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은 왜 그 맛이 서로 다른가?

 

ⓒ www.jadam.kr 2011-02-22 [ 최종수 ] 곰보버섯.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곰보버섯을 상당히 좋아하여 봄이면 산에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채취하러 온다.

 

음식은 영양가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맛과 향 또한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많은 식용버섯들이 단연 두드러지는데 버섯 자체의 맛과 향이 좋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과 어울려 그 맛과 향을 더 해 주기 때문이다. 버섯의 이러한 특성은 와인의 맛과 향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 말은 물론 버섯의 맛과 향이 누구에게나 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 개인은 각자 냄새와 맛을 다르게 느끼고 있다. 같은 종류의 버섯에 대하여 각 개인이 느끼는 맛과 향은 개인에 따라 다 달라서 한 버섯 애호가가 맛이 좋다고 높이 평가하는 한 편 또 다른 버섯 애호가는 나쁘게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맛과 향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게 되는 이유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떻게 그런 다른 이유를 발전시켰는지, 무엇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갖도록 영향을 주었는지 잘 모른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어린이들이 감자튀김이나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것처럼 본래적으로 버섯에 대하여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른들은 버섯에 대하여 높이 평가하지만 어린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 www.jadam.kr 2011-02-22 [ 최종수 ] 표고버섯. 미국에서는 자연산 표고가 돋지 않는다. 이 사진은 재배한 것이다.

 

버섯의 맛에 대하여 말할 때 대체로 채소보다는 고기와 관련시켜서 버섯은 고기 맛에 가깝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종류의 버섯이라 해도 그 버섯을 어디서 채취하였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차이는 같은 독버섯의 독성분뿐만 아니라, 같은 종류의 식용버섯의 영양가에도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 같은 장소에서 돋은 같은 종류의 버섯이라 하여도 어느 해에 돋았느냐에 따라 해마다 그 맛이 다르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버섯의 생명주기에 따라 어린 유균일 때와 다 자란 성균일 때 또는 노균일 때 그 맛을 내는 성분에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버섯의 성장과정 가운데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자실체의 대사산물(metabolites)의 농도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버섯(幼菌 button stage)의 맛과 향은 온화한 반면, 성균 단계에 이르면서 그 맛과 향이 점점 짙어지다가, 노균이 되어 감에 따라 그 맛과 향을 잃게 된다. 곰보버섯의 경우 노균으로 성숙하면서 그 맛과 향이 고약하게 된다. 대체로 모든 버섯은 유균일 때 식용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어린 버섯의 조직이 연하고 씹는 맛과 질감이 좋기 때문이다.

 

 

ⓒ www.jadam.kr 2011-02-22 [ 최종수 ] 융단쓴맛그물버섯. 이 그물버섯은 본문에 나오는 그 그물버섯이 아니지만 맛 좋은 식용이라 하여 소개하였다.

 

버섯 향(香 aroma)의 변화와 이에 따른 맛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신선한 버섯은 물론 말린 버섯에서도 일어난다. 버섯을 말리는 것은 오래 보관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면서 그 맛의 농도가 짙어지기 때문이다. 말린 버섯의 맛 성분은 미묘한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되고 거기 따라 향마저 변화한다. 마치 오래된 와인의 맛과 향이 증가하는 것처럼 표고나 그물버섯, 곰보버섯처럼 버섯의 종류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서양에서 선호하는 버섯들 가운데 그물버섯, 꾀꼬리버섯, 곰보버섯의 맛과 향은 그 지역차가 매우 크다. 미국 서부지역에서 돋는 그물버섯과 유럽 이태리에서 돋는 그물버섯의 차이는 놀라울 정도라고 한다. 이태리에서 돋는 것이 그 맛과 향이 월등하게 좋다는 것이다. 꾀꼬리버섯도 미 동부지역에서 돋는 것이 비록 그 크기는 작지만 서부지역에서 돋는 것보다 그 살구향이 더 강하고 깊은 맛이 있다고 한다. 재배한 식용버섯의 맛과 향의 차이를 연구하여 적어도 150여종의 화학성분을 발견하기도 하였는데, 버섯의 맛과 향의 차이는 이러한 맛과 향을 내는 화학성분의 차이에서 온다는 것이다.

