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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만화같은 그림인데 40억이 넘는다고?” 무라카미 작품,왜 비쌀까?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그냥 만화같은 그림인데 40억원이 넘는다고? 도대체 왜 이리 비싼 거야?” 

앤디 워홀(1928~1987)의 뒤를 이어 ‘아시아적 팝아트’를 개척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51)의 작품값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아무 생각없이 그의 회화며 조각을 보고 있는 이들에게 ‘가격’을 살짝 귀뜸해주면 대부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값은 생존작가 중에서 거의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물론 미국 작가 제프 쿤스(58)의 반짝이는 대형 스테인리스 조각이 좀 더 비싸지만 무라카미 작품도 그에 못지않다. 아시아 출신 미술가 가운데 무라카미는 세계적인 스타작가가 포진한 ‘프리미엄 아트마켓’에 완전히 진입한, 명실상부한 인기작가다.

생존작가 중 그의 작품값은 세계적으로도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고가다. 그 이유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아트컬렉터인 프랑소와즈 피노(76)를 비롯해 현대미술 컬렉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오일부국(富國) 카타르의 공주까지 전세계적으로 그의 팬은 넓고, 깊게 포진돼 있다. 

유럽, 중동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의 미술관과 컬렉터들도 그의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반면에 정작 그의 작품은 제작기간이 매우 오래 걸려(완벽한 마감과 완성도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란다) 공급이 늘 달린다. 바로 희소성을 부채질하는 대목이다. 


무라카미의 회화는 대표작의 경우 중간사이즈가 약100만~150만달러, 대작의 경우 250만~300만달러를 호가한다. 미키마우스를 닮은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순백색 복장의 도브’(3×3m, 2013년작)의 경우 300만~400만달러에 달한다. 또 세로 3m, 가로 1.5m짜리 회화 3점을 연결한 삼면화 ‘727-727’(2006년작)도 약 600만달러를 호가한다.

조각의 경우는 값이 더 비싸다. 이번에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전에 나온 일명 웨이트리스 조각 ‘미스 코코’는 경매시장에서의 추정가가 500만~600만달러를 달리고 있다. 실제로 680만달러(경매수수료 포함)에 낙찰된 사례도 있다.

지금까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2008년 소더비 뉴욕경매에서 무려 1516만달러(경매수수료 포함,한화 약170억원)에 낙찰된 ‘마이 론섬 카우보이’란 남성 나체조각이다. 자신의 성기를 움켜쥐고 정액을 하늘로 뿜어대는 이 만화적 조각은 경매 당시 추정가가 300만~400만달러였다. 그러나 열띤 경합 끝에 낮은 추정가의 5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려나갔다.

당시 무라카미 작품을 둘러싸고 큰손 컬렉터간 열기가 워낙 뜨거워,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이 소식이 전세계에 타전되며 무라카미 다카시는 더욱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2002년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과의 협업이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루이비통은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칙칙하고 지루했던 브랜드 이미지를 일신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이같은 사례는 거의 전무후무한 사례로, 지금도 무라카미 다카시는 루이비통의 최고 ‘병기’다)을 거두며 작가로써, 디자인계 아이콘으로써, 또 엔터테이너로써 승승장구하게 된 그는 아트 마켓에서도 확실한 블루칩 아티스트로 각인된 것이다. 루이비통이 그를 스타 반열에 올려 놓았다면, 이 영민하고 저돌적인 작가는 스스로 여세를 몰아 전세계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는 수퍼스타로 발돋움했다. 


지금은 컬렉터들이 다소 냉정(?)을 되찾아 ‘마이 론섬 카우보이’가 마켓에 다시 나올 경우 약 800만~900만달러에 팔릴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워낙 사겠다고 줄 서있는 이들이 많아, 거래가 되더라도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조용히 거래될 것으로 관측된다. 어쨌든 무라카미의 ‘19금(禁)’에 가까운 금발소년 조각은 우리 돈으로 한 점에 약100억원을 호가하는 셈이다. 미술사적으로도 가장 값비싼 소년조각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반면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로, 시대를 앞선 예술철학과 사상을 전파했던 ‘예술 테러리스트’ 백남준(1932~2006)의 비디오 설치작품은 대작의 경우 3억~5억원, 중간 크기가 1억~2억원에 불과하다. 무라카미에 비해 너무 낮은 가격대가 아닐 수 없다.

원래 일본 현대미술 시장은 한국의 현대미술 시장 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다. 그러나 무라카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 등 글로벌 아트마켓을 쥐락펴락하는 ‘톱3 작가’가 등장해 명성을 떨치면서 그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이는 무라카미 같은 스타 작가들이 애초 일본 무대가 아닌, 월드 마켓을 겨냥하고 활동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마켓팅 능력 또한 대단하다. 일본 도쿄예술대에서 전통일본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일본의 고유한 전통과 오타쿠 집단을 중심으로 한 하위문화, 만화 등을 현대미술 속에 다채롭게 변주하며 세계인들이 모두 좋아할만한 매력적인 작품을 지속적으로 쏟아냈다. 일본적 색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세계성을 지닌 작업을 시도한 것. 워홀이 팩토리를 만들어 작품을 제작했듯 그 역시 휘하에 직원 300명을 두고, 일사분란하게 작업한다. 게다가 일본의 차세대 아티스트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카이카이 키키 스튜디오’를 도쿄와 뉴욕에 두고 있기도 하다. 나 혼자만 세계로 나가는 게 아니라, 일본의 젊은 현대미술 파워를 결집해 글로벌 미술계를 집중 공략한다는 복안인 것이다. 

더구나 무라카미의 작품은 미술관과 갤러리에 한정돼 있지 않고 피규어, 영상, 만화, 게임을 통해 대중 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무라카미가 신작 조각을 제작하면 이듬해에는 대중들이 누구나 살 수 있는 미니어처 피규어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식이다. 대중시장이 별도로 형성돼 있는 것. 판화는 물론 아트상품까지 오만가지 아이템이 인기리에 유통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니어처가 시장에 엄청나게 유통되면 오리지널 조각의 값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무라카미 다카시의 경우 오히려 그 반대라는 점이 이채롭다. 대중이 좋아하는 조각의 ‘원작’이란 점이 오히려 가격을 더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직접 보려면 7월4일부터 12월 8일까지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는 쁘띠 회고전을 찾으면 된다. 

인물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작품사진=ⓒTakashi Murakami/Kaikai Kiki, Ltd., All Rights Reserved.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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