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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25. 2022

동백나무 겨우살이라니

첫날 제주에서 보았던 식물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식물은 동백나무 겨우살이이다. 숙소 인근 바닷가를 돌다가 우연히 동백나무를 보았는데 조금 이상하게 보여서 박형근 선생을 불렀더니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동백나무 겨우살이라는 것이다. 초보 눈에 이런 게 뜨이다니 이번 제주도 식물탐사의 시작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눈앞에서 직접 보니 동백 겨우살이는 일반적인 겨우살이와 모양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 작년에 보았던 겨우살이는 비교적 나무의 높은 곳에 살았다. 예전에 보았던 TV에서는 겨울에 약초꾼이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간신히 채취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눈높이 정도에서 자란다. 직접 본 것도 처음이지만 겨우살이가 동백나무를 숙주 삼아 산다는 사실도 신기하기만 했다.     

 

겨우살이를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동충하초이다. 동충하초는 곰팡이의 일종인 동충하초균이 살아있는 곤충의 몸속으로 들어가 발생하는 곤충기생성 약용버섯을 말한다. 이때 숙주가 되는 곤충은 나비목(붉은동충하초:Cordycepsmilitaris)·매미목(매미동충하초:C.sobolifera)·벌목(벌동충하초:C.sphecocephala), 그 밖에 딱정벌레목·메뚜기목 외에 거미 등도 있다. 이때 균은 숙주를 죽이고 곤봉 모양 또는 줄 모양 등의 자실체를 내는 데 약효가 뛰어나기 때문에 찾는 이가 많다. 동충하초의 유래는 겨울에는 벌레이던 것이 여름에는 버섯으로 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야차굼바(동충하초)를 찾아서, 네팔 돌포. EBS 세계테마기행


인삼, 녹용과 함께 3대 명약으로 알려진 동충하초는 귀하기 때문에 고가로 거래되며 달여 먹거나 삼계탕에 넣어 보양식으로 먹기도 한다. 네팔에서는 동충하초 채취철이면 산촌마을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산으로 향하기 때문에 학교도 문을 닫고 농사일도 중단된다고 한다. 네팔 농촌사람들의 일당 몇 배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동충하초가 사람들의 일상을 멈추게 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동충하초를 채취하는 네팔 사람들을 다루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산골마을에 사는 수십 명이 한꺼번에 늘어서서 동충하초를 찾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화면 속에서 어쩌다 하나씩 나오는 동충하초를 발견한 사람들은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들이 어렵사리 찾은 동충하초는 내수용이 아니라 대부분 수출용이다. 동충하초는 잠시 잠깐 그들의 손을 거칠 뿐이었다.      


동충하초가 값도 비싸고 귀하기 때문에 채취한 이들에게까지 몫이 돌아가지 않는다. 귀하디 귀한 동충하초가 네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으로 대부분 수출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중국 자본은 네팔 사람들의 생활기반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막강했다. 문제는 그렇게 자본의 맛을 본 사람들은 예전 생활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더 심각한 사안은 자본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영혼이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나무 병충해인 동백나무 겨우살이의 작동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겨우살이과의 상록 기생관목인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동백나무광나무감탕나무사스레피나무사철나무의 가지에 침입해 기생근을 형성한다가지에서 흡기를 만들어 기생하다 보면 이상 비대현상이 발생한다피해 받은 가지는 끝부분부터 말라 들어가 결국에는 말라 죽어버리고 만다유일한 방제 방법은 겨우살이가 자라고 있는 곳에서 아래쪽으로 50cm 이상을 자른 후 자른 부위에 테부코나졸 도포제를 바르는 것이다     


겨우살이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겨우살이는 졸참나무 등을 숙주로 하여 스스로 광합성을 하면서도 숙주에게서 영양을 얻는다. 겨우살이는 한방에서는 치통, 요통, 동맥경화 등의 약재로 쓰이기도 하고 술을 좋아하는 이는 술로 담근다. 보통의 겨우살이는 참나무·물오리나무·밤나무·팽나무 등에 기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박형근 선생은 동백나무 겨우살이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처음 본다면 감탄을 연발했다.      


식물 고수도 생전 처음 보는 식물 앞에서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곁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즐겁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주탐사에서 만난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서귀포를 찾을 때마다 생각날 수 있는 매력적인 식물임에 틀림없다. 제주도를 찾을 때면 매번 느끼는 거지만 무언지 특별한 새로움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이번은 어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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