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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달마도로 해외서 주목받는 '광주 용수사 덕산스님'

이윤희 이윤희 기자 발행일 2021-03-30 제15면

부적처럼 여기는 달마도, 그 속에 가르침 알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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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용수사 주지 덕산스님. 수행을 위해 달마도를 그려왔으나 널리 해외까지 알려지게 됐다. 2021.3.29 /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그림 배운적 없지만 꿈에서 본뒤 시작"
수행 목적, 불자들에게 수없이 그려줘
3~5분간 막힘없이 정성 담아 집중해야
금 분말 배합 작품 中·日서 많이 찾아

"그림에 소질도 없었고, 미술을 배운 적도 없다. 수행의 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달마도'로 중국, 일본에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는 덕산스님을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소재 용수사에서 만났다. 마을 끝자락 산중턱에 자리한 이곳을 찾아가는데 우연히 만난 마을주민은 달마도보다 그의 성품을 높게 사며, 길을 안내해줬다.

"30년 전 양산 통도사에서 승려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어느 날 포교당을 세워 생활하는데 꿈속에서 달마대사를 만났다. 황금빛이 영롱한 자태의 대사를 만났고, 이른바 '선몽'이었다. 이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달마도를 한번 그려봤는데 선물과도 같은 재능이 생겼음을 알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에 덕산스님은 불자들에게 수천, 수만점의 달마도를 그려주며 수행을 계속해 나갔고, 많은 이들이 그의 달마도를 통해 '위안을 받고 영험함을 접했다'고 전해왔다. 전국을 다니다 지난 2016년 광주에 조용히 자리 잡았지만 달마도를 접하려는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달마도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달마대사를 알아야 한다. 인도의 왕족으로 부처님의 법맥을 이어받은 제자이고, 중국으로 포교에 나섰다가 동굴 속에 들어가 9년간 벽을 쳐다보며 면벽좌선 후 깨달음을 얻었다. 달마대사는 산적 얼굴에 맑은 눈을 가졌는데 특히 달마도에서는 '마음 심(心)'이라는 글자가 들어가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달마도에 있어 중요한 것이 '수행력'이라고 스님은 강조한다.

"달마도는 그리는 사람의 정성과 기도가 있어야 한다. 즉 수행력이 중요하다. 이른바 영(靈) 달마도. 3분이면 그리지만 그 안에 모든 걸 집중해야 하고, 상대방을 생각하고 그리다 보니 기도를 하며 좋은 기운을 불어넣으려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달마도를 걸어놓고 상황이 좋아졌다'고 하는 이들이 많아지며 입소문을 타고 그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먹 달마도
덕산스님이 그린 달마도.

스님이 그린 달마대사의 모습은 선하고 청정하다. 매부리코에 부리부리한 눈, 풍성한 눈썹과 콧수염, 옷 주름의 표현에도 거침없이 힘차게 꺾어 돌린 모습이 호쾌한 붓놀림을 느끼게 한다. 3~5분간 붓 한 개로, 한 번에 막힘없이 그려내는데 먹으로도 그리고 순금 분말을 아교와 배합해 그리기도 한다.

이중 금으로 그린 달마도는 '황금달마도'라 불리는데 덕산스님의 상징 작품이기도 하다. 꿈속에서 본 달마대사가 온통 황금빛으로 둘러싸여 금으로 그렸는데 일본과 중국에서 특히 찾는 이들이 많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아온 그림 중 하나가 달마도다. 1천500여년 전인 527년에 그려진 달마도가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달마도다. 그러나 달마도가 그려진 것은 훨씬 더 이전부터였을 것이다"는 그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달마도가 그냥 작품으로서가 아닌 시중에서 일종의 부적으로 수맥차단 등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만 여기게 된 것 같다"고 토로한다.

"달마도를 방이나 사무실에 장식함으로써 자신의 소망을 기원하고, 부처님의 제자인 달마대사의 원력으로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사실을 믿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달마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라고 털어놨다.

1989년 양산 통도사에서 시작해 지금에까지 이른 덕산스님의 달마도는 30년 수행의 진수가 담겼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 "달마도를 통해 수행하고 불교를 알리고 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불교대학, 사원 등을 세우는 게 큰 바람"이라고 전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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