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힐링] 나무의 황제 '비자나무' 습기 잘견디고 무늬도 고와 가구재로 널리 활용

기사입력 2014-06-03 08:36 기사수정 2014-06-03 08:36

박형순의 신비로운 나무의 생태

비자나무는 겉씨식물인 주목과(朱木科 Taxaceae)에 속하는 상록교목으로 주목과에 속한다.

이 나무는 목재로 쓰거나 관상용으로 심고 있는데, 일본 남쪽 섬이 원산지이다. 비자나무속(榧子─屬 Torreya) 식물 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키도 10~25m에 이르지만 온대지역보다 추운 곳에서는 관목처럼 자란다. 줄기가 편평하게 옆으로 퍼지거나 약간 위를 향해 자라기 때문에 식물의 전체 모양이 짤막한 달걀 모양 또는 피라미드처럼 보인다.

꽃은 단성화이며 4월에 핀다. 수꽃은 10개 내외의 포가 있는데 갈색이며 길이 10mm 정도로 10여 개의 꽃이 한 꽃자루에 달린다. 암꽃은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달걀 모양으로서 한군데에 2∼3개씩 달리고 5∼6개의 녹색 포로 싸인다. 열매는 다음해 9∼10월에 익고 길이 25∼28mm, 지름 20mm, 두께 3mm 정도로 타원형이다.

수피(樹皮)는 부드럽고 붉은색을 띠지만 오래된 나무에서는 갈색으로 변하고 조각조각 떨어져나간다. 잎은 굽은 창 모양이지만 끝이 단단하고 가시처럼 뾰족하며 앞면은 진한 초록색이고 광택이 난다. 잎을 비비면 톡 쏘는 듯한 불쾌한 냄새가 난다. 씨는 크기가 2~2.5㎝이고, 일본에서는 씨의 기름을 요리에 쓰고 있다. 다육질의 종의(種衣)는 밝은 초록색이나 때때로 연한 자줏빛을 띠기도 한다. 노란색의 목재는 부식되지 않아 가구·상자·조각 및 선반의 재료로 쓰인다.

전라남도 장성군 백양산으로 남쪽에서 자라는 늘푸른 바늘잎나무이지만 어릴 때 월동 보호만 잘하면 중부 지방에서도 생장이 가능하다. 제주도에 2300여 그루의 대군락을 이루는 비자림이 있다. 늘푸른 잎과 웅장하고 품위 있는 수형은 장엄미를 느끼게 한다. 큰 비자림에는 풍란, 콩짜개란, 비자란 등 난과식물이 함께 자라기도 한다.

잎에서는 비자나무 특유의 향기가 나며 잎 끝이 손을 찌를 정도로 날카롭고 딱딱한데, 이런 점에서 잎이 부드럽고 잘 휘어져서 살을 찌르지 않는 개비자나무와 구별된다.

대추처럼 생긴 열매는 붉은 자주색으로 익으며 그 안에 아먼드 또는 땅콩처럼 생긴 씨가 들어 있는데 이 씨를 비자라 부른다. 비자는 맛이 떫어서 날것으로 먹기에는 거북하다.

목재는 안쪽과 바깥쪽의 구별이 불명확하고 노란빛을 띠며 나이테가 촘촘히 있어 마치 나이테가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이것으로 성장이 무척 더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이 더딘 만큼 재질이 치밀하면서도 연하고 탄력성도 좋아 바둑판으로 많이 쓰였다.

습기에도 잘 견디고 배나 관을 만들 때 유용하게 사용했으며 무늬가 고와 '문목(文木)' 또는 '나무의 황제'라는 별칭까지 가지고 있다. 열매는 독성이 강하며 예전에는 촌충 구제약으로 유일한 특효약 대우를 받아 인공조림식재도 많이 했다. 열매에서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사용하거나, 불을 밝히는 등유로도 이용 되었다.

민간에서는 잎과 가지를 태워 그 연기로 모기를 쫓는 데에 사용했으며, 씨는 건조함을 매우 싫어해서 약간만 건조해도 휴면하는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 등지에서 자라고 있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제39호인 전남 강진군 병영면의 비자나무, 제111호인 전남 진도군 임회면의 비자나무, 제153호인 전남 장성군 북하면의 비자나무, 제239호인 전남 고흥군 포두면의 비자나무숲, 제241호인 전남 해안군 해안읍의 비자나무숲, 제287호인 경남 사천시 곤양면의 비자나무 등이다.

낮에도 밤나무, 죄없이 비자나무 하면서 어린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나무이다. 비자나무는 제주도, 전남북지방에서 주로 자라고 있다. 제주도의 비자나무숲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백양산과 내장산의 비자나무도 유명하다. 일본에도 비자나무는 있는데 주로 난대림과 온대림에 난다. 우리나라도 제주도의 것은 난대림지역으로 볼 수있고 내장산의 것은 온대 남쪽 숲으로 볼 수 있다. 비자 나무종류는 중국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다. 비자나무열매가 곧 비자인데 전에는 이것이 뱃속의 기생충, 가령 촌충, 회충, 십이지장충 등을 구제하는 약으로 많이 쓰여져서 이 나무를 본 일은 없어도 비자나무란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었다.

