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과 마법의 버섯 중독

 

ⓒ www.jadam.kr 2012-03-17 [ 최종수 ] 광대버섯 Amanita muscaria var. formosa Pers.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 가운데 개나 고양이가 마법의 버섯을 먹고 중독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증상을 제대로 잘 진단하고 행동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지 못하여 거의 무관심하게 된다. 물론 가축들이 마법의 버섯을 먹게 되는 것은 정말 우연한 일이다. 개나 고양이가 버섯을 보았을 때 그 모양새나 냄새가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보이기 때문에 먹는 것이다. 버섯에는 보통 아미노산이 들어 있어 그 맛이 고기와 비슷하다. 그래서 개나 고양의 관심을 끌게 된다. 버섯을 먹은 뒤 여러 시간이 지나서야 그 증상이 나타난다. 구토, 설사, 착란을 일으키고 때때로 혼미 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하게 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사람이 독버섯을 먹고 중독되는 사례가 보고되는 것은 비교적 흔한 일이지만동물의 버섯 중독은 거의 보고되고 있지 못하다. 개의 독버섯 중독 사례는 사람의 독버섯 중독 사례보다 훨씬 그 빈도가 높다. 그러나 고양이의 경우 독버섯에 중독되는 사례가 거의 없고 오직 고양이 주인이 오락을 목적으로 말린 마법의 버섯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고 한다.

 

 

ⓒ www.jadam.kr 2012-03-17 [ 최종수 ] 마귀광대버섯 Amanita pantherina(DC.:Fr.)Krombh.

 

가축이 마법의 버섯에 노출될 수 있는 곳은 집 주변 뜰이나 풀밭 또는 공원 풀밭이다. 실제로 개나 고양이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종류의 버섯을 먹었는지 밝히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에서 나온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4년 사이의 개의 독버섯 중독 70사례 가운데 21사례(30%)가 어떤 버섯을 먹고 중독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개가 독버섯을 먹고 중독되었을 때 그 치료는 주로 신체의 생리적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완적 치료, 다시 말하면 지지요법(supportive care)을 사용하는데, 그 중독증상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나 고양이가 어떤 종류의 독버섯을 먹었는지 알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독버섯을 먹은 뒤 행동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버섯의 종류에 따라 그 독성이 다르다. 따라서 버섯(자실체) 전체, 즉 갓, 대, 대의 밑동 까지 버섯의 모든 부분은 버섯의 이름을 알아내는 일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인편이나 턱받이는 물론 흔히 땅 속에 묻혀 있는 대주머니는 버섯 동정에 필수적인 것들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개나 고양이가 섭취하고 남은 버섯을 동물병원에 가지고 가는 것은 물론 개가 토한 버섯을 병원에 가지고 가는 것도 버섯 동정에 큰 도움이 된다. 개나 고양이가 어떤 종류의 독버섯을 먹고 중독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만 있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결정적 도움이 되는 것이다.

 

 

ⓒ www.jadam.kr 2012-03-17 [ 최종수 ] 갈황색미치광이버섯 Gymnopilus junonius(Fr.) Orton =G. spectabilis(Fr.) A.H. Smith

 

버섯의 독성이 사람과 동물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다. 동물이 비교적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버섯이라도 사람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동물들은 독버섯을 먹고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버섯을 관찰하러 다니다 보면 노루 사슴이나 다람쥐가 독버섯을 먹고 있는 것이나 먹은 흔적을 흔하게 만난다. 어느 분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자기 집 뒤뜰에 노루들이 몰려와서 독버섯(광대버섯 류)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다음날 다시 와서 먹더라는 것이다.

