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의 마지막 발레작, 호두까기 인형 [클래쉬크]

장르 인사이드

차이코프스키의 마지막 발레작, 호두까기 인형 [클래쉬크]

2015.12.22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하면 제일 먼저 그의 비극적인 마지막 교향곡 "비창"이 떠오르지만, 한편으로는 이 교향곡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발레 작품들도 함께 떠오릅니다. 소위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로 일컬어지는 "백조의 호수(1876)", "잠자는 숲 속의 미녀(1889)" 그리고 "호두까기 인형"이죠. 그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작곡된 곡이 바로 "호두까기 인형"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인 1892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51세 때, 이 곡을 의뢰 받아 작곡을 시작했지만, 그는 사실 이 곡의 의뢰를 별로 탐탁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적인 스토리와 발레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데다가, 또 당시에 그는 "메크 부인"의 후원도 중단되고, 그를 압박하는 여러 사건들로 인해 심신이 피로하여,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발레 곡을 쓰기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완성된 발레곡은 그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작품으로 태어났죠.

게다가 전 세계 어디서나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어김없이 상연되는 가장 유명한 클래식 작품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8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 형태로 먼저 발표되어 성공을 거뒀지만, 곡들이 더 추가되어 약 1시간 30분가량 상연되는 발레는 막상 초연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의 원작은 E.T.A 호프만이 친구의 남매인 "프리츠"와 "마리"를 위해 쓴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이지만, 발레에 맞게 스토리를 각색하였죠. "클라라"라는 소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받았는데, 오빠 "프리츠"가 인형을 망가뜨리고 맙니다. 하지만 꿈속에서 그 호두까기 인형은 "쥐의 군대"를 물리치고 멋진 왕자로 변신하여 "클라라"를 환상의 나라로 데려간다는 동화적인 이야기입니다.

'호두까기 인형'에서는 '사탕요정들의 춤'에 등장하는 당시 매우 희귀했던 "첼레스타"라는 악기가 처음으로 쓰였고, '눈송이 왈츠'에서 발레로서는 특이하게 여성 합창단 혹은 어린이 합창단이 가세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베를린 필'의 연주 음반에서는 '상투스'로 유명한 소년 합창단 "리베라"의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이 앨범은 현재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인 "사이먼 래틀 경"이 처음으로 녹음한 차이코프스키의 관현악 작품입니다. 엄청난 양의 디스코그래피를 자랑하는 "래틀"이지만 웬일인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비롯해 유독 그의 작품만은 이제껏 단 한 번도 녹음하지 않았었습니다. (단 한번 "나이젤 케네디"가 녹음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적은 있습니다.) 그래서 이 '호두까기 인형'이 래틀 최초의 차이코프스키 녹음이고, 아직까지도 유일한 차이코프스키의 관현악 녹음입니다.^^

음악은 말할 필요도 없이 여러분들이 들으시면 모두 알만한 유명한 곡들로 빼곡합니다. 저는 사실 음악보다도 언제나 '호두까기 인형'의 "실체"가 궁금했습니다. 과연 "클라라"가 선물 받았다는 그 "호두까기 인형"은, 왜 수염을 달고 행진하는 러시아 군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인형"의 신분으로 정말로 "호두"를 깔 수 있기는 한 걸까? 어떻게 그 강하고 단단한 호두를 "인형의 몸"으로 깔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도대체 호두를 깔 수 있는 외모를 가지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호두까기 인형"의 실체를 만나게 되었죠. 그리고 이 인형의 근엄하고 얌전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강한 턱"과 "커다란 이빨"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마침내 호두까기 인형에 대한 모든 궁금증이 마치 마법처럼 풀렸죠. 여러분도 한번 유튜브에서 "호두 까는 호두까기 인형"을 찾아보세요.^^

영상을 보셨다면, 이제 여러분도 '호두까기 인형'에 대한 의구심과 궁금증을 털어버리고, 개운한 마음으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하러 가시면 되겠습니다. 연말이라 여러 곳에서 "호두까기 인형들"이 "출몰"한답니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안무를 바탕으로 하는 "국립 발레단"과, 이 작품을 초연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안무를 바탕으로 한 "유니버설 발레단"의 아름다운 대결이 흥미진진합니다. "강철 나비"로 불리는 아름다운 발레리나들이 펼치는 ‘호두까기 인형’을 감상하실 때는 귀만 말고, 눈도 크게 뜨고 계시는 거 잊지 마세요~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