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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밤을 밝히는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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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버섯의 신비(95)

 

www.jadam.kr 2011-01-07 [ 최종수 ]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임시이름) 밤에 주름에서 빛을 낸다.

 

먼저 올린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 이야기[야생버섯의 신비(89)] 가운데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Omphalotus illudens, 한국 미기록종)은 밤에 주름에서 빛을 낸다고 하였다. 그런데 미국 동부지역에서 흔하게 돋는 버섯 가운데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 말고도 밤에 빛을 내는 부채버섯이 있다. 이 부채버섯은 부생균으로 죽은 활엽수 등걸이나 그루터기 또는 땅에 떨어진 가지 위에 무리지어 돋는다. 비교적 작은 버섯으로 그 크기가 커야 3cm정도 밖에 되지 않는 엷은 갈색버섯이다. 이 부채버섯은 일 년 내내 볼 수 있지만 특히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부터 많이 돋기 시작하여 늦가을 초겨울이 되면 상당히 큰 것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이 부채버섯 역시 그 주름에서 밤에 빛을 내기 때문에 영어속명 "Luminescent Panellus"(형광부채버섯)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2010년 가을 이 버섯이 돋기 시작하자 사진을 찍은 다음 신선한 것 몇 송이를 가져와 접시 위에 얹어두고 밤에 불을 끈 방에서 10분정도 기다리자 발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만일 마른 것을 채취하였다면 물에 담가 불려서 두고 보면 밤에 발광한다고 한다. 이 부채버섯은 자실체를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동서양 민간요법으로 출혈시 수렴제(지혈제)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돋는 부채버섯은 빛을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ww.jadam.kr 2011-01-07 [ 우산돌이 구재필 ]
밤에 초록색의 빛이 난다.(이 사진은 우산돌이 구재필님이 찍으신 것이다.)

 

또 우리가 잘 아는 뽕나무버섯의 균사도 밤에 빛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잘 아시는 대로 뽕나무버섯은 날로 먹으면 중독되지만 잘 익혀 먹으면 조리법에 따라 표고 대용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맛 좋은 버섯이다. 그런데 그 뻗어가는 힘이 놀라와 산림에 해를 입히는 버섯이기도 하다. 뽕나무버섯은 원래 부생균이어서 그 자체로 기생균은 아니지만 죽은 나무나 썩어가는 나무 등걸이나 그루터기 또는 땅 속에 묻힌 죽은 나무뿌리에서 돋는데, 그 균사가 놀랍게도 땅 속으로100km까지 뻗어가며 검은 구두끈 모양의 균사속(균사다발)을 이루어 살아있는 나무나 식물의 뿌리조직에 까지 번져 그 나무나 식물을 죽이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 뽕나무버섯의 균사로 뒤덮인 나무에서 밤에 발광하여 이른 바 흔한 말로 “도깨비 불”(foxfire,인광 燐光)이라고 부른다.

 

 

www.jadam.kr 2011-01-07 [ 최종수 ]
뽕나무버섯. 이 버섯의 균사에서 밤에 빛을 낸다.

 

최근에는 브라질 쌍빠울루 주 대서양 연안 숲속에서 애주름버섯류 가운데 발광하는 신종 버섯(Mycena luxaeterna)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갓의 크기가 불과 8mm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버섯인데 그 대는 젤리형 조직을 가지고 있다 한다. 낮에도 황록색 빛을 내지만 밝기 때문에 볼 수 없을 뿐이다. 학명 luxaeterna란 “영원한 빛”이라는 뜻으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에서 영감을 얻어 명명된 것이라고 한다. 또 브라질 빠라나 주 대서양 연안 숲속에서는 살아 있는 나무껍질에 돋은 5mm크기의 작은 Mycena luxarboricola라는 발광버섯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이 버섯의 이름 luxarboricola 역시 모차르트의 레퀴엠에서 영감을 얻어 명명한 “영속하는 빛”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www.jadam.kr 2011-01-07 [ 최종수 ]
밤에 빛을 내는 뽕나무버섯의 균사속

 

이 버섯뿐만 아니라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역시 애주름버섯류인 Mycena silvaelucens라는 발광버섯이 말레지아 보르네오의 재활센터에 서 있는 나무껍질에 돋은 것을 발견하였는데 이 버섯 역시 그 크기가 18mm밖에 되지 않는 작은 버섯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광하는 버섯은 모두 71종에 달하는데 그 가운데 애주름버섯류만 46종으로 전체 발광버섯의 3/4, 즉 거의 70%의 비율을 차지 하고 있다. 애주름버섯속은 백색부후균으로 하얀 포자색을 가진 버섯이다.. 가장 최근에 브라질 한 숲속에서만 발견된 8종의 발광버섯이 모두 이 애주름버섯속에 속한 버섯들이다. 그러면 발광버섯이 어떻게 빛을 내는 것일까

 

 

www.jadam.kr 2011-01-07 [ 최종수 ]
부채버섯. 이 버섯도 밤에 주름에서 빛을 낸다.

