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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나무 Apr 15. 2021

누에고치와 함께 하는 자연놀이

#1. 처음 만난 누에고치

성충으로 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실을 토하고 또 토하는 힘겨운 여정을 하는 유충이 있습니다.

그 작은 몸으로 약 60여 시간 동안 토한 실은 둥그런 집이 되어 번데기를 보호해줍니다.

하나의 작은 집은 실이 되어 그 길이가 자그마치 1,200m~1,500m나 된다는 놀라운 이야기에 작은 곤충의 능력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누에고치


이러한 경이로운 작업을 하는 유충은 바로 누에입니다.

누에는 누에나방의 유충으로 누에가 만든 작고 귀여운 집은 바로 누에고치입니다.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은 명주실의 원료로 쓰이며 고급 실크 옷을 만드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누에고치의 단백질을 이용해 약 1분 만에 금지약물 복용을 판별할 수 있는 패치를 개발했다고 해요. 관절 연골 이식 수술에도 이용되는 누에고치 단백질. 정말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누에는 누에나방으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양의 뽕잎을 먹고 또 먹습니다. 그리고  5령 누에가 되면 번데기로 변하기 위해 집을 지어요. 우리가 흔히 먹는 번데기는 바로 이 누에나방의 번데기입니다.


번데기 과정을 거쳐 누에나방으로 성장을 마치면 입은 퇴화되어 먹지 않고 바로 본연의 임무인 종족보존을 위한 짝짓기와 알을 낳고는 이내 생을 마감합니다.

누에, 누에고치, 번데기 심지어 누에 똥까지 다방면에서 쓰이는 누에는 사람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사실 사람에게 실과 단백질만 제공해주면 죽을 때까지 먹을 뽕잎을 제공받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누에의 인생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몽글몽글 귀엽기까지 한 이 누에고치로 아이들과 놀이를 한다면 어떤 놀이를 할 수 있을까요?


처음 아이들에게 자연물을 보여줄 때 이름을 먼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어떤 것일지, 누가 만든 것일지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어봅니다.



누에고치를 계란판에 넣어 아이에게 권해보았습니다.



아기새의 알이냐고 묻기도 하고, 점토로 만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톡톡 두드려 보고, 향도 맡아보고 어떤 친구의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한 아이들입니다.


오감으로 이야기 나누기.

시각 : 색깔과 모양을 살펴보자. 어떤 모양인 것 같니? 이 모양과 닮은 친구는 어떤 것이 있을까?

촉각 : 만져보자. 부들부들 느낌이 신기하지? 가벼울까 무거울까? 어떤 걸로 이 모양을 만들었을까?

후각 : 향을 맡아보자. 어떤 생각이 드니?

청각 : 톡톡 두드려 보고, 바닥에 떨어뜨려보자.

미각 : 이 모양과 비슷한 모양의 먹거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


준우는 큰 쌀알 같기도 하고 개미 알 혹은 공룡알 같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엄마가 공룡알을 발견한 것 아니냐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은유는 아기새의 알이라며 안에 아기새는 어디 갔는지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바로 손에 끼워 놀이를 시작하는 아이.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본인의 손가락이 들어갈만한 크기의 구멍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넣어봅니다.

손가락이 신기하게 변하자 신이 났는지 하루 종일 끼우고 식사도 합니다.

마치 본인의 손이 스파이더맨으로 변한 것 같다는 아이. 

엄마의 눈에는 개구리 손가락 같습니다.




요리조리 만지며 손가락에 끼우고 한참을 놀이하던 아이는 이 속에 넣을 작은 물건들을 찾아냈습니다.

놀이에 사용하고 남겨두었던 렌틸콩과 작은 돌멩이들이 그 재료입니다.


담고, 붓고, 식당도 차리고, 꽃집도 차리고.

온전히 자신만의 생각으로 놀이를 이어갔습니다.


아이와의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양육자의 목표의식을 버리는데에서 시작합니다.


배워야 한다는 목표, 인증을 남겨야 한다는 목표 등을 버리면 아이만의 생각을 키워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놀이 그대로를 기다려주고 아이의 생각을 따라주세요.

자연물과 함께하는 놀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지켜봐 주세요.

깊이 있는 놀이가 됩니다. 생각이 커집니다.




한참을 놀이하던 은유는 집에 있는 나무 조각에 누에고치를 씌워주었습니다.

작은 나무마을이 되었어요. 꼭 귀여운 버섯 같기도 합니다.


이름 지어주기.

준우는 이 하얗고 귀여운 것을 '뽀숑이'라고 이름 지어주었습니다.

은유는 최종적으로 '공룡알'이라고 이름 지어줬어요.


'뽀숑이'와 '공룡알'이 바로 누에고치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들이 얼마나 신나 할까요?

반응을 상상하는 즐거움에 엄마는 더 나중에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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