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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S Sep 08. 2019

(책리뷰)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영국의 부패에 대한 강한 혐오로 맞선 미국은 근검절약, 욕망의 억제, 청교도 정신을 앞세워 독립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들이 내세운 가치는 미국 시민 문화의 뿌리가 되었지만, 이 정신은 오로지 백인 남자에 국한된 것이었다. 휴머니즘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부르짖은 미국에게 노예제도란 계륵이며 앞뒤가 맞지 않는 어불성설이었다. 링컨의 노예 해방, 남북 전쟁을 거쳐왔지만 백인과 흑인의 위치는 하루아침에 동등해질 수 없었다.


미국의 고전으로 꼽히는 '앵무새 죽이기' 등 초기 미국 문학은 이러한 모순을 꼬집으며 성장했다. 미 문학의 대부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당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게, 혹은 날카롭게 풍자한다. 이 같은 마크 트웨인의 작품과 메시지는 미국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뿌리가 되었다. 


허클베리 핀은 미국식 관습을 주입시키는 더글라스 과부댁과 왓츤 아줌마에게 지쳐 모험을 떠난다. 도망친 흑인 노예 짐과 함께 뗏목을 타며 미시시피 강을 따라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며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

헉은 짐과 함께 생사를 넘기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했던 흑인 짐에게 동료애를 느낀다. 흑인도 자신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임을 깨닫고, 그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후반부 도망친 노예로 붙잡힌 짐을 구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헉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순수성, 살아있는 양심을 찾는다. 뿐만 아니라 살인자, 사기꾼 등을 만나고 그들의 행동에 동참하지만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인간의 잔인함을 풍자하는 헉의 독백은 독자들을 마냥 웃지만은 못하게 한다.


풍자의 달인인 마크 트웨인은 미국이 내세우는 시민 사회의 가치를 소년도, 성인도 아닌 세대인 헉의 시선으로 꼬집는다. 종교와 사기꾼에 쉽게 선동되는 대중들, 답답한 사회 규범과 무법자가 활개 치는 19세기 말, 미국의 팽창에 가려져 있던 그림자를 매섭게 비판한다. 동시에 낡은 규범과 가치를 깨고 개인의 자유와 양심을 찾으라고 말한다.




잔혹 동화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당시 사회에 대한 섬뜩한 풍자가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기에 읽었을 때보다는 실제 인간 사회를 조금은 겪어본 성인이 읽었을 때 더 강한 메시지로 느껴질 것 같다.

말년의 작품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강한 환멸, 비관적 묘사와 비교하면 왜 이 작품이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이 되었는지 알 것 같다. 마크 트웨인은 인류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만약 그가 지금의 인류를 본다면 뭐라고 일갈할지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메시지에 응답하지 못한 대중들에 실망한 그가 꼬장꼬장한 표정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써내려가는 모습이 상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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