 

광대버섯(Amanita muscaria)의 경우 사람이 먹으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지만 강아지나 어린 고양이가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이 글에서 다룬 독성은 이속사졸(isoxazoles)과 실로시빈(psilocybin)/실로신(psilocin) 두 가지이다. 이속사졸 복합체에는 이보텐산(ibotnic acid)과 무시몰(muscimol) 두 독성분이 있다. 이 이보텐산과 무시몰이라는 두 독성분은 이른 바 판테린 증후군(pantherine syndrome)의 원인이 되는 물질로 섭취 후 30분에서 2시간 안에 현기증, 혼미, 운동실조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에 이어 활동항진 기간을 거쳐 마치 혼미(coma)와 같은 깊은 잠에 떨어지는데, 이 시기에는 중독된 사람이나 동물의 호흡작용을 도와주는 치료를 행하여야 한다. 이속사졸과 관련된 버섯은 주로 광대버섯 속 버섯 가운데 광대버섯(Amanita muscaria)과 마귀광대버섯(Amanita pantherina)이 대표적인 중독사례를 낳는 버섯이다. 이 두 독버섯은 인간이 섭취하였을 경우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지만, 동물이 섭취하였을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이속사졸 독성을 가진 광대버섯 류는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특히 침엽수림 땅위에 돋고 활엽수림 땅위에서 돋기도 한다.

 

 

ⓒ www.jadam.kr 2012-03-17 [ 최종수 ] 소똥환각버섯 Psilocybe xeroderma Huijsman

 

1. 이보텐산과 무시몰의 주요 중독증상: 보고된 가축의 독버섯 중독사례를 보면 대체로 이보텐산과 무시몰이라는 독성분으로 말미암아 중독되었다. 개의 행동을 관찰한 바에 따르면 개가 반복하여 버섯을 찾아 먹고 마침내 중독 증상을 보여준 버섯은 광대버섯이었다. 개가 광대버섯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들은 흥분, 혼미, 발한, 운동실조, 구토, 설사, 헐떡이기, 근육경련, 동공팽창, 일정 기간 행동항진을 보이다가 이어서 우둔함, 기면상태, 극심한 갈증, 체온증가, 맥박수 증가를 보여주었다. 좀 더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 호흡기능부전, 간 기능 부전, 발작, 흔들고 떠는 진전, 산소부족으로 피부가 청변하는 청색증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더 심한 경우에는 사망하였다. 그런데 사망한 경우를 보면 대체로 아직 면역체계가 발달 과정 가운데 있는 강아지가 대부분이었고, 건강한 성견은 대체로 완전 회복되었다. 4개월 된 강아지가 광대버섯의 갓 절반가량을 먹었는데, 섭취 후 30분 이내에 심한 발한, 설사, 경련, 발작을 일으키다가 4시간 반 만에 사망하였다. 그런데 개가 광대버섯을 먹고 사망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개가 혼수상태처럼 보이는 깊은 잠에 떨어졌거나 호흡기능부전이 생긴 것을 보고 수의사가 안락사 시킨 것이다.

 

고양이가 이속사졸 독에 중독되는 경우는 흔히 고양이 주인이 오락을 목적으로 말린 광대버섯을 소지 하고 있을 때 발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구토이며 근육경련과 깊은 수면현상이 활동항진과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고양이가 건조한 광대버섯과 마귀광대버섯을 먹고 사망한 사례도 보고되어 있다.

 

가능한 치료법: 개나 고양이의 독버섯 중독 치료는 주로 신체의 생리적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완적 치료, 다시 말하면 지지요법(supportive care)을 사용한다. 해독을 위하여 활성 숯가루를 먹이는 것은 중독 직후에 시행하면 효과가 좋다. 판테린 증후군으로 고통을 겪는 개는 보통 12-24시간 안에 회복된다. 호흡곤란을 일으킬 때 숨을 잘 쉬도록 돕는 지지요법이 필요하다. 보통 호흡곤란과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시간이 경과하면 회복되기 때문에 동물 주인이나 수의사들은 서둘러 안락사 시키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고양이도 조기에 해독 조치를 취하면 흔히 24시간 안에 완전 회복된다. 탈수를 염려하여 링거(IV fluids) 주사를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 동물을 두어 안정을 취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광대버섯이나 마귀광대버섯에 중독되었을 경우 수의사들은 아트로핀(atropine)을 주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약은 이보텐산이나 무시몰로 말미암는 중독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하여야 한다.