 

 

ⓒ www.jadam.kr 2011-02-22 [ 최종수 ] 꾀꼬리버섯

 

특히 독버섯의 경우 각 독버섯의 독성분의 차이는 우선적으로 유전적 특질, 다시 말하면 버섯의 종류의 차이 또는 가장 가까운 독버섯 종류와 교배과정에서 생기는 차이에서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로 그 독버섯이 돋은 환경의 차이, 다시 말하면 버섯 기질(基質 substrates)의 영향과 기온, 빛, 고도(高度)의 영향에서 오는 차이와, 그 독버섯 자체의 성장단계에서 오는 차이, 심지어 같은 한 송이의 독버섯 안에서 조차 어느 부분은 독성이 더 강하고 다른 부분은 덜 강한 데서 오는 차이를 볼 수 있다. 식용버섯의 경우도 버섯의 종류가 다르면 물론 그 맛과 향이 다르지만, 같은 종류의 버섯이라 하여도 그 돋은 지역의 차이, 어느 나무에 돋았느냐의 차이, 그리고 온도 빛, 고도 등 환경 요인의 차이에서 그 맛과 향이 다르다. 마귀곰보버섯의 경우 미국 록키산맥 동쪽에서는 무서운 독버섯이지만 서쪽에서는 식용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광대버섯도 워싱턴 주 서남부지방에서는 식용한다고 한다.

 

 

ⓒ www.jadam.kr 2011-02-22 [ 최종수 ] 마귀곰보버섯의 일종인 Gyromitra gigas

 

당근 맛은 양파 맛과 다르다. 그러나 그 둘은 모두 채소이다. 송이버섯의 맛은 느타리버섯의 맛과 다르다. 그러나 그 둘은 모두 버섯이다. 많은 버섯들이 모두 다 버섯이지만 그 맛이 서로 다르다. 이 사실은 모두 다 알고 있는 것 같아도 사람들은 저 모든 야생버섯이 각각 그 맛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세밀하게 느끼지 못하고 그저 버섯의 맛이려니 생각하기 쉽다.

 

 

ⓒ www.jadam.kr 2011-02-22 [ 김성갑 ] 송이. 이 사진은 완초 김성갑 님이 보내주신 것이다.

 

소고기 맛이 돼지고기 맛과 다른 것처럼, 또 포도의 맛이 복숭아의 맛과 다른 것처럼 각 버섯의 독특한 맛과 씹는 감촉이나 식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조리하기 전 그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같은 종류의 버섯이라 해도 채취한 장소가 다르면 그 맛이 다르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버섯이 어디서 돋았느냐에 따라 맛의 질이 크게 다르다. 그러면 어째서 이 점이 중요한 것일까 그것은 야생버섯에 대한 인기가 높아감에 따라 그 인기와 함께 가장 맛 좋은 버섯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어떤 종류의 버섯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는 최고의 맛을 지녔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저 그렇거나 형편없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미국 중서부에서도 송로버섯(truffle)이 돋지만 유럽에서 돋는 것과 비교하여 그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도 채취하려 하지 않는다. 유럽에서 돋는 것은 그 맛과 향이 월등하여 그 값이 금값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반대로 미국에서 돋는 뿔나팔버섯(Craterellus cornucopioides)은 맛이 좋다고 귀하게 여기지만, 유럽에서 돋는 것은 도감에 보면 그 맛이 쓰다고 되어있다 한다. 남색을 가진 젖버섯 Lactarius indigo라는 버섯은 남미 채소 시장에서 판매되지만, 미국에서는 별로 권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 교육받은 요리사는 버섯이 어디서 온 것인지 깊이 고려한다. 그것은 마치 와인의 경우 어떤 종류의 포도로 만들었느냐 하는 것보다 그 포도가 어디서 재배한 것이냐를 묻는 것과 같다.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전설적인 와인을 만드는 똑같은 종류의 포도가 미국에서는 고작 포도 주스를 생산할 뿐이다.

