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BMW 눌렀다는 日스바루 타보니 역시…

동아일보

입력 2010-06-23 03:00 수정 2010-06-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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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속의 비범’

너무나 심심한 디자인. 그러나, 커브길에서 드러나는 놀라운 컨트롤,
BMW·도요타 제친 안정성 실감


《‘스바루’보통 사람들에겐 생소한 브랜드다. 스바루코리아가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10%정도만 스바루 브랜드를 안다는 답했을 했다고 한다. 소수의 자동차 마니아들만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소 무모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스바루는 한국에 진출했다. 왜일까. 스바루코리아는 “자동차 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정말 회사 측의 말이 맞는지 스바루코리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차종을 모두 타봤다.》


■ 작지만 강한 브랜드

바루는 일본 내수시장보다 북유럽과 북미시장에서의 인기가 더 높은 브랜드다. 최근 스바루는 북유럽 고객 만족도 조사인 ‘2010 오토인덱스’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07년과 2009년에 이어 3번째다. 2위는 BMW, 3위는 도요타자동차였다. 인구가 750만 명에 불과한 스위스에서도 매년 1만 대 이상 판매된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미국에서 매출이 성장했고 올해 1분기에만 전년동기 대비 38% 판매가 증가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중형세단인 ‘레거시’는 2009년 도쿄 모터쇼에서 ‘가장 가치있는 차’로 선정됐으며 호주와 필리핀, 뉴질랜드에서도 ‘2009 올해의 차’로 꼽혔다. 크로스오버차량(CUV)인 아웃백은 미국의 자동차전문지인 모터트렌드가 수여하는 ‘올해의 SUV’를 수상했다. 미국 자동차 가치평가회사인 ‘켈리 블루북’이 선정한 ‘2010 top 10 패킬리카’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스바루는 특히 안전성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2010년형 레거시와 아웃백, 포레스터는 최근 전 모델이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선정한 ‘가장 안전한 차’ 수상과 함께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탑승자 보호 부문 별 5개를 받아 그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럭셔리 브랜드도 아니면서 세계적으로 연간 56만 대 밖에 판매하지 못하는 틈새 브랜드인 스바루에게 이 같은 찬사가 쏟아진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 평범한 디자인인은 ‘글쎄’

가장 먼저 6기통 3.6L ‘레가시 3.6R’을 타봤다.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지만 처음 대하는 외관은 인상적이지 못했다. 너무 평범하고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한국차의 앞선 디자인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기엔 사실 한 세대 전 모델의 느낌이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군더더기는 없지만 지루할 정도로 평범하다. 스위치류 등 각종 장치의 작동감 역시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밖에서 보기엔 별로 커보이지 않지만 실내공간은 충분하다. 성인 4명이 앉아도 앞 뒤 모두 발 놓을 공간이 넓어 답답하지 않다. 공간적인 측면에서 패밀리 세단으로 손색이 없다. AV시스템은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비디오 기능이 통합된 올인원 타입이 들어가 있다. DMB와 MP3 등도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한데 음질은 평범한 수준이다.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실내외 디자인만으로 볼 때 매력포인트를 발견하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시동키를 돌리는 순간부터 보통 승용차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일단 엔진의 음색이 조용하면서도 약간 건조하다. 진동은 미세하게 느껴지는데 렉서스처럼 시동이 걸려있는지 모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엔진 회전수(RPM)를 올려보면 확실히 다르다. 엔진음이 RPM에 따라 증가하지 않고 일정 수준까지만 올라간 뒤 그 크기를 유지한다. 기본적으로 엔진음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최고회전으로 돌려도 그다지 커지지 않는다. 그 엔진음을 자세히 들어보면 바람소리 같은 게 섞여있다. 같은 수평대향 엔진을 쓰는 포르셰의 음색과 약간은 닮은 점이 있다.

특히 엔진 회전을 급격히 높일 때 차체의 흔들림이 확실히 적다. 이런 게 수평대향 엔진의 특징이다. 수평대향 엔진은 실린더가 일반 엔진처럼 위로 서 있지 않고 수평으로 누워있어서 엔진룸 아래에 낮게 배치할 수 있다. 덕분에 차의 전체적인 무게 중심을 낮출 수 있어 운동성능을 높이면서 엔진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데 유리한 측면도 있다.

가속을 해보면 동력의 직결감은 떨어진다. 처음엔 무단변속기(CVT)가 들어갔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가속된다. 260마력이라지만 그 정도의 파워가 느껴지진 않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린 시간은 7.5초가 나왔다. 요즘 6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인 추세인데 5단이라는 점도 약간 약점으로 작용한 모양이다. 그러나 계속 가속을 해나가면 쉽게 시속 200km를 넘어서고 속도제한장치가 작동하는 233km(GPS 기준)에 이른다.

