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께 울산대 물리학과 고 김태수 교수가 목도를 구경 가자고 해서 함께 갔다. 배 타는 곳 세죽에는 꽤 넓은 처용바위가 있고 섬에 들어가니 여름에 가서 그런지 다소 무질서하게 회를 팔곤 했다. 회를 좋아하지 않던 시절이라 큰 감흥이 없었고 오히려 돌아오는 배에서 멍게를 걷어 올리는 장면을 보고는 경악했다. 바닷물이 이미 시커멓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충격으로 그 후 꽤 오랫동안 멍게를 먹지 않았고 목도에 대한 인상도 그리 좋지 않았다.
생태에 관심을 가지면서 목도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알게 됐다. 목도(1만5074㎡)는 한반도의 난·온대 기후를 대표해 1962년 12월3일 천연기념물 제65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동백나무가 많이 자생해 동백섬, 일제 때는 춘도(椿島)로도 불렀다. <세종실록지리지>나 <동국여지승람>, 울산의 읍지 등에도 소개되고 울산에 오는 수많은 관리나 선비들이 칭송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가수 하춘하가 부른 <목도는 내고향>을 듣고는 작곡가 남국인과 하춘화와 목도와의 관계가 궁금하기도 했다.
버섯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 목도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 2016년 가을, 1년에 한두 번 청소를 하기 위해 섬에 들어가는 환경단체와 함께 생애 두 번째로 섬에 들어갔다. 듣던 대로 섬에는 후박나무, 동백나무, 사철나무, 송악 등 상록활엽수림이 고루 분포하고 있었다. 마침 2016년은 태풍 차바를 비롯하여 연 강수량이 1693.9㎜로 필자가 야생버섯 탐구에 심취한 15년 내 가장 많은 비가 온 해이기도 했다. 나오는 배 시간이 다 되어 숲을 나오려는 순간 동행한 유승열 버섯탐구회 회원이 “우와, 하늘색 나는 방귀버섯이네요.”하고 외쳤다. 과연 희한하게 생긴 희귀종 하늘방귀버섯이었다.
방귀버섯들은 물방울이 떨어지면 포자를 방출하는 모습이 마치 방귀를 뀌는 듯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테두리방귀버섯, 목도리방귀버섯, 애기방귀버섯 등이 대표적이다. 하늘방귀버섯은 국내에 이름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 때까지도 사진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사진이 없는 이유는 발생이 희귀한데다가 과거의 흑백사진이거나 형태가 많이 훼손된 개체를 발견하였기 때문이리라. 배 시간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진귀한 버섯 사진이다. 하늘방귀버섯은 목도가 울산의 야생버섯애호가들에게 준 귀중한 선물이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