 

 

ⓒ www.jadam.kr 2011-02-22 [ 최종수 ] 느타리버섯

 

그러면 같은 종류의 버섯이 그 맛이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맛의 차이란 그 버섯이 함유하고 있는 유기, 비유기질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종류의 버섯일지라도 모든 버섯이 다 똑같이 그 맛과 향을 내는 화학 물질을 산출해내지 않는다. 사실 버섯은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입맛에 맞는 버섯은 그저 우연일 뿐이다. 버섯이 만들어내는 향기는 나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출되는 분산물이지, 인간의 입맛을 위해 산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맛과 향이 좋은 송이를 우리가 즐겨 먹는 것은 단지 우연일 뿐이다. 그러나 왜 그럴까 요리 전문가들은 그 대답을 원한다. 그러나 그 대답은 알기 어렵고 또 분명하지도 않다.

 

 

ⓒ www.jadam.kr 2011-02-22 [ 최종수 ] 광대버섯. 미국 동부지역에서 돋는 광대버섯이다. 이 버섯은 독버섯인데 워싱턴 주 남부에서는 식용하는 곳도 있다 한다.

 

기후의 차이와 토양, 목재 등 버섯의 균사가 자라는 버섯기질의 차이는 물론 버섯의 맛과 향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결정적 요인은 버섯이 진공상태에서 자라지 않는 다는 점이다. 곤충, 민달팽이, 작은 동물, 다른 버섯이나 곰팡이, 또 박테리아도 버섯을 먹는다. 버섯은 이러한 여러 종류의 포식자들을 쫓아내기 위하여 화학 물질을 생산한다. 실제로 송이향은 노란 민달팽이를 쫓기 위한 송이 방어체제의 하나로 방출하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곤충은 어떤 특정 버섯에 매력을 느낀다. 그런데 그 곤충은 그 버섯이 돋는 모든 지역에 모두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이와 같이 어떤 특정 곤충을 유혹하거나 쫓아내는 화학물질은 지역에 따라 그 지역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른 화학물질을 가감 조절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곤충을 유혹하거나 쫓는 화학물질이 우연하게도 인간이 좋아하는 버섯의 맛과 향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소한 것 같지만 버섯의 맛과 향의 차이를 내는 복잡한 요인을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야생버섯의 맛과 향의 차이를 내는 이유를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지역에 따라 같은 버섯이라 해도 그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 www.jadam.kr 2011-02-22 [ 최종수 ] 뿔나팔버섯. 미국인들은 이 버섯 역시 매우 좋아한다.

 

이와 같이 같은 종류의 버섯이라 하여도 그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것은 버섯을 재배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요인들, 말하자면 버섯 배지의 내용물을 다양하게 변화 시도해 본다든지, 온도나 그 밖의 통풍 등 다양한 시도에서 같은 종류의 버섯이라 하여도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내는 품종으로 개량해 낼 수 있지 않을까

 

 

ⓒ www.jadam.kr 2011-02-22 [ 최종수 ] 남색젖버섯(임시이름, 한국 미기록종) Lactarius indigo(Schwein.) Fr. 남미 채소시장에서 팔기도 한다는데 미국에서는 별로 크게 인기 있는 식용버섯은 아니다.

 

삶의 커다란 기쁨 가운데 하나는 각자 개인이 개성과 자기만의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종류의 버섯이라 해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말미암아 각각 다른 맛과 향을 내는 것 역시 개성과 자기만의 독특성을 보여주면서 그 중요성을 말해 준다. 우리는 다르다는 것에 대한 관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의식하지 못하고 그냥 보아 넘기기 쉽다.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차이는 존중되어야 하고, 배워야할 대상이며, 차이가 있음으로 해서 더욱 풍성하게 된다. 맛과 향이 다 다른 버섯이 존재함으로써, 또 같은 버섯이라 해도 서로 다른 맛과 향을 냄으로써 버섯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고마운 일이다. @

 

참고문헌:

 

Denis R. Benjamin, Mushrooms: Poisons and Panaceas, 1995, pp.68-71, 139-142.

 

Joe McFarland & Gregory M. Mueller, Edible Wild Mushrooms of Illinois & Surrounding States, Urbana and Chicago: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2009, pp.161-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