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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지 Mar 11. 2023

나의 문신 이야기


저는 몸에 2개의 문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함께한지도 거진 5년이 다 되갑니다. 하나는 가슴 쪽에 위치한 연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 팔 안쪽에 새긴 만다라 문양입니다. 아이들과의 소소하고 따스한 이야기를 기대하셨던 분들은 초장부터 대뜸 튀어나온 문신 이야기에 다소 당황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 문신은 네팔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새겨 넣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달 형상을 띈 만다라는 촘촘하게 엮인 화살로 표현되어있습니다.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 목소리를 내며 맞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중앙에 위치한 태양 문양은 아이들을 상징합니다. 아이들은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니까요. 태양을 중심으로 밑에는 배움을 상징하는 책을, 위로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작은 종이 비행기를 그려넣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배우고, 성장해서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옆에서 조용히 그 꿈을 응원하고 싶다는 제 바람도 함께 실어서요. 



만다라(Mandala)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본질을 뜻하는 만달(Mandal)과 소유를 뜻하는 라(la)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낱말로, "본질을 소유한 것", 또는 "본질을 담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저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이 제 본질과 맞닿아 있기를 바란 것 같습니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오른팔 바깥쪽이 아니라 굳이 안쪽에 새긴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자주 보고 싶었거든요. 오른팔을 내려다볼때마다 그 다정하고 따스한 미소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생활하면서, 공부하면서, 일하면서 몇번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바라면서요. 저는 오른손잡이라 공부하기 위해 펜을 잡을 때도, 일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두드릴 때도, 밥을 떠먹을 때도 오른손을 사용합니다. 삶에 지쳐 일이고 공부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마다 가로 4센티, 세로 11센티의 선명한 잉크 자국이 제가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담담하게 상기시킵니다. 



눈을 감으면 아이들과 함께 만든 추억들이 잉크 자국보다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마치 잔잔한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되는 흑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선명함 입니다. 꼭 특별한 장면만 기억에 남는 건 아닙니다. 저에게는 추운 겨울 따뜻한 네팔식 밀크티(찌아)를 호호 불어 나눠 마시던 순간이나, 해사하게 볕이 잘 드는 날에 아이들 손을 잡고 자박자박 걸어가던 시간들이 그렇습니다. 사람은 그 사랑의 기억으로, 그 찬란함으로 인해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젠가 제 삶의 새로운 이야기를 새길 날이 오겠지만, 그때까지도 그리고 그 이후로도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은 영원히 저와 함께하겠지요. 간혹 나이가 들어서 피부가 쪼글쪼글해지면 문신이 보기 싫어지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그런데 겉보기에 좀 쪼글해 보이면 어떤가요. 언젠가 멋있는 할머니가 되어서 몸 곳곳에 새겨진 삶의 이야기들을 모험의 훈장 마냥 손으로 짚어가며 근사한 여행담을 늘어 놓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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