 

 

ⓒ www.jadam.kr 2012-03-17 [ 최종수 ] 잔디말똥버섯(임시이름) Panaeolus foenisecii(Pers.) J. Schroet

 

2. 실로시빈/실로신(psilocybin/psilocin)과 기타 환각버섯의 주요 중독증상

 

이 독성에 중독되면 환시, 지각인식의 변화, 상상 촉진, 긍정적 기분 변화, 시간관념의 변화를 가져 오는데, 주로 사람이 마약적 기분 상승효과(get high)를 얻기 위하여 마법의 버섯을 먹었을 때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버섯들을 살펴보면 미치광이버섯 류(Gymnopilus sp.), 말똥버섯 류(Panaeolus sp.), 환각버섯 류(Psilocybe sp.)의 버섯들이다. 그 밖에도 종버섯 류(Conocybe sp.), 땀버섯 류(Inocybe sp.), 애주름버섯 류(Mycena sp.), 난버섯 류(Pluteus sp.) 버섯들도 위의 실로시빈/실로신 독성을 가진 버섯들이 있다. 이들 버섯 가운데 말똥이나 소똥을 좋아하여 목장 들판이나 풀밭 위에 돋고, 많은 종류가 나무를 분해하는(lignicolous) 버섯으로 목질소가 풍부한 토양(lignin-rich soil)위에나 죽은 나무 위에도 돋는다.

 

개나 고양이의 주요 중독증상: 개의 경우 구토, 혼미, 운동실조, 체온증가, 공격성 증가를 가져 오며, 개가 많이 짖거나 환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의 경우는 구토, 과다 발한, 과다 타액분비, 설사, 호흡곤란, 동공수축을 일으킨다. 사람이 이 독성분에 중독되었을 때에는 구토증상이 매우 드물게 나타나며 눈동자에도 동공팽창이 일어나지만, 고양이의 경우는 구토증상과 함께 동공수축 현상이 발생한다.

 

치료법: 실로시빈/실로신 중독을 치료하려면 역시 지지요법을 주로 사용하며 필요하다면 링거 주사를 놓아 준다. 많은 경우 전혀 치료하지 않아도 시간이 경과하면 자연 치유된다, 동물의 건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신체적 트라오마(physical trauma)에 이르도록 하는 인지력 변화와 행동변화이다. 이것도 어두운 곳에서 안정하도록 도우면 치료된다.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개나 고양이의 주인이 오락을 목적으로 환각버섯들을 먹는 경우에 개나 고양이가 중독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혹시 다른 마약 LSD, PCP, 마리화나를 섭취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 www.jadam.kr 2012-03-17 [ 최종수 ] 말똥버섯 Panaeolus papilionaceus var. papilionaceus(Bull.) Quel. = 좀말똥버섯P. sphinctrinus(Fr.)Quel.

 

결론 삼아 말씀드리면 사람이나 동물의 마법의 버섯 중독은 주로 이속사졸과 실로시빈 독성으로 말미암는 다는 점이다. 사람과 동물 모두 중독되지만 동물의 중독사례 보고가 드물기 때문에 동물의 중독증상이 어떠한지 자세하게 연구하기 어렵다. 사람과 동물에 나타나는 중독증상도 서로 다르다. 또 동물들은 독버섯을 먹고도 무사한 경우가 많아 사람도 그 버섯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마법의 버섯을 섭취한 사람이 사망하는 예는 드물지만 개나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어떤 버섯을 먹고 중독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나 고양이의 중독 증상이 어떤 경로를 거쳐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마법의 버섯을 먹고 중독되었을 경우 혼미한 상태에서 깊은 잠에 떨어지는 경우 서둘러 안락사 시키지 말 일이다. 시간이 경과하면 깨어나고 회복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개나 고양이가 위험한 독버섯에 노출되지 않도록 살피는 일이다. 그러므로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거나 야외에 나갈 때 아주 조심해야 한다. 농촌에서는 거의 집집마다 개들을 기르고 있기 때문에 집 근처에 돋는 독버섯을 먹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

 

참고자료:

 

Rebecca M. Kitchen, Thomas W. Allen, & Robert M. Hallock, “How to Tell if Your Cat or Dog has Consumed a Psychotropic Mushroom,” Fungi, Vol. 4, No. 5: Winter 2011, pp. 31-35. 위의 글은 이 글을 거의 초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