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그림으로 보는 자연] 굴 파기에 딱, 삽 닮은 넓적한 앞다리

입력 : 2015.09.03 03:08

꽃밭을 가꿔 보거나 화분에 채소를 심어본 친구들은 흙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거야. 흙은 '만물의 어머니'라고 할 정도로, 많은 생명체의 시작점이자 삶의 터전이야. 그래서 유엔은 올해를 '흙의 해'로 정했어. 흙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 흙이 각종 오염물로 점점 황폐화되고 있는 것을 막자고 말이야.

흙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눈으로 발견할 수 있는 생명체도 아주 많아. 비 오는 날 눈에 잘 띄는 지렁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개미, 몸을 동그랗게 말 수 있는 공벌레, 다리가 많은 노래기, 그리고 강아지처럼 보드라운 털이 나 있는 땅강아지도 있어.

땅강아지 일러스트
그림=이재은(호박꽃‘내가 좋아하는 곤충’)
땅강아지는 앞발이 게와 닮았고 두더지처럼 굴을 잘 판다고 '게발두더지'라고도 하고, '도루루 도루루' 운다고 북녘에서는 '도루래'라고 해. 서양에선 '두더지귀뚜라미'라고 하고, 땅에 살면서 강아지랑 닮았다고 '땅개' '땅개비'라고도 불러. 땅강아지는 밭두렁에 올라와 '삐이이 삐이이' 울기도 해. 땅강아지는 굴을 파고 땅속에서 살지만 가끔 땅 위로 올라와. 날개가 있어서 불빛을 보고 날아오기도 하고, 물에 빠지면 헤엄도 잘 쳐. 땅강아지 앞날개는 작고 뒷날개가 큰데, 날지 않을 때는 가늘고 길게 접어 등 위에 올려놓지. 몸 빛깔은 누렇거나 검은빛이 도는 흙빛이고, 머리는 거무스름해. 커다란 홑눈과 그 위에 조그맣게 툭 튀어나온 겹눈이 있어. 홑눈은 밝고 어두운 걸 느끼고, 엄청나게 많은 낱개의 눈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겹눈은 색깔과 형태를 보는 데 써. 곤충들은 겹눈이 많은데, 이 겹눈 덕분에 머리를 돌리지 않고도 넓은 지역을 볼 수 있어.

땅강아지 생김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넓고 두꺼운 앞다리 종아리마디야. 단단한 삽처럼 되어 있어서 땅을 파는 데 딱 알맞아. 몸길이가 3cm 정도 되는데, 아주 재빠르게 굴을 파. 제 몸길이의 다섯 배쯤 되는 땅속까지 파고들어가지. 그러니 잡기가 쉽지 않아.

곤충들의 95%는 땅속에 알을 낳거나, 어른벌레가 될 때까지 땅속에서 자라. 그럼 땅강아지는 땅속에서 어떻게 자랄까? 암컷은 5~7월에 땅속에 250~300여 개의 알을 낳아. 보름에서 한 달 좀 넘는 기간, 알이 깨어날 때까지 정성껏 돌봐. 땅강아지 애벌레는 허물을 4번 벗어야 드디어 날개가 돋은 어른벌레가 돼. 9~10월이 땅강아지가 어른이 되는 때야. 그리고 땅속에서 겨울을 나.

땅강아지는 식물의 뿌리나 지렁이 등을 먹는 잡식성이야. 인삼, 감자, 무, 땅콩 등을 먹으니까 농부들에겐 아주 고민거리야. 하지만 땅강아지는 흙에 이로운 역할도 해. 여기저기 흙을 헤집어 놓으며 땅속에 공기를 불어넣어 주거든. 덕분에 빗물도 스미고, 여러 미생물도 살아갈 수 있게 되지. 그런데 땅강아지는 오염된 흙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도시 흙에선 땅강아지를 만나기 어려워.



박윤선·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