그래서 비자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가까운 자리에 있으면서 그동안 약으로서 고마운 일을 많이 해 왔다.

비자나무에 대해서 개비자나무가 있는데 개비자나무는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해서 우리나라 경기도지방에까지 올라와서 자란다. 비자나무는 잎끝이 바늘처럼 날카롭고 단단해서 만지면

손을 찌르고 통증을 느끼게 하나 개비자나무의 잎은 부드럽고 잎끝이 유연해서 만져도 살을 찌르는 일이 없어 잘 구별이 된다.

비자나무는 큰 나무로 자라지만 우리나라의 개비자나무는 관목으로서 키가 낮고 줄기도 가늘다. 나무 높이가 2~3m를 넘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개비자나무도 10m 높이로 자란다고 하는데 기후 탓인지는 알 수 없다. 개비자나무는 많이 모여 나는 일이 드물고 드문드문 나타나며 그 숫자가 많지 않다. 제주도와 내장산 등의 비자나무는 모여서 나지만 이것이 자연상태로 된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심은 것인지 알수 없다. 비자나무 열매는 무거워서 그대로 땅에 떨어지고 또 이 나무는 어릴 때 그늘을 좋아하므로 어미나무의 그늘에서 살아가기에 적당하고 다른 나무를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 그곳에 만들어지므로 비자나무는 어미나무아래서 무더기로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우에끼 교수는 기록하기를 [조선에 있어서 비자나무가 진정 야생에의 것인지 알 수 없다. 큰 비자나무는 제주도와 전남에만 나고 그 수가 극히 적고 큰 나무는 줄기 직경 약 2m. 수고 약 11m , 수고 11m,수령 약 400 년으로 추정되는 것이 강진에 있다. 한라산 동북쪽 산록지대에는 면적 약 38 핵터에 약 5천 그루의 비자나무가 숲을 만들고 있다. 조선조때 열매를 따서 궁중에 바쳤고 제주목사가 이것을 관리했으나 지금은 숲이 많이 황폐해 있다. 그러나 줄기의 평균직경 85cm, 수고 11m 에 이르는 수천 그루의 비자나무가 자라고 있다]라고 했다.

전남 고흥군 금탑사, 장흥군 보림사, 전북 고창군 선운사, 그리고 백양사, 내장사 등에 비자나무 숲이 있는 것을 보면 이 나무는 무언가 사원과 관계가 있었던 양 생각되기도 한다. 전남 진도 임준면의 비자나무는 높이가 약 9m, 줄기의 가슴높이 둘레가 약 5.6m 로서 웅장한 수형을 가지고 있는데 열매는 약용으로 되고 정자나무로서 이용되고 있다.

[동구여지승람 [세종지리지(世宗地理志)]를 보면 옛날에는 비자나무가 더 넓게 분포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즉 비자의 산지로서 전남의 나주, 장성, 무안, 장흥, 진도, 강진, 해남,보성, 영암, 고흥, 함평, 영광, 경상도의 남해, 고령, 단성(丹城) 그리고 제주도가 기재되고 있다. 경북 고령이라 하면 상당히 북쪽이고 내륙지방이다. 대체로 비자나무의 산지는 제주도와 본토의 서남쪽 해안에 따른 각처였다.

특히 제주도의 비자는 일찍부터 유명하였고[고려사]를 보면 문종 7년에 탐라국 왕자 수운나(殊雲那)는 비자, 해조, 구갑, 우황 등을 바쳤고 왕은 왕자에게 중호장군의 벼슬을 주었다는 대목이 있고[경국대전]에는 [제주 삼읍]에는 감귤나무 종류를 해마다 접붙여 심고 비자나무, 산유자나무 등은 부근 주민을 지정해서 이것을 관리시키고 해마다 그 수를 조사해서 보고하도록 한다]는 대목이 있어서 제주도 비자나무 제배에 관심을 쏟고 있었던 것을 알수 있다.

