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배우 이나영의 눈(32)은 처음 보는 눈이다. 흔히 눈을 우주로 표현하는데 이나영의 눈을 바라보면 그 비유가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주먹만한 얼굴에 타인보다 족히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두 눈은 맑고 투명해 상대의 속내를 꿰뚫어 볼 것 같다. 또 동시에 그 눈을 가지고 누군가를 속일 수도 없을 것 같은 묘한 눈이다.

그렇게 이나영은 비현실적인 신비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접어두자. 이나영의 일부일 뿐이고, 선입견만 조장할 뿐이니까.

이나영은 성실한 인터뷰이였다. 기록적인 영하의 날씨, 사진 촬영을 위해 얇은 옷을 입었지만 눈이 내린다며 기뻐하는 그녀다. 새침할 것 같았던 인터뷰이에 대한 불안함이 눈이 녹는 듯 사라지는 순간이다.

1월 31일 삼청동 어느 까페에서 영화 ‘하울링’(감독 유하)로 돌아온 이나영을 만났다. 2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인 만큼 그의 내면은 어느 때 보다 설렘으로 가득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제 예고편만 봐도 사람들이 재밌게 봐줄까. 반응은 어떤지 참 궁금하더라구요. 어떻게 보셨나요? 저도 빨리 보고 싶어요. 아직 영화를 못봤는데 자꾸 궁금해지네요”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쌍화점’을 만든 유하 감독과 이나영의 조합은 매우 의외였다. 유하는 남성 중심의 영화에 강세를 보이는 감독이다. 대체 무엇이 이나영을 '하울링'으로 이끌었을까.

"평소 유하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어요. 배우들을 다부지게 만들어주시잖아요. 작품 마다 담겨있는 비주류적 감성들이 좋구요. 여자배우와 남자배우를 구분하는 건 부질없고, 의미없는 일 같아요”

유하 감독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결혼은 미친짓이다'와 '말죽거리 잔혹사'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날을 기다렸던 이나영은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송강호가 이미 합류했다는 말을 듣고 뛸 뜻이 기뻤다고 한다. 이나영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송강호 선배에 유하 감독님이라. '하울링'은 저만 잘하면 되는구나 싶었어요. 촬영 내내 그 생각만했죠. 아, 민폐를 끼치면 어쩌지. 주눅이 들 것 같기도 했는데 모두 배려해주셔서 바로 적응했어요. 제 안에 형사 피가 흐르는 것 같았어요"

이나영은 ‘하울링’에서 승진을 노리는 형사 상길(송강호)의 신참 파트너 은영으로 분했다. 송강호와의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작품이다. 선배와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했고, 현재는 돈도 빌려줄 수 있다고 공언할 만큼 친한 사이가 됐다.

"저는 송강호 선배와 잘 어울릴 줄 알았어요. 둘이 낼 수 있는 시너지라니 생각만해도 들떴죠. 제가 송강호의 상대배우가 됐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했어요. 그냥 두 사람이 만났다는 자체에서 오는 조합이 기대됐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나영은 송강호와 자신의 사이를 톰과 제리라고 일컬었다. "극중 캐릭터도 그렇고 저희는 톰과 제리 사이었어요. 미술팀에 톰과 제리를 그려달라고 말하고, 기념 사진까지 촬영했다니까요. 선배님 말씀대로 돈도 빌려드릴 수 있어요. 하하"

'하울링'에는 이나영의 바이크 연기가 등장한다. 질주신을 위해 바이크 면허증을 취득했다. "아, 바이크를 타는 게 참 재밌더라구요. 심지어 서서 타는 것에도 도전해봤어요. 언제 아는 분들과 바이크를 타고 맛집을 순방할 거에요"

이나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많이했다. 오토바이 면허증을 비롯해 늑대개와의 촬영도 즐거운 일이었다. 사람이 아닌 동물과 호흡을 맞추는 일은 매우 어려웠을 터. 늑대개와 연기한 소감을 물었다.

"개가 막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구요. 감독님이 워낙 연출을 잘 하시고 편집을 이용하니까 정말 연기하는 것처럼 보여지더라구요. 늑대개인데 사실은 이것저것 종이 섞였다고해요. 늑대개라고 하니까 뭔가 그럴 듯 해보이죠?"

이나영은 매우 좁은 공간에 늑대개와 함께 있는 장면을 촬영했다며 당시의 아찔한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어두운 지하에서 촬영을 하는데 조금은 무서웠어요. 스태프들도 절대 안들어오더라구요(웃음)"

→②편에서 계속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방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