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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Sep 05. 2021

꽃꽂이

배워서 익힘은 무의식에서도 행해진다.

아들이 생일선물로 꽃을 받아가지고 들어왔다.

"엄마, 이 꽃 화병에 꽃아 야 하는데요." 그때 내가 좀 바빠서 직접 꽂아 보라고 했다.

일이 끝나고 2층에 올라가 봤더니 식탁 위에 두 개의 화병에 꽃이 힘없이 쓰러져 있고 너무 짧게 몽당 발 이를 해놔서 어떻게 꽂아야 할지 난감했다.


오아시스나 침봉이 없이 화병에 꽃을 꽂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꽃을 꽂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더욱 난감할 것이다. 나는 꽃을 다 화병에서 꺼내어 보니 꽃의 길이가 너무 짧게 잘라 놓아서 멋지지는 않아도 예쁘게 꽂아 주면 될 것 같아 일단 화병에 잘라놓은 줄기로 삽자로 묶어 중심을 잡고 긴 꽃부터 십자 묶음으로 항아리에 균형을 세워갔다.
아이들은 꽃이 항아리에서 세워지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한다.

나도 오랜만에 꽃을 화병에 꽂으며 이런 것은 작품을 낼 때만 하던 작업인데 세월이 지났어도 내가 배웠던 것은 무의식 속에서도 행해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꽃꽂이를 배우던 시간 속으로 떠나 보았다.


내가 직장생활을 1년 정도 했을 때 그날 중요한 손님이 오신다며 나한테 꽃꽂이를 해 놓으라고 담당 책임자가 말을 했다. " 저 꽃꽂이 못하는데요." 했더니 "여자가 꽃꽂이도 안 배우고 뭐했어."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사법서사 사무실에서 여직원이 들어와 있었는데 자기가 꽃꽂이사범이라고 꽃꽂이를 해주겠다고 해서 그 순간을 모면하고, 그때부터  그분한테 꽃꽂이를 배우게 되었고, 근무 장소를 옮기게 되면 그 꽃꽂이 협회에서 계속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꽃꽂이 교사자격증까지 따게 되었고 대학에서 강의를 제안받은 적도 있었다.


그때는 꽃꽂이 학원도 많았고 여자의 교양수업에 꼭 해야 하는 것 중 하나였다. 대학을 나오고 결혼 준비를 하는 여자들이 꽃꽂이 수업에 많이 참여하곤 했던 시대다. 어느 날 꽃꽂이를 배우고  있는데 그 건물을 지나던 중년 남자분이 들어오셨다. 본인도 꽃꽂이가 배우고 싶어서 몇 번을 망설이다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꽃꽂이를 한다고 하니까. 꽃꽂이는 한두 번만 배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몇 년씩 매주 시간을 내서 배운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다고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꽃꽂이를 배워서 업으로 활용을 하지는 안았지만 꽃을 사서 집에 꽂아놓거나 선물 받은 꽃을 예쁘게 꽂는 정도, 그리고 성당 대축일에 꽃꽂이 담당 도와주는 정도의 취미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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