니다.  (P451-452)      

“이제 됐어. 어떻게 할지 알아냈어. 내 가방을 네 마차에다 싣고 네 가방인 척해. 그리고 알맞게 집에 도착할 수 있도록 슬슬 놀면서 말을 몰고 돌아가란 말이야. 나는 마을에 잠시 들어가서 다시 출발하여 너보다 십오 분이나 삼십 분쯤 늦게 도착할 테니. 너는 처음에는 날 알고 있는 척 안해도 좋아.”   

내가 이렇게 말했지요.

“좋아, 헌데 잠깐만 기다려봐. 또 한 가지 얘기할 게 있어 - 나밖엔 아무도 모르는 얘기야. 그건 말이야. 여기 내가 노예 신분에서 구해 내려고 하는 검둥이가 하나 있어 - 이름이 짐이라고 하는데 - 왓츤 아줌마네 짐 말이야.”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뭐라구? 어떻게 해서 짐이 --”

그는 말을 멈추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지요.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난 알아. 그건 더럽고 비열한 짓이라고 할 테지. 하지만 어떻다는 거야 - 난 야비한 인간이야. 짐을 훔쳐낼 작정이야. 네가 입 다물고 누설하지 말아주었으면 해. 그렇게 해줄 거지?”

이 말에 톰은 눈에 광채를 띠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짐을 훔쳐내는 걸 도와주겠어!”                  (P472)     

그것은 보기에도 끔찍한 광경이었지요. 인간이란 다른 인간에 대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들은 너무 늦게 도착했습니다 -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뒤에 쳐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그 사람들 얘기로는, 모두들 순진한 얼굴로 연극 구경을 갔다는 겁니다. 그 불쌍한 늙은 왕이 무대 위에서 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때까지 조용히들 앉아 있다가 누군가가 신호를 보내자 구경꾼 모두가 와아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두 놈에게로 몰려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지금까지의 건방진 생각은 없어지고, 오히려 천박하고 비열하며 어쩐지 모든 것이 내 탓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늘 이런 식이었지요. 옳은 일을 하든 그른 일을 하든 매한가지였습니다. 인간의 양심이란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인간을 탓할 뿐이었습니다. 만일 인간의 양심만큼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똥개가 있다면, 난 그놈을 잡아 독살해 버리고 말 겁니다. 양심이란 인간의 내장 모두가 차지하는 것보다도 더 큰 장소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겁니다. 톰 소여도 나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P482)   

  

톰은 벌떡 침대에 일어나 앉았습니다. 두 눈을 이글이글거리며 콧구멍은 마치 물고기 아가미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말이지요. 그러고는 나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짐을 가둘 권리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서 빨리 가! - 일 분이라도 꾸물거리고 있어선 안 돼. 쇠사슬을 풀어주란 말이야! 짐은 이제 노예가 아니야. 이 지상을 걸어다니는 어느 생물 못지 않게 자유의 몸이란 말이야!”

“이 애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샐리 이모,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정말이에요. 아무도 안 간다면 내가 갈 거예요. 나는 일생 동안 그 검둥이를 잘 알고 있고, 그건 저기 있는 톰도 마찬가지지요. 왓츤 아줌마가 두 달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를 강 하류에다 팔려고 하던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유언으로 그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주었어요.”

“그렇다면 대관절 무엇 때문에 너는 그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주려고 했단 말이냐, 벌써 자유의 몸이 되었다면서?”

“글쎄요, 실은 그게 문제예요. 역시 이모도 여자는 여자군요! 난 모험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피바다에 목만 내놓고 거닐고 - 아니, 맙소사! 폴리 이모다!”

그때 폴리 아줌마가 몹시 기분이 좋은 천사처럼 인자하고 만족스런 표정을 하고 문 안쪽에 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P587-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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