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양견으로 팔려가다 탈출 성공
- 새 주인 만나 시각장애아 돌봐
- 아이들과 가던 길 눈폭풍
- 무사 구조해 마을영웅

어릴 적 읽었음에도 아직까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시튼 동물기'.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야기가 '이리왕 로보'다. 로보라는 이리는 북미 회색 늑대의 일종으로 늑대류 중 가장 큰 종에 속한다. 뉴멕시코주 북쪽 카람포 초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로보는 몸이 매우 크고 힘이 세며 영리하기까지 한 늙은 잿빛 늑대다. 내로라하는 사냥꾼들도 죄다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였으니 웬만한 목양견으로는 상대가 되질 못 한다.

이 로보와 자웅을 겨룰 만한 개가 나타났다. 바로 티베탄 마스티프(초원의 사자개)의 주인공 '거쌍'이다. 티베탄 마스티프는 사자를 닮았다고 해서 '사자개'로 불린다. 튼튼하고 체력과 기백을 지녔고, 위엄과 위압감을 주는 외모가 특징. 대대로 고원지대 초원에서 야크와 소, 양 떼를 지키며 살았던 터라 티베트 고원지대 사람들은 티베탄 마스티프를 '하늘에서 파견한 사자이고 신비한 개이며 보호신'으로 여긴다. 티베탄 마스티프는 '살아 있는 개류 화석'으로도 불리며 원산지는 티베트이다. 예전에는 체형에 따라 개, 견, 마스티프로 나누었는데, 크고 총명하며 튼튼하고 사나운 개를 모두 마스티프로 불렀다고 한다.

이처럼 멋지고, 용맹하고, 영리한 티베탄 마스티프 거쌍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거쌍은 강한 의지와 용감성, 야성을 지닌 개다. 자신이 따르는 주인과 아이들을 지키는 강한 본능이 있다. 초원의 냄새를 맡으며 태어난 거쌍은 고원의 목양견으로 자라지만 개 장사꾼에게 팔린다. 쇠사슬에 묶여 지내는 신세가 된 거쌍은 먼 고원의 초원을 그리워하던 중 미쳐 날뛰는 야크 덕분에 장사꾼으로부터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이어 마음씨 고운 청년 '한마'를 만나게 되고 새 주인 한마는 거쌍의 목에서 무거운 쇠사슬을 풀어준다. 한마는 시각장애인 어린이들이 다니는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가면서 거쌍을 데리고 간다. 그곳은 멀리 설산이 보이는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북동부 후룬베이얼 초원. 거쌍은 아이들의 안내견으로 행복하게 살아간다. 거쌍 덕분에 시각장애 아이들에 웃음꽃이 핀다.

거쌍이 아이들을 눈 폭풍 속에서 구해내는 장면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통쾌하고 가슴 뭉클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로 가던 거쌍은 눈 폭풍을 만나자 눈 속에 굴을 파고 아이들을 피신시키지만, 한 아이가 온데간데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거쌍은 마침내 한 아이를 찾아낸 뒤 굴속에 피신시키고 마을로 달려가 한마에게 이를 알린다. 앞서 달리는 검은 티베탄 마스티프의 인도를 받으며 넓고 먼 눈밭으로 들어간 사람들. 마침내 아이들은 구조되고, 거쌍은 마을의 자랑이 된다.

"넌 참 멋진 놈이야!" 바이보인거투 노인은 큰 소리로 칭찬하면서 술잔을 높이 들고 술을 거쌍의 몸에 뿌려 주었다. (367쪽)

이 책은 제7차 중국 우수 아동문학상과 15회 빙신(중국 아동문학 여류작가) 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작가 탄쉬둥은 이 책에 대해 '성장소설'로 읽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독자들은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동물의 성장에서 자아의 성장 코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동물소설이라면 아이들의 정신적 성장을 북돋워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 속에서 코끝이 시릴 정도로 전해지는 설산 고원의 야생은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물론 과거에 어린이였던 어른에게도 감동과 재미를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