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삼성 리움 미술관은 개관 이래 처음으로 국내 생존 작가의 개인전을 열기로 한다. 전시 제목은 ‘집 속의 집’이며 총 10만여 명이 관람한 이 전시의 주인공이 이 기사에서 얘기하려는 서도호다. 그는 서울대학교 교수이며 한국화가의 대가로 꼽히는 서세옥 화백의 아들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쉬운 출발을 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지만, 아버지의 그늘에 있기보다는 아버지와 전혀 다른 분야로 자신만의 창작세계를 완성해갔다. 또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작가가 되기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커리어를 쌓아가는 서도호는 현재 한국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Reflection>(2005-2011)

아버지가 창덕궁 연경당 사랑채를 모델로 그 당시 장인들을 불러모아 지은 서울의 집은 대학 시절까지 그가 자란 곳이며 서도호에게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자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계속 집을 떠나 전 세계 이곳저곳에서 생활하던 그에게 서울 성북동 집은 막연히 생각에만 머무르고 존재하였다. 특히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오는 이질감은 그의 향수를 더욱 증폭시켰다. 그는 두 집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생각하다가 성북동 집을 공간적으로 이동시켜 당시 살고 있던 뉴욕의 집과 연결시키는 ‘transportable home’, 즉 이동시킬 수 있는 형태의 집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가벼운 소재여야만 했고 그래서 생각해낸 재료가 천이었다. 그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재학시절 옷감과 재봉질에 대한 강의를 들었던 것을 계기로 천을 재봉하여 그리던 성북동 집과 뉴욕 집을 연결하는 작품을 만들게 된다.

<떨어진 별 1/5> 뉴욕아파트와 성북동 집의 충돌을 보여준다

사는 공간은 바뀌지만 살았던 공간에 대한 기억은 거미줄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는 것 같다. 달팽이가 집을 이고 가는 것처럼 그 기억을 안고 다른 곳으로 간다. 투명한 천을 쓰면서 이걸로 작품을 만들면 아름답겠다, 하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은조사 같은 실크를 사용하면 창호지를 통해 비치는 은은한 빛이라든지 열린 공간의 특징을 잘 보여줄 것 같았다. 전등 스위치, 콘센트까지 완벽하게 만든 것 역시 마찬가지다. 뉴욕과 서울의 전등 스위치가 다른데 이런 걸 정확하게 보여줘야 나 스스로도 공간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겠다 싶어 더 꼼꼼하게 만들었다.

서도호 인터뷰 중에서, <LUXURY> 매거진 2012년 5월호, 에디터 정성갑 

 

<뉴욕집> 현관

리움미술관에서 전시하여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집 속의 집’ 작품들은 2001년 3명이 작업을 시작해서 2011년에야 끝났다. 재봉틀 작업이 40%, 손바느질 작업이 60% 정도 되는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그는 이제 한국뿐 아니라 뉴욕이나 런던에서도 거물급 작가다. 뉴욕의 리먼 머핀(Lehmann Mauphin) 갤러리 전속 작가로 휘트니 미술관 필립 모리스 분관, 영국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시애틀 미술관, 도쿄 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을 진행했다.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과 예일 대학교에서 유학한 그는 ‘집’과 ‘카르마’를 주요 키워드로 설치, 조각, 영상, 드로잉, 오브제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또한 미국 스미스소니언 미술관에서 올해 3월부터 다섯 달간 서도호 작품을 전시했다.

<Home within home>(2009)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한 블루 프린트
리움미술관 ‘집 속의 집’ 전시
<Staircase IV>(2003) 뉴욕 아파트 계단을 형상화한 작품
Corridor & Staircse, Bristol Museum & Art Gallery 전시
서도호 전시 작품 중 디테일한 부분을 확대한 사진들
<Karma>
<Passage/s>(2016) 영국 Victoria Miro Gallery 전시 via ‘Art-agenda
<Cause & Effect>
<고등학교 교복>(1995)
<Karma>, Museum of Fine Art Houston
<Floor>(1997-2000)
서도호 작품 소개와 인터뷰 영상

 

 

메인 이미지 서도호,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via ‘Ar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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