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문화·체육계 이끄는 화제의 쌍둥이 형제들

겉모습뿐 아니라 삶까지도 우린 판박이
   
경기도 문화·체육계에 때아닌(?) '쌍둥이 풍년'이다. 문화계에는 조요한·요섭 형제가 '공연 기획'쪽을 든든히 떠받치고 있고, 체육계에서는 김포시체육회 소속 이정신·경신 형제가 '보디빌더'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두 형제들은 약속이나 한듯 "쌍둥이 형제가 있어서 2배로 힘이 나고, 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나란히 도내 문화·체육계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삶을 가꾸며 열심히, 아름답게 살아가는 '일란성 쌍둥이 형제'들을 만났다.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수원시립예술단.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는 이 두 단체가 요즘 새삼 화제다. 얼굴이 똑같은 사람이 나란히 두 단체에서 행정을 맡고 있기 때문. 경기도문화의전당 조요한(43) 공연기획팀장과 수원시립합창단에서 악보 및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조요섭(43)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 쌍둥이 형제 때문에 두 단체를 왔다 갔다 하며 취재를 하고 있는 문화담당 기자들은 한때 '아노미(?)'상태에 빠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06년에 경기도 문화의전당으로 온 요한씨는 이미 기자들에게 익숙한 인물. 그러나 올해 4월에 요섭씨가 수원시합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자를 비롯한 수원문화계 인사들의 헷갈림이 시작됐다. 연거푸 화제를 몰고 다니는 요한·요섭 형제를 지난 15일 만났다.



역시 '유전자의 힘'이란 대단하다. 외모부터 시작해서 똑같은 안경테를 골라 낀 취향하며 '공연기획직'이라는 직업까지. 심지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고른 점심식사 메뉴 역시 '해물김치볶음밥'으로 똑같다.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저희는 대학전공까지 똑같은 걸요. 저희는 둘다 성악을 전공했습니다."(요섭)

요섭씨가 요한씨보다 30분 먼저 태어나서 형이다. 하지만 성악을 전공한다거나 공연기획을 직업으로 삼은 것 같이 '인생의 중요한 결단'은 요한씨가 항상 먼저 했고, 요섭씨를 끌어줬다. "저희 부모님 두분 다 그림을 그리셨어요. 음악도 좋아하셔서 한땐 음대에 가려고 결심했을 정도였다고 해요. 그래서 저희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저를 음악을 시키기로 결정하셨죠. 요섭형은 미술을 시키겠다고 하구요."(요한)

그런데 차근히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요섭씨가 대입 한달을 남겨두고 폭탄선언을 하게된다. "요한이처럼 성악을 하겠다"고 결정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요한씨는 추계예대 음대로, 1년뒤 요섭씨가 단국대 음대를 진학해 나란히 성악도의 길을 걷게 됐다.

   
▲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기획팀장 조요한

수원시합 악보 및 기획담당 조요섭 형제
좁디좁은 음악계에서 쌍둥이가 활약했으니 에피소드가 없었을리 없다. "요한이가 대학교 1학년때 국립극장에서 '천지창조'를 공연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관람하러 갔죠. 그런데 공연시작 5분전에 사복을 입고 객석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 저를 교수가 본 거예요. 요한이로 착각을 하고 저를 거의 대기실로 끌고가다시피 했죠. 나중에 쌍둥이라는 것을 알고, 그 교수가 기절을 했던 일도 있었답니다."(요섭)

그러던 중, 바리톤으로 승승장구하던 요한씨가 대학교 4학년 때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 충격으로 '기흉'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요한씨는 더이상 노래를 계속할 수 없게 되는 시련을 맞았다. 역시 쌍둥이에겐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일까. 요한씨가 기흉으로 괴로워하던 때, 의사의 진단결과 '아무 이상없다'던 요섭씨도 숨을 못쉬어 기말고사를 포기했던 신기한 일화도 털어놓았다. 결국 요한씨는 지난 1991년부터 '공연기획'으로 인생의 방향을 틀었고, 성악계에 홀로 남은 요섭씨는 1995~96년 수원시립합창단원으로 활동한 것을 포함해, 성남·안양·천안시립합창단에서 단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쌍둥이는 어쩔 수 없나보다. 요섭씨마저 합창단을 그만두고 요한씨를 따라 '공연기획'일을 하게 됐으니 말이다. 이런 요섭씨를 보고 '따라쟁이'라며 놀리는 요한씨의 너스레가 정겹다. "천안시합에서 수석을 할 정도로 능력있었고 음대 대학원까지 졸업했는데 기획일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좀 놀랬죠. 작년 봄에 예술경영대학원까지 또 진학하는 걸 보고 '이 일에 대한 열정이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일을 하게 될줄은 미처 예상못했죠."(요한)

일도 가까이에서 할 뿐만 아니라 현재 사는 곳도 고양 일산에서 바로 옆단지 아파트다. 요한씨의 표현대로 참 '징글징글한 인연'이다.

쌍둥이가 늘 붙어다니다보니 일의 추진력도 남들보다 2배다. 그래서 인터뷰의 마지막에 털어놓은 이 형제의 포부가 곧 실현될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아기 호랑이 두마리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저희 태몽이었다고 해요. 꿈이 참 들어맞죠? 그때부터 저희는 늘 붙어다니며 힘을 합치곤 했어요. 심지어 초등학교 때 한 사람이 의자를 드는 벌을 설때도 번갈아 드는 등 '품앗이'를 확실히 해줬죠.(웃음) 공연기획일도 함께 하게 됐으니, 쌍둥이의 힘을 합쳐 지역문화계에 꼭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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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기자

agnes7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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