영조실록 39년조에[제주에 명을 내려 비자나무 널빤지 10장을 세공으로 바쳐라]했는데 비자나무의 아름다운 목재도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날 제주도민은 공물에 관련되어 비자나무나 감귤나무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 대체로 이러한 것은 보상이 없는 무리한 징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다산 선생이 쓰신 [목민심서]공전 산림의 대목에서 이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고려조 때부터 조선조에 들어오면서 비자나무의 열매와 그 목재는 별공 즉 특산물로서 바쳐졌고 그밖에 오배자, 모과, 후박, 두충, 녹나무, 조록나무 등의 약재가 과세물로 지정되고 있다. 서기 1763년 영조 39년에는 호남지방에 큰 흉년이 들어 기민의 수가 48만 명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해부터 5년간 제주의 비자나무 널빤지 상납이 중단되기도 했다. 비판(榧板) 열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마다 상납된 것으로 생각되고, 그만큼 그 목재는 귀중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제주도의 비자림은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36km 떨어진 구좌면 평대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1980년 현재 크고 작은 비자나무가 약 2500그루 정도 자라고 있는데 평균 수고는 11m, 가슴 높이 줄기의 평균 직경은 73cm 이다. 비자나무림 주변에은 곰의말채, 아왜나무, 비목, 팽나무, 무환자나무, 자귀나무, 해송, 천선과나무, 예덕나무, 때죽나무, 덧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이 비자나무숲의 성립에 관하여서는 무속, 즉 무제 때 비자나무 열매를 제상에 차려놓고 의식이 끝난 뒤 이것이 크게 먹을 것이 못 되므로 버려져서 숲으로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비자나무는 한자로 등 榧子木, 枇子木 등으로 쓰고 피자로도 말하며 또 옥비, 적과, 옥산과로도 나타낸다. 비자나무비는 榧또는 棐로도 쓰는데, 非는 비자나무에 잎이 붙어 있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고 이에 나무목(木)자를 붙여서 비자나무를 형용하는 글자가 생겨났다고 본다. 사실 비자나무의 잎은 가지의 양쪽에 나란히 두줄로 붙어서 머리빗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그 배열이 정연하다.

비자 나무는 자웅이주(雌雄異朱)로 암나무와 숫나무가 따로 있는데 책에 보면[숫나무는 가지가 위로 서서 꽃이 피고 암나무는 가지가 처지며 대추와 비슷한 열매가 달린다. 비자나무는 삼나무와 닯았으며 그 목재가 매우 아름다워서 문목이라고도 말하며 이 나무는 깊은 산중에 나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야삼이라 말한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삼으로 나타낸 나무와는 물론 다른 것이다.

비자나무 열매는 비화라고도 하고 하루에 7알씩 7일간 복용하면 뱃속 기생충이 물로 되어서 배출된다는 기록이 있고 또 비자 3개, 호도 2개 그리고 측백나무잎 1냥을 함께 찧어서 눈녹은 물에 담가서 이 물로 머리를 빗으면 탈모가 방지되고 머리에 윤기가난다고 했다.

비자는 길이가 약 2cm,폭이 약 1cm가량 되는 타원형의 종자인데 맛이 좋으며 50%가량의 지방유를 함유한다. 회충 구제를 위한 처방으로서 다음과 같은 것도 있다. 즉 한 번에 7~10알을 하루 3번 식전에 먹고 7~10일간 계속 복용하는데 지방성이므로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또 어린애들이 밤오줌을 눌 때에는 5,6알을 구워서 하루의 복용량으로 한다. 종자에서 얻어지는 기름은 식용유로서 좋고 또 예전에는 등불기금으로 썼고 머릿기름으로도 사용했다.

일본사람들은 비자나무를 가야(kaya)로 말하는데 가야를 한문자로는 문견으로 표현하고[모기를 쫓아버리는 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비자나무의 가지나 생잎을 태워 연기를 내면 모기가 접근하지를 못한다. 일본이름은 이 나무의 쓰임새에서 근거를 찾았고 비자나무의 비는 가지에 붙는 잎의 모습에 근거를 두고 있다.

비자나무의 목재는 목리가 곧고 담황색을 띠고 있으며 심재와 변재의 구별이 거의 없고 광택이 나는데 바둑판으로서 크게 숭상된다.

개비자나무를 한자로는 조비로 나타내는데 그 용도가 비자나무와 유사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중국에는 3종의 비자나무가 있다 하는데 그종[본초강목]에 기재된 비수는 우리나라의 비자나무와 매우 닯아 있고 향비, 야삼, 옥비 등으로 말하기도 하며 영명은 Chinese Torreya이다. 종자를 덮고 있는 가종피와 잎에서 향유를 짜내며 이것은 상품화되고 있다 한다.

미국에는 캘리포니아지방에 비자나무가 나는데 미국 인디언들은 이 나무로 활을 만들기도 했으며[캘리포니아 너트멕]으로 부른다. 또 플로리다 지방에도 일종의 비자나무가 있다. 우리나라 비자나무나 미국 비자나무의 생잎은 부비면 나쁜 냄새가 나지만 중국산의 비자나무잎에서는 냄새가 거의 없다고 한다. 미국 비자나무는 나쁜 냄새가 난다고 해서 스팅킹 시이더 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가을에 종자를 뿌리면 이듬해 늦봄에는 거의 싹이 트고 자람도 빠르다. 오염된 공기에 견디는 힘이 강하고 병충해도 적다.목재가 단단하고 탄력성이 있어서 소의 코뚜레 재료로도 이용되었다.

<박형순 전 산림과학원 박사/청림나무병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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