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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버섯들을 기다리며야생버섯의 신비(76)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 승인 2010.02.27 05:07

 

www.jadam.kr 2010-02-27 [ 최종수 ]
곰보버섯

 

야생버섯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더욱 길게 느껴진다. 불과 3개월이지만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다. 자연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어느 분은 곧 다가 올 봄 산행준비로 겨울 마라톤에 도전한다 하여 놀란 적이 있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지난 여름에 찍어 둔 버섯 사진들을 보면서 지내다가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고작이고 3월말 4월초가 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전에는 4월 5월에 봄 야생화들을 즐기면서 온갖 산나물을 채취하느라 바빠서 이른 봄에 돋는 버섯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2007년 봄에 곰보버섯을 발견하면서부터 4월 초가 되면 일찌감치 버섯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른 봄에 돋는 버섯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특별히 곰보버섯 철이 돌아 왔음을 알려주는 이른 봄 버섯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www.jadam.kr 2010-02-27 [ 최종수 ]
주홍술잔버섯(임시이름)

 

이른 봄에 제일 먼저 돋는 버섯은 주홍술잔버섯(임시이름)이다. Sarcoscypha austriaca(O. Beck ex Sacc.) Boud. 영어속명 Scarlet Cup. 2-5cm 크기의 컵처럼 생긴 버섯인데 이른 봄에 가장 먼저 돋는 버섯들 가운데 하나로 자실체 컵 안쪽은 주홍색으로 아주 밝고 빨간 예쁜 버섯이다. 컵 바깥쪽은 흰색에서 약간 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대가 길지 않아 때때로 낙엽 속에 묻혀 있어서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컵 바깥의 색깔과 같은 색이다. 살은 얇지만 쉽게 부서지지는 않는다. 냄새와 맛은 별로 특이한 것이 없고 또한 독성도 없다. 습기가 많고 질퍽한 혼합림 땅위에 떨어진 나뭇가지에서 돋는 부생균이며 대체로 낙엽에 묻혀있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다. 앉은부채의 일종인 스컹크 케비지 Skunk Cabbage 가 많이 돋는 주변에서 발견하였다. 학명 austriaca란 “오스트리아로부터 온 것”이라는 뜻으로 이 버섯이 오스트리아에 광범위하게 많이 돋는다고 한다. 이 주홍술잔버섯과 아주 흡사하나 그 크기가 주홍술잔버섯보다 좀 더 작은 한국의 술잔버섯[S. coccinea]은 미 서북부 태평양 연안 지방에서는 발견되지만 미 동부지역에는 없다고 한다. 또 술잔버섯과 흡사한 긴대를 가진 술잔버섯[S. occidentalis]은 대가 길어 영어속명으로 Stalked Scarlet Cup이라고 부른다. 주홍술잔버섯은 2009년 4월 18일에 처음 발견하였지만 더 일찍 돋았을 가능성이 높다.

 

 

www.jadam.kr 2010-02-27 [ 우산돌이 구재필 ]
Verpa bohemica 이 서양 골무처럼 생긴 버섯의 사진은 우산돌이 구재필님이 빌려주셨다.

 

그 다음에 돋는 버섯은 서양 골무처럼 생긴 Verpa bohemica 또는 Ptychoverpa bohemica, 그리고 Morchella bispora라고도 부르는 버섯이다. 영어속명은 주름진 서양 골무처럼 생겼다 하여 Wrinkled Thimble-cap 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이름은 없는 듯(?)하며 "서양골무곰보버섯"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그러나 이 버섯은 곰보버섯과 흡사한 유사곰보버섯이며 참 곰보버섯은 아니다. 황갈색의 주름(골)진 갓을 가지고 있고 대는 흰색인데 속은 완전 비어있지 않고 솜 같은 것이 들어 있다. 갓과 대 사이가 갓 꼭대기까지 떨어져 있다. 미국에서는 전역에 걸쳐 3월말에서 5월초까지 일반 곰보버섯보다 먼저 습하고 질퍽한 골자기 낮은 혼합림 숲속 땅위에 돋는다고 한다. 식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나 많이 먹거나 연일 섭취하면 근육운동장애나 위장장애를 일으키며 특히 날 것을 먹으면 중독증상이 더 심하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서양골무곰보버섯"[임시 이름] Verpa bohemica는 곰보버섯 가운데 Morchella semilibera, 영어속명으로 Half-free Morel과 아주 흡사하게 생겨서 혼동을 일으키기 쉽다. 그러나 서양골무곰보버섯은 곰보버섯이 아니며 갓과 대 사이가 갓 꼭대기까지 떨어져 있고 대 속에 솜 같은 것이 반쯤 채워져 있는데 비하여, Half-free Morel은 곰보버섯으로 갓과 대 사이가 반만 떨어져 있고 대 속이 완전 텅 비어있어서 구분된다. 아래 사진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www.jadam.kr 2010-02-27 [ 풀향 최관우 ]
마귀곰보버섯. 이 귀한 사진은 풀향 최관우 님이 빌려주셨다.

