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책] 독일인 3명의 대한제국 답사...'우아한 루저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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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일인 3명의 대한제국 답사...'우아한 루저의 나라'

우아한 ‘KOREA’에 다녀온 독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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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지음. 우아한 루저의 나라 (사진=정은문고 제공) 2021.12.20.

 

대한제국의 역사는 1897년 10월12일부터 1910년 8월29일까지 근대국가로는 불행히도 너무 짧다. 그 시기 많은 유럽 제국이 동아시아와 무역하기 위해 현지 답사 차 일본, 중국, 대한제국을 찾았다. 예쎈은 당시 독일 문화부 후원으로 문화정책을 구상하고자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조선을 답사했다. 

또 그 기록을 본국으로 돌아가 강연, 신문 기사, 책을 통해 알렸지만 짧은 기간 방문으로 만들어진 기록에는 우리 역사에 대해 수많은 오류와 잘못된 인식이 수두룩하다.

책 '우아한 루저의 나라'(정은문고)는 대한제국을 답사한 독일인 3명의 기록을 통해 대한제국 역사를 바로 알리고자 엮은 책이다.

2019년부터 독일 뷔르츠부르그대학에서 한국사를 강의하고 있는 저자 고혜련은 연구년을 독일 하이델베르그에서 보내면서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다룬 독일 기사를 찾았다. 몇 년간 자료 발굴을 통해 당시 독일인이 관찰한 대한제국은 많은 부분 호도되고 저평가된 것을 알았다.

유럽에서 지금까지도 잘못 인식한 한국사를 바로잡기 위해 독일인의 방문기를 번역, 수정했지만 오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아한 루저'라는 말에는 찬란한 고대 문명을 가진 대한제국의 몰락과 영리하면서도 순박한 이 민족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있다.


 

"바르고 당당한 체구와 잘생긴 모습의 사람들은 수많은 상점 앞에서 기다란 담뱃대로 흡연하거나 수다를 떠는 등 우아한 루저의 모습으로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1913년 4월 조선에 온 독일 예술사학자 페테르 예쎈(1858~1926)이 쓴 ‘답사기: 조선의 일본인’ 일부다.  

 

예쎈은 일제에 의해 서양식 복식이 전파되던 와중에도 상의부터 신발까지 온통 흰색 한복을 입는 등 전통문화를 유지하던 조선인을 보고 감명을 받는다.


그는 강연문에서 조선인이 동아시아 3개국 중 가장 멋진 신체 조건을 갖췄다고 칭찬한다.

최근 발간한 ‘우아한 루저의 나라’(정은문고)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조선을 방문한 독일인 3명의 여행기를 번역해 당시 모습과 조선에 대한 이들의 인식을 살펴본다. 예쎈과 지리학자 라우텐자흐 헤르만(1886~1971)의 여행기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자료다. 저자 고혜련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60·한국학)는 2019년 독립기념관의 3·1운동 기념사업 일환으로 독일 내 한국자료를 수집하다 이 자료들을 발견했다.

 

저자는 이 책을 1898년 당현(당고개) 금광을 조사하고 돌아간 크노헨하우어의 1901년 강연문, 1913년 조선을 경험한 예쎈의 여행기, 1933년 라우텐자흐 교수가 백두산 밀림에서 만난 이름 모를 독립군 이야기를 바탕으로 독일 신문, 독일 대학에서 소장하는 한국관계자료집을 참조해 구성했다.

 

"조선인은 나이를 계산할 때 이상한 관습이 있습니다. 오늘 아이가 태어나면 내일부터 한 살이라고 합니다.” 독일인 브루노 크노헨하우어(1861~1942)의 강연문 ‘KOREA’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이 시기 조선을 방문한 독일 여행자들은 일본보다 높은 수준의 고대 문화를 소유한 조선의 문화를 보고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실리를 따지는 중국인과 겉으로 함박웃음을 짓지만 속을 모르는 일본인 그리고 무뚝뚝해도 이방인에게 수줍은 미소를 머금을 줄 아는 순진한 조선인의 특성을 구별할 줄 알던 독일인들은 무기력한 루저 국가 대한제국의 몸부림을 안타까워했다.

한편 대한제국에 대한 열강의 요구는 채굴권, 어업권 등 이권 영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1895년 미국의 운산 금광 채굴권 획득을 시작으로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의 채굴권, 어업권의 연이은 획득은 1910년 한일병합에 이르기까지 이권 다툼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