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협 풋살대회, 뉴스1·MBC·연합 '죽음의 조' 탄생

[제1회 기자협회 여성회원 풋살대회]
열띤 조추첨… 내달 6일 12개팀 격돌

‘공좀하니’ ‘아주잘차’ ‘FC센터’ ‘FC바빠’ ‘FC오렌지족’, 이 이름들의 공통점은? 바로 제1회 한국기자협회 여성회원 풋살대회에 참가하는 언론사들의 팀명이다. “열기 가득한” 팀명만큼 풋살대회 준비도 뜨겁다.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경기. 12개 팀 선수들은 매주 모여 훈련하고, 연습 경기를 갖는 등 ‘초대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프레스센터 엠바고룸에서 열린 풋살대회 조추첨은 상대팀에 대한 정보 탐색전이 치열한 가운데 친선 경기 일정 조율로 분주했다. 조추첨 결과 강호로 평가받는 뉴스1, 연합뉴스, MBC가 A조로 배정되자 기자들의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죽음의 A조’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내달 6일 열리는 제1회 한국기자협회 여성회원 풋살대회에 참가하는 기자들이 매주 훈련에 돌입하는 등 치열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MBC 풋살팀의 훈련 현장 모습.


지난 2월 기자협회가 처음으로 여성 기자들을 위한 풋살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기자들 사이에선 “드디어”라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48회째라는 역사를 자랑하듯 기자협회는 매년(코로나 팬데믹 시기 제외) 서울지역 회원사 기자 대상 축구대회를 열어왔지만, 남성 기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해 여성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풋살대회로 이제 여성 기자들이 응원석이 아닌 경기장 잔디를 밟게 된 것이다.


대회 개최 소식을 들은 기자들은 즉각 선수를 모집해 주 1~2회 용산, 압구정, 영등포, 상암, 증산 등지의 풋살 구장에 모여 훈련에 들어갔다. 지난 2월 “이미 타사는 팀 구성하고 연습에 들어갔더라”는 정보보고가 올라오자마자 한겨레(공좀하니)는 주장이자 평소 취미로 풋살을 하고 있던 남지현 기자를 주축으로 선수들을 모아 지난 3월3일 첫 훈련에 돌입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의 선풍적 인기 탓인지 경기장 예약도 쉽지 않다. 매번 기자 여러 명이 동시에 달라붙어 ‘광클’ 도전을 할 정도다.

내달 6일 열리는 제1회 한국기자협회 여성회원 풋살대회에 참가하는 기자들이 매주 훈련에 돌입하는 등 치열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중앙일보 풋살팀 FC센터의 훈련 현장 모습.


연합뉴스 풋살팀 FC바빠 선수로 뛰는 설승은 기자는 동료 선후배들을 직접 접촉해 선수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설 기자는 “주니어 기자들에게 어떤 구심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후배들에게 전화해 참여 의사를 물어봤다. 흔쾌히 하겠다는 기자들이 정말 많아 기대 이상이었다”며 “작년에 입사한 기자들이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친구들을 믿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가 가까워진 만큼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한 친선 경기 일정도 속속 잡히고 있다. 이미 지난 12일 뉴스1과 아주경제(아주잘차), 지난 17일 한겨레와 뉴스1 풋살팀의 연습 경기가 치러졌고, 20일 연합뉴스-연합뉴스TV(FC오렌지족), 21일 한겨레-한국일보의 친선 경기가 예정돼 있다.


중앙일보(FC센터)는 코치로 한국풋살연맹 드림리그(2부) 1위 팀인 고양불스풋살클럽의 현역 선수를 영입할 정도로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겨레는 골때녀에 출연하고 있는 이영표 FC개밴져스 감독을 외부 일일 코치로 초빙해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른 팀들도 이전 기자협회 축구대회 에이스로 활약했던 남성 기자 동료들이 감독으로, 개별 코치로 활동하는 등 후방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내달 6일 열리는 제1회 한국기자협회 여성회원 풋살대회에 참가하는 기자들이 매주 훈련에 돌입하는 등 치열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풋살팀 FC바빠의 훈련 현장 모습.


각 팀 내 연령대는 고연차부터 저연차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이주현 한겨레 기자, 성지영 MBC 기자가 최고참 선수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주경제와 MBC는 감독부터 단장까지 모두 여성으로 구성했다. 풋살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각 팀마다 포진돼 있기도 하다. 연합뉴스 FC바빠 주장인 차지연 기자는 “풋살만 10년 동안 한 사람”이다. MBC는 기자회에서 축구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여성 기자 4~5명이 풋살팀 에이스로 합류했다. 기자들은 선수교체 제한이 없는 이번 풋살대회 규정상 선수가 많을수록 강팀으로 여기고 있다. 출전 선수를 가장 많이 등록한 팀은 한겨레로 16명이고, 농민신문은 6명으로 가장 적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유니폼 등 장비 구색도 경기 준비만큼 치열하다. 한겨레는 이정윤 후원팀장이 직접 디자인해 한겨레 후원제 캐릭터 ‘겨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고, 중앙일보는 “이왕 하는 거 폼나게 하라”는 박소영 행정국장의 말에 따라 유니폼, 운동 양말과 정강이 보호대까지 모두 ‘나이키’ 제품으로 맞췄다.

내달 6일 열리는 제1회 한국기자협회 여성회원 풋살대회에 참가하는 기자들이 매주 훈련에 돌입하는 등 치열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한겨레 풋살팀 공좀하니의 유니폼.


선수로 참여하는 기자들에겐 이번 대회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함께 땀 흘리며 연습하는 과정에서 흐릿해져 있던 동료애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풋살화가 담긴 가방을 바리바리 챙겨 출근하는 성지영 MBC 기자를 보고 ‘엄마 멋있다!’고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그를 뿌듯하게 한다. 성 기자는 “25년 차 기자로서 여성 기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개무량하다”며 “무엇보다 다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좋은 기회인데 다들 즐거운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풋살대회는 다음달 6일 경기도 고양시 농협대학교 풋살장에서 열린다. 3개 팀이 1개조로, 총 4개조가 조별리그를 벌인 뒤 각 조 1위 팀이 4강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경기는 5 대 5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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