승차감은 편안한 편이다. 서스펜션은 물렁거리지는 않지만 비교적 부드럽게 세팅돼 도로의 굴곡을 잘 타고 넘고, 노면의 충격을 적절히 흡수한다. 방음성능도 상위권에 속한다. 타이어 소음과 외부 소음이 잘 차단되는 편이고, 바람소리도 적다. 하지만 이 정도는 요즘 웬만한 수준에 오른 브랜드는 모두 이룰 수 있는 정도여서 소비자들을 감동시키기에는 임팩트가 약하다. 차라리 너무 보수적인 디자인 때문에 다른 장점들이 희석된다고도 볼 수 있다.



■ 놀라운 안정성이 스바루의 진가


여기까지만 타보면 소비자들이 왜 스바루를 선택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차로 어떻게 브랜드가 생존을 해왔나 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 해답은 커브길에서 나왔다. 분명히 부드러운 서스펜션이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북악스카이웨이에 올랐다. 이 곳은 커브가 심하고 오르막 내리막이 복합돼 있어 서스펜션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좋은 곳이다. 첫 커브를 약간 빠르게 들어가봤다. 아니 그런데 너무 무덤덤하게 통과해버린다. 게다가 차체가 코너를 타고 도는 느낌이 깔끔하다. ‘겨우 이 정도로 나를 테스트하려 하지 마라’고 차가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페이스를 높여 점점 빠르게 커브길을 진입하기 시작했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지만 차의 앞머리는 코너를 향해 착착 감겨나갔다. 약한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지만 거기서 회전 반경이 더 커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커브를 하나씩 점령해 나간다. 앞이 약간 미끄러지는 듯하면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이 나면서 차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춰줬다. 스바루의 특징인 대칭형 4륜구동 시스템의 능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참 밸런스가 좋다’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엔진의 낮은 무게 중심 덕분에 부드러운 서스펜션임에도 생각보다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코너를 정복한다. 특히 속도가 너무 빨라 원심력으로 차가 밖으로 밀려나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일어날 때 가속페달에서 살짝 힘을 빼면 차체는 쉽게 코너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약한 오버스티어 현상을 보이고 그 때 가속페달을 조금 더 누르면 부드럽게 밖으로 다시 밀려나간다. 아주 의도된 것처럼 자연스럽고 안정되게 컨트롤이 가능하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운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타이어 스키드 음이 계속 나는 상황에서도 VDC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전자적인 안전장치가 개입하지 않아도 기계적인 기본기를 바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거의 사고 상황으로 대단히 과격하게 차를 집어던져야만 VDC가 들어왔다. 낮은 무게중심과 4륜구동이 만들어낸 작품인 셈이다.

다만 핸들링의 반응 자체는 평균적이어서 그다지 빠르다는 느낌은 없다. 좌우 커브가 연속되는 상황에서 방향을 바꾸는 스피드는 떨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무게중심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동의 폭이 일반 차량에 비해 적고 4륜 구동이 뒷받침을 해줘서 안정감을 높이는 방식이다. 실제 코너링 스피드는 튜닝을 해놓은 제네시스 쿠페와 비슷할 정도로 높았다. 다만 시트는 편안하지만 커브길에서 몸을 잡아주는 능력은 떨어졌다. 연료소비효율(연비)도 4륜구동이 들어간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었다. 시내주행은 L당 8km, 고속도로는 14km 안팎이었다.

■ 세단 같은 SUV

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웃백’은 레거시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SUV임에도 흔들림이 승용차 수준으로 억제돼 있다. 수평대향 엔진이 낮게 배치돼 전체적으로 무게중심이 일반 승용차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브길을 만나도 부담이 적다. 4륜구동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한쪽 바퀴가 진흙탕에 빠져서 헛돌아도 어렵지 않게 탈출할 수 있다.

실용성에서도 앞선다. 트렁크 전체 용량은 526리터로 여유로운 공간을 자랑한다. 대형 수트케이스나 골프백을 4개나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리어게이트 도어는 전동식 스위치로 여닫을 수 있으며 2개의 쇼핑백 걸이와 4개의 후크를 배치해 편리함을 더했다. 트렁크 문은 보다 활짝 열리도록 설계되어 짐을 넣고 꺼내는 것이 한층 용이해졌다. 엔진은 172마력 2.5L와 3.6L 2종류가 있는데 2.5L는 아무래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3.6L가 아웃백에 적당하다.

반면 소형 SUV인 ‘포레스터’는 작지만 다이내믹하다. 구형 모델보다 휠베이스는 커졌지만 일본이나 유럽처럼 복잡한 시내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포레스터의 전폭은 1800mm 미만, 핸들링을 고려해 전고는 1700mm로 최소화했다고 한다. 크지 않은 차체지만 실내 공간은 성인 4명이 타도 부족하진 않으며 특히 뒷좌석의 공간이 보다 넓어져 탑승자가 다리를 꼬고 앉기에도 충분한 레그룸을 제공한다. 포레스터는 구형 모델보다 엔진을 10mm 더 낮게 장착해 무게중심이 더 낮아지고 소음은 중형세단인 레거시와 같은 수준으로 크게 감소됐다. 엔진은 2.5L 한 종류만 제공된다.

전제적으로 스바루의 SUV들은 세단 수준의 핸들링과 안정성, 고속주행능력을 갖추도록 설계됐으며 실내 거주성과 화물 적재량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였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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