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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버섯을 보다 / 엄원태
얼굴 흰 여자, 붉은 우산 쓰고 서성이는 장맛비 속에 마냥 서 있었다 하필이면 등산로 어귀 휴게소 주차장 구석에…… 여자는 십리 들길을 혼자 걸어 연밭 지나고 포도밭과 과수원을 지나서 왔다고, 이따금 그렇게 서 있다가 홀연히 사라지곤 한다고, 누가 아는 체를 했다.
상수리 숲 아래 젖은 낙엽더미 어깨 들썩이며 한숨 쉬는 것 보았다 나뭇잎들의 번들거리는 우울을 눈으로만 매만졌다 능소화는 전봇대처럼 밑둥치만 남은 소나무를 타고 올라 제 한 몸으로 화엄 만다라를 이루었다 그만하면 됐다
산비둘기가 살기 힘들다는 푸념처럼 울었다 나리꽃들은 끝내 묵묵부답, 저마다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젖은 공기 탓이었다 누가 긴 꼬리제비나비를 봤다고 말했다 다른 누가 불어난 개울을 건너다 징검돌 잘못 디뎌 정강이까지 물에 빠진 직후였다 자귀나무 분홍 꽃술은 어느새 퇴색했지만 그만하면 됐다
하산 길에 붉은 버섯을 보았다 떡갈나무 아래 비탈이었던가, 붉은 우산의 그녀가 거기 있었다
여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붙박인 듯,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는 듯, 하염없이 허공을 향해 서 있었다
는개처럼 가는 비만 오락가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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