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인문학] 어느 때나 볼거리를 주는 마가목

문화 / 이동고 자연생태연구가 / 2016-10-05 12:26:07
12마가목

마가목은 잎 모양, 열매 빛깔, 약효.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식물이다. ?이동고




요즘 영남알프스를 오르거나 1000미터 넘는 산을 타본 사람은 가지가 축 늘어질 정도로 빨간 열매를 잔뜩 달고 있는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지난 주말 밀양얼음골로 올라가니 곳곳에 그 붉은 마가목 열매가 보였다. 가을을 앞질러 여는 듯한 그 붉은 열매는 천연기념물 얼음골 근처, 돌들이 무너진 전석지대에서도 잘 자라고 있었다. 마가목은 높은 산에서 자라기에 안개에, 혹은 구름에 덮인 신비로운 나무로 세속에 물들지 않는 천상의 나무처럼 보인다. 꽃도 필 때는 하얀 색으로 소복하게 피기에 구름속 나무처럼 보일 정도다.



마가목의 약재명이 천산화추(天山花楸)다. 오래전부터 높은 산에서 자란다는 것을 특성으로 알아본 것이고 楸자가 들어간 것은 마가목이 가래나무처럼 우상복엽이기 때문이다. 잎도 싱그럽고 잎이 지고도 붉은 열매가 남아 있으니 관상가치가 대단하다. 비슷한 것으로 당마가목이 있는데 열매색이 주황색에 가깝고 이파리 개수가 더 많다.



마가목은 높은 산에서 잘 자란다. 남쪽에서 자라는 마가목은 상당히 큰 교목인 데 비해 북쪽으로 가면서 점점 작아져 아교목 상태가 된다. 원래는 따뜻한 평지에서 자라던 것이 점차 높은 산이나 추운 곳으로 옮겨 갔다고 추정한다. 같은 산에서도 계곡 숲 그늘에서는 토양이 비옥하고 물이 풍부하여 높이 10~15미터 교목을 이루지만 능선에서는 아교목 정도로 자란다. 전세계적으로 80여종이 있는데 시베리아에서도 잘 자란다. 백두산에서는 1000미터, 설악산이나 태백산에서는 1300미터 지점에서도 자란다고 한다.



마가목이라는 이름은 ‘말+이빨’이라는 마아목(馬牙木)에서 왔다고 추정한다. 봄철 새순이 힘차게 올라오는 모습이 ‘말이빨’ 같다는 것이다. 옛날 문헌에는 馬價木, 馬家木으로도 표현해 놨지만 말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꽃은 흰빛이고 아주 작은데 10센티미터 이상의 다발을 만들어 피기 때문에 풍성한 초록잎새와 어울려 아주 시원스럽고도 아름답다.
7년 전엔가 울릉도에 갔을 때 이 마가목을 가로수로 심어 두었는데 그 아름다움에 탄복을 했었다. 가을철이라 붉은 열매와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 같은 거치가 깃털처럼 보이는 단풍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215호 흑비둘기가 서식하는 울릉도 사동은 천연기념물 237호로 지정해 두었는데 후박나무 열매를 주로 먹지만 마가목 열매도 먹는다고 한다.



관상가치는 우리만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일본 홋카이도 쿠시로 시는 가로수가 모두 이 마가목이어서 인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울릉도를 제외하고는 이 마가목을 가로수로 심어서 키우는 도시를 본 적이 없다. 추위에 강한 나무라 고산지대에 많지만 평지도 반그늘 상태면 잘 자라는 나무이니 가로수로 도전해볼 나무다. 싹이 나오는 모습도 특이하고, 꽃도 아름답고, 단풍도 아름답고, 열매는 겨울까지 붉어 장식하는, 어느 계절이나 볼거리를 주니 유럽마가목은 ‘봉사하는 나무’(Service tree)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마가목은 나무껍질과 열매를 약재로 쓰는데 원래는 열매를 주로 이용했다. 열매가 익으면 말려 물에 달여 먹는데 이뇨, 진해, 거담, 강장, 지갈 등에 효능이 있어 신체 허약증을 비롯하여 기침이나 기관지염, 폐결핵, 위염 등에 쓴다. 특히 장기간 복용해야 할 때는 술을 담아 마시면 피로회복과 강장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가목 술은 약간 신맛이 나서 여러 술과 배합해도 진가를 발휘한다고 한다.



자연상태에 아직 남아있는 나무들은 그냥 채집을 하지 재배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느 관광지든 채집한 숲속의 보물들이 ‘장물’로 나와 민간요법 특효약으로 팔리고 있다. 좋은 나무라면 많이 가꾸어 이용하면 좋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되레 먼저 개발된 서양마가목 종자들을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유럽마가목, 열매가 유난히 붉고 무더기로 달려 오래 가는 미국마가목, 흰빛이 나는 열매를 가진 중국산 호북마가목도 있다.



한 때 영동고속도로 도로변에 일부 구간을 심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좋은 약재로 입소문이 심하게 난 나무라서 그런지 곳곳에서 사라진다. 가로수로 쓰자고 제안도 쉽게 하지 못할 지경이다. 열매를 따는 정도는 양반스러운 일에 속한다. 최근에는 마가목 수피가 각종 성인병에 좋다는 소문이 나서 고산지대 나무들을 토끼 껍질 벗기듯 껍질만 홀라당 벗겨가는 일이 허다한 모양이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만 해도 산과 숲은 이미 많은 것을 주는데 그 은혜를 모르고 산 속 곳간을 거덜내는 것이다. 가파른 얼음골 구간을 처음 타 봤을 땐 다시는 가지 못할 공포의 구간처럼 여겨졌는데, 이번에는 가뿐히 타고 넘었다. 같이 간 지인들 격려도 있었지만 곳곳에서 나를 이끄는 마가목 등 아름다운 나무들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마가목 단풍이 곧 붉게 들 것이니 그 모습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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