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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여교사, 얼마나 힘들었으면 극단적 선택

‘교사로써 자긍심 잃어’ 호소...“교권호보 입법 속도내야”

입력 2023-09-11 11:16

교사 사진
고인의 남동생(왼쪽)이 영정사진을 들고 죽은 A교사가 근무했던 학교 교실과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수년 동안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대전의 초등학교 40대 여교사 A씨가 9일 동료 교사와 제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고인이 생전에 교권 침해사례를 적은 기록도 공개됐는데, 악성 민원에 고통을 겪은 지난 4년간 학교나 관계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어떤 노력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 같은 공포”를 호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발인일인 9일 오전 장례식장을 떠난 교사 A씨의 운구차는 숨지기 전 마지막 근무지였던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동료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교사의 마지막 가는 길에 배웅하려 운동장에서 운구행렬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족을 대표해 고인의 남동생이 영정사진을 안고 교실과 복도 그리고 교내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를 향하는 동안 “선생님 이렇게 오시면 안 되요”, “누가 선생님을 죽였어”라며 조문객에게서 탄식과 오열이 터져나왔다.

영정을 뒤따르던 동료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일했던 선생님을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다”고 흐느꼈다.

A씨가 최근까지 아이들과 함께 머물렀던 5학년 교실에는 “그동안 죄송하고 감사했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학생들이 적은 편지글과 국화꽃이 놓여 있었다.유족은 숨진 교사가 2019년부터 학생 지도를 두고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고소당했고,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지난 7월 자신의 피해 사례를 직접 적어 초등교사 노조에 보냈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버텼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공개된 A씨 교권 침해 사례에는 수업 태도가 불량한 학생 4명을 훈육한 이유와 과정, 학부모들과의 상담내용, 이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되고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실까지 자세히 기록돼있다.

급식실 바닥에 누운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지도하자 학부모로부터 ‘전교생 앞에서 지도해 불쾌하다’는 전화 민원을 받았고, 친구의 얼굴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장에게 아이 지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일로 학부모는 교실로 직접 찾아와 A씨의 사과를 요구하고 국민신문고, 경찰에 아동학대로 A씨를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검찰 조사까지 받은 교사는 신고 후 10개월이 지나 2022년 10월 무혐의를 받았으나 “이 기간 동안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게 됐다”고 피폐해진 건강과 마음상태를 기록으로 남겼다.

대전시교육청과 경찰은 학부모 민원에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은 끝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번 사건에 대해 원인 조사와 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년 넘게 교직생활을 해왔던 40대 여성 교사 A씨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다친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7일 열린 교권보호 법안 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여야 간 견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젔다.

이날 법안 소위에 상정된 법안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 교육법’ ‘유아교육법 등 이른바 교권보호 4법’의 일부 개정안이다.

사망한 대전 여교사 장례식장에 참석한 B교사는 “교권보호가 하루속히 개정되도록 국회 여야가 힘을 모아 힘써주시길 바란다”며 “개정되지 않거나 시간이 미뤄지면 교사들은 악성 민원에 시달려 아이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고 또한, 그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세종=윤소 기자 yso664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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