 

그 다음으로 돋는 버섯은 역시 유사곰보버섯의 일종인 마귀곰보버섯(Gyromitra esculenta)이다. 영어속명은 이 버섯이 주로 소나무 같은 침엽수 밑에 돋고 진짜 곰보버섯이 아니기 때문에 Conifer False Morel이라고 하며, 그 밖에도 머리 부분의 모양이 뇌처럼 생겨서 Brain Mushroom, 또는 색깔이 붉어서 Beefsteak Morel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뇌를 일그러뜨린 것처럼 생긴 머리 부분의 색깔은 어릴 때는 황갈색이지만 차츰 성숙해 감에 따라 갈색을 거쳐 흑갈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머리 부분을 반 갈라보면 속이 텅 비어있지 않고 각방으로 나뉘어 막혀 있어서 속이 텅 비어있는 곰보버섯과 구별된다. 살은 잘 부서지며, 대를 반 갈라보면 처음에는 솜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으나 차츰 비게 된다. 전체적으로 그 모양새가 부정형으로 불규칙하게 생겼다. 이른 봄에 미국 전역에 돋지만 특히 서부지역 침엽수 밑 땅위에 돋는다고 한다.

 

유럽이나 미국 서부지역에서 혹시 식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마귀곰보버섯에는 모노메칠히드라진(Monomethylhydrazine)이라는 독성을 가지고 있는데 철저하게 익히면 그 독성이 감소된다고 하지만 익힐 때 그 증기를 들여 마시면 중독된다고 한다. 그 독성이 강하여 적혈구를 파괴하고 간 기능을 저해하여 사망하는 수도 있다. 학명 esculenta란 "먹을 수 있는" [edible]이라는 뜻인데 몇 번 잘 끓이면 그 독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 독성을 완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또한 그 돋는 지역에 따라 독성이 달라서 독버섯으로 취급하며 치명적일 수도 있어서 식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www.jadam.kr 2010-02-27 [ 최종수 ]
노란 곰보버섯

 

특히 봄에 많이 돋는 곰보버섯과 또 유사 곰보버섯인 Verpa bohemica 라고 하는 버섯, 그리고 마귀곰보버섯(Gyromitra esculenta)은 생식하면 중독되기 때문에 절대로 생식하면 안 된다. 더욱이 Verpa나 특히 마귀곰보버섯에는 발암불질인 11종류의 히드라진이 들어 있다고 한다. 어쨌든 Verpa와 마귀곰보버섯을 익혀서 먹으면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특히 유럽에서는 마귀곰보버섯을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는데,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Verpa나 마귀곰보버섯을 위험한 독버섯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익혀서 먹으면 괜찮다고 하는 생각마저 버려야 한다. 말린다든가 달걀 오믈렛 만들 때 살짝 익힌 것이나 또는 뜨거운 식초를 뿌리거나 양념을 친다고 하여 괜찮은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모든 버섯은 먹기 전에 철저히 익혀서 조금만 적당량 식용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제 곰보버섯이 돋게 되는데 곰보버섯은 크게 나누어 세 종류가 있고 각각 그 돋는 시기를 달리하여 돋는다. 곰보버섯의 종류와 그 곰보버섯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전에 쓴 버섯 이야기 가운데 “곰보버섯과 더불어 새 봄이”(야생버섯의 신비[34])와 특히 “곰보버섯 뒷 이야기”(야생버섯의 신비[38])에 주목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곰보버섯의 중금속 오염과 중독사건”(야생버섯의 신비[54])도 참고 하실 수 있다. 이미 말씀드린 이야기와 중복되지만 여기에 간단히 요약하여 다시 올린다.

 

 

www.jadam.kr 2010-02-27 [ 최종수 ]
검은 곰보버섯(한국명 키다리곰보버섯)

 

북미주에는 대체로 세 종류의 곰보버섯이 있는데, (1)검은 곰보버섯(Black Morel), (2) Half-Free Morel(Morchella semilibera), (3) 그리고 노란 곰보버섯(Yellow Morel)이 그것이다. 제일 먼저 돋는 것은 Michael Kuo에 따르면 검은 곰보버섯(미국 서부나 유럽에서 돋는 것은 Morchella elata라고 하며, 미 동부지역에서 돋는 것은 Morchella angusticeps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대체로 Morchella elata라고 하며 한국에서는 “키다리곰보버섯”이라고 한다.)이며, 검은 곰보버섯이 돋기 시작한지 1-2주 안에 Half-Free 곰보버섯이 돋기 시작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이 Half-Free곰보버섯은 해마다 많이 돋는 것이 아니고 해 갈이를 하는 것 같아 특히 많이 돋는 해를 가리켜 "Half-Free Morel Year"라고 부른다고 한다. Leon Shernoff는 가장 먼저 돋는 곰보버섯이 Half-Free Morel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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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Free Morel

 

