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달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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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즈음 달마의 첫째 형인 월정다라의 아들 이견왕이 즉위했다. 이견왕은 불법이 국민과 조상을 현혹하고 있다고 오해한 나머지 불교를 배척하기 시작하였다.

 "나의 조상들은 모두가 불법을 믿었으나 삿된 소견에 빠져 수명이 길지 못하고 왕운도 짧았다. 또 내 몸이 곧 부처인데 어찌 밖에서 구하리오. 선악의 과보는 모두가 말재주 있는 자들이 꾸민 것이다." 

 왕은 나라 안의 늙은이들이나 선왕의 존경을 받던 이들 모두가 쫓겨났다. 

 달마는 혼자 탄식했다.    

 "무상종의 제자 중에 바라제는 왕과 친교가 있고, 머지않아 과위를 증득할 것이다. 또 하나는 종승인데 변재가 좋고 박식하기는 하나 옛 인연이 없구나." 

 이때에 여섯 종파의 무리들도 제각기 떠들었다.    

 "불법에 재난이 생겼는데 스승님은 어찌 혼자만 편히 계실까?"  달마가 대중의 뜻을 미리 알고 손가락을 튕기어 응답하니, 여섯 무리들이 듣고, '이는 우리 스승, 달마대사께서 믿음을 표시하시는 소리이다. 우리들은 빨리 가서 분부를 받들어야 한다' 하고는 곧 달마에게 가서 예배하고 문안하였다.  

 달마가 그들에게 물었다.  

 " 이제 한 잎사귀가 허공을 가렸으니, 누가 베어버리겠는가?" 

 종승이 대답했다.  

 "제가 비록 천박하지만 감히 왕의 잘못된 도리를 규탄하겠습니다."  

 "그대는 비록 말재주는 있으나 아직 도력이 온전치 못하다."  

 종승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스승께서 내가 왕을 뵈옵고 큰 불사를 하면 나의 명예는 드러나고 자신의 위신은 무색해질 것을 두려워하신다. 비록 복과 지혜로서 왕이 되었다 하여도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 사람인데 어지 그를 적대하기 어려우리오.' 

 그는 곧바로 왕궁으로 가서 왕을 만나 세상의 진리와 세계의 고락을, 인간이나 하늘의 선과 악을 널리 설하였다. 영특한 왕은 그와 토론을 거듭하는 사이에 모든 이치를 터득했다.  

 왕이 흐뭇하게 물었다.  

 "그대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그 진리(法)는 어디에 있소?"  

 종승이 대답했다.  

 "왕이 펴는 정치의 길과 같아서 마땅히 그 도리에 합당한 것입니다. 대왕의 도는 어디에 있습니까?"  "나의 도는 삿된 법을 없애기 위한 것이요. 그대의 법은 누구를 항복시키기 위한 것인가?"

 종승은 대답할 수 없었다. 달마는 선정에 들어 그들의 문답을 듣고 있었다. 달마는 곧 지혜로운 제자 바라제에게 말했다.   

 "종승이 나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혼자서 왕을 교화하려다가 잠깐 사이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대는 빨리 가서 구원하라."  

 바라제가 공손히 달마의 분부를 받고 말했다. 

 "스승이시여, 바라옵건대 신통력을 베풀어 주소서." 

 그즈음 왕은 말문이 막힌 종승을 내쫓으려다가 홀연 바라제가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자 깜짝 놀라서 바라제를 향해 물었다.  

 "하늘을 타고 온 그대는 바른가, 삿된가?"   

 바라제가 대답했다.  

 "저는 사(邪)와 정(正)이 아니지만 왔다면 정과 사가 있습니다. 만약 대왕의 마음이 바르면 저에게도 사와 정은 없습니다."  

 왕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냥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대도 먼저 온 종승과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여봐라, 우선 저 종승이란 자를 내쫓아라!”

 신하들이 곧바로 종승을 쫓아냈다.

 그 모습을 보고 바라제가 말했다.  

 "대왕은 이미 도를 행하면서 어찌 사문(沙門)을 물리치십니까?  제가 비록 아는 것은 없으나 대왕께서 물어 주시길 바랍니다."  

 왕이 성을 내면서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인가?"  

 바라제가 대답했다.  

 "성품을 본 이가 부처입니다."  

 "대사는 성품을 보는가?"  

 "나는 이미 성품을 보았습니다."  

 "성품이 어디에 있는가?"  

 "성품은 짓는(作用) 곳에 있습니다."  

 "그것이 어찌 짓는 것이기에 나에게는 보이지 않소?"  

 "지금 짓고 있음에도 왕 스스로가 보지 못할 뿐입니다."  

 "나에게도 있소, 없소?"  

 "대왕께서 만약 짓는다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왕께서 짓지 않으면(不用) 본체를 스스로 보기 어렵습니다."  

 "만약 짓는다면 그때 몇 곳에 나타나오?" 

 "나타날 때엔 여덟 가지 길이 있습니다."  

 "그 여덟 가지 길을 나에게 말해주시오."  

 바라제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태속에선 몸이요    

    세상에 나와서는 사람이요   

    눈으로는 본다 하고    

    귀로는 듣는다 하고    

    코로는 냄새를 맡고    

    입으로는 말을 하고    

    손으로는 움켜잡고   

    발로는 몸을 옮기네

    두루 나타나서는 무수한 세계를 덮고   

    거두어들이면 모두 한 티클 속에 드네    

    아는 이는 그것을 불성이라 하지만    

    알지 못하는 이는 정혼(精魂)이라 하네

  왕이 이 게송을 듣고 마음이 열리어 자신의 모든 허물을 뉘우쳤다. 이견왕이 다시 바라제에게 물었다.  

 "이토록 뛰어난 법문을 전수한 대사의 스승님은 누구십니까?" 

 바라제가 대답했다.  

 "나의 스승님은 곧 왕의 숙부이신 보리달마 그 분이십니다."    

 왕은 깜짝 놀랐다.   

 "못난 내가 외람되게 왕위에 올라 바른 길을 버리고 삿된 길에 들어 나의 숙부를 잊을 뻔 하였소." 

 얼마 후 왕이 병을 얻어서 백방으로 치료하였으나 효력이 없었다. 신하들이 사신을 보내어 왕의 병을 구원하길 청하였다. 달마는 곧 왕궁으로 와서 왕의 죄를 참회토록 함으로써 그의 병을 낫게 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