북미주의 Half-Free 곰보버섯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미 동부지역에서 돋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 서부지역 특히 오리건 주에서 돋는 것이다. 그리고 이 Half-Free 곰보버섯은 유럽에서 돋는 것과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검은 곰보버섯과 노란 곰보버섯 사이의 다리를 놓아 주는 것처럼 두 곰보 버섯이 돋는 시기 중간에 돋는다. 갓의 반만 대에 붙어 있는 것이 동정의 열쇠가 된다. 대 속은 완전히 텅 비어 있다. Verpa bohemica와 혼동할 수 있다. Verpa는 갓이 대에서 완전 떨어진 형이고 대 속에 흰 솜 같은 것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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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곰보버섯

 

노란 곰보버섯(Morchella esculenta)은 검은 곰보버섯이 돋아난 지 2-3주 뒤에 돋는다. 2-3주에 걸쳐서 천천히 돋고 4-6주간을 지내면서 노란곰보버섯 철이 계속된다. 머리 부분이 대에 완전히 붙어있고 검은 곰보버섯처럼 가장자리(rim)가 없다. 갓(머리 부분)의 요철부분 가운데 오목한 홈 안쪽에 회색을 띄우는 곰보버섯은 노란 곰보버섯의 어린 것이다. 오목하게 파진 홈 안쪽(pit)은 검거나 진한 회색을 띄우고 도드라진 능선(ridge)은 연한 색깔인데, 노란 곰보버섯이 돋아나기 시작할 때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회색을 가진 곰보버섯은 낙엽에 덮여 있던 검은 곰보버섯의 어린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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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먹물버섯

 

그 밖에 이른 봄 버섯 가운데 갈색먹물버섯(Coprinus micaceus), 난버섯(Pluteus atricapillus), 주발버섯류(Disciotis venosa), 구멍장이버섯(이전 이름 개덕다리겨울우산버섯.Polyporus squamosus), 그 밖에도 몇 종류가 더 있다. 갈색먹물버섯은 상당히 흔한 편인데 아주 이른 봄 3월 하순경에 활엽수 죽은 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다발로 돋기 시작하여 연중 내내 기후 조건만 맞으면 계속 가을까지 다시 돋아난다. 독일 뮨스터에 갔을 때도 3월 하순에 돋은 것을 본 적이 있다. 비록 얇고 작은 식용버섯이지만 그 맛이 비교적 괜찮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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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버섯

 

난버섯 역시 이주 이른 봄부터 연중 내내 가을까지 죽어서 썩은 활엽수 그루터기 주변에 끊임없이 돋아난다. 영어속명이 Deer Mushroom인데 그 색깔이 사슴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식용버섯이지만 맛은 별로 없다. 많이 만나지만 한 번도 채취해서 시식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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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발버섯의 한 종류 Disciotis venosa(Pers.) Arnould

 

주발버섯류도 아주 이른 봄 곰보버섯이 돋는 시기와 거의 같은 시기에 여기 저기 돋는다. 그 종류도 다양하여 전문가들도 현미경적 관찰 없이 동정해 내기 어렵다고 한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버섯은 곰보버섯과 거의 동시에 맨 땅위에 돋는데 컵 안쪽은 황갈색에서 적갈색 또는 암갈색으로 처음에는 매끄럽다가 노균이 되면 컵이 편평하게 펴지면서 중앙에 심맥(vein)처럼 보이는 주름이 생긴다. 그래서 영어속명으로 Veined Cup이라고 부른다. 컵 바깥쪽은 흰색에서 담황색 또는 황토색으로 우단같은데 그 표면이 거칠고 오톨도톨한 돌기가 많이 돋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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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장이버섯(이전 이름 개덕다리겨울우산버섯)

 

구멍장이버섯도 4월 초에 돋기 시작하여 4월 하순이면 아주 탐스럽게 생긴 버섯을 많이 볼 수 있다. 죽은 활엽수나 살아있는 활엽수라도 죽은 부분에서 많이 돋고 주로 강가나 개울가 또는 호숫가 습기 많은 곳 죽은 나무 위에 다량 돋는다. 어린 것은 식용할 수 있는데 맛은 별로 특이한 것이 없다. 많이 만나지만 아주 가끔 어린 갓을 조금 베어와 달걀 오믈렛을 만들어 먹어본 적이 있다.

 

 

www.jadam.kr 2010-02-27 [ 최종수 ]
봄 볏짚버섯 Agrocybe molesta

 

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겨울은 지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다림은 희망이요 오늘을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다. 내일을 기다리고 겨울나기를 기다리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그래서 다시 생명의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기다림은 무위(無爲)인가 이 글을 마칠 즈음 봄의 산행을 준비하기 위하여 마라톤에 도전한다는 분의 쾌거 소식이 전해진다. 마라톤 절반 코스 달리기에서 3위 입상하였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 눈에는 3위 입상 트로피와 메달은 겨울을 뛰면서 살아내며 축적해 온 힘의 꽃으로 보인다. 마치 눈이 녹기가 무섭게, 아니 눈 속에서도 생명의 꽃을 피어내는 이른 봄 버섯들처럼.............@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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