 

발광버섯들은 자실체 전체에서 발광하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갓 위에서, 어떤 것은 주름부분이나 대에서 또는 균사에서만 빛을 낸다. 그런데 어떻게 빛을 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신비에 속하여 의문점이 많다고 한다. 현재 과학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버섯의 발광과정이 발광 박테리아나 다른 발광 생물체의 빛을 내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뿐이다. 예를 들자면 빛을 내는 것은 반딧불 따위의 발광물질인 루시페린(luciferin-luciferase)이 산소와 수분이 있는 곳에서 발광하도록 반응을 보이는 것과 같으며, 이 발광 반응을 일으키는 정확한 화학물질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 발광버섯이 왜 빛을 내는 것일까?

 

 

www.jadam.kr 2011-01-07 [ 최종수 ]
부채버섯

 

발광버섯이 빛을 내는 이유는 야행성 동물들을 유인하여 그 몸에 포자를 묻혀 퍼뜨리기 위한 것이다. 곤충 가운데 귀뚜라미나 꾸정모기(daddy-longlegs crane fly)가 발광버섯에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그 몸에 포자를 묻혀 먼 곳까지 가서 포자를 퍼뜨리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버섯이라고 부르는 자실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포자를 방출하여 바람으로 그 포자를 퍼뜨리기 위함이다. 그런데 특히 나무가 밀집한 숲속에서 바람으로 포자를 퍼뜨리기 쉽지 않은 경우 밤에 빛을 냄으로써 야행성 동물들을 가까이 유인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균사가 빛을 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그것은 버섯을 먹는 딱정벌레의 포식자들을 유인하여 버섯 가까이 있게 함으로써 딱정벌레가 근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발광버섯의 "적의 적을 유인하기 위함"(attracting the enemy of the enemy)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에서 빛을 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발광버섯이 유기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열이 없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 곧 24시간 빛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www.jadam.kr 2011-01-07 [ MSNBC Jeanna Bryner ]
빛을 내고 있는 Mycena luxaeterna. 브라질 쌍빠울로 주에서 발견된것. 이 사진은 MSNBC 뉴스 Jeanna Bryner의 글 가운데서 빌려 왔다.

 

그렇다면 발광버섯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발광 부채버섯을 집에서 재배할 수 있도록 하여 어린이들로 하여금 버섯을 포함한 과학에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오염과 독극물을 탐지하기 위하여 생체감응체(biosensor)로 발광버섯 이용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발광 균사는 군대에서 위치표지(位置標識)로 활용한다고 한다. 제 1차 세계대전 때 군인들이 철모에 발광버섯을 붙여 밤에 서로 맞부딛치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또 스웨덴 역사학자 Olaus Magnus에 따르면 1625년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숲길에 빛을 내는 참나무 껍질을 드문드문 놓아 밤 숲길을 밝혔다고 한다. 따라서 캠프장에서 밤에 길을 인도하는 것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Gary H. Lincoff에 따르면 버섯채취 연구모임에 갔다가 마침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 300여 송이를 채취하여 밤에 각자 텐트로 가는 길 표지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의 독성분 일루딘 에스(illudin S)에서 췌장암에 효험이 있는 항암제가 개발되어 임상실험 가운데 있다는 사실은 여러 번 말씀드렸다. 바야카(Bayaka) 피그미족은 제의(祭儀) 때 발광버섯으로 몸을 장식하여 신비감을 더한다고 한다. 미국 인디언 샤먼도 집 앞 양 기둥에 발광버섯을 붙여 사람들의 근접을 막았다고 한다. 종교적인 목적으로 발광버섯을 이용하는 것이다.

 

 

www.jadam.kr 2011-01-07 [ MSNBC Jeanna Bryner ]
역시 빛을 내고 있는 Mycena silvaelucens 이 버섯은 말레지아 보르네오에서 발견되었다.

 

어쨌든 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신비로 가득하다. 놀라움과 신비한 비밀로 가득한 자연에 대한 경외(敬畏)에서 모든 지혜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신비한 자연에 대한 “경외는 우리로 하여금, 세계 속에서 넌지시 비치는 하늘의 뜻을 보게 한다. 작은 사물에서 무한한 의미가 비롯됨을 보게 한다. 흔하고 단순한 것에서 궁극적인 것을 보게 한다. 지나치는 급한 흐름 속에서 영원의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 루스 마커스 굿힐 엮음, 이현주 옮김, 헤셸의 슬기로운 말들, 한국기독교연구소, 2010, 57쪽에서 인용) 자연에 대한 경외는 고사하고 그것을 마구 파헤쳐 더욱 어두워만 가는 이 세상에 발광버섯의 빛이나마 비추어 봄이 어떠할지........불붙어 빛나도 소멸하지 않는 빛으로 세상의 모든 어둠을 밝혀 줄 것이다. 길 잃은 사람들의 길을 밝혀 줄 것이고, 미친 듯 자연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정도(正道)로 인도해 줄 것이다. 이 겨울이, 한 겨울이 아무리 춥고 어두워도 밝게 따뜻하게 밝혀줄 것이다. @

 

참고자료:

 

Gary Lincoff, The Complete Mushroom Hunter: An Illustrated Guide to Finding, Harvesting, and Enjoying Wild Mushroom, Quarry Books, 2010, p. 143, “Why Do Some Mushrooms Glow in the Dark?"

 

Strange News, "Behind the Scene: Freaky Fungi Glow in the Dark," by Dennis E. Desjardin(샌프란시스코 대학교 생물학 교수), LiveScience, August 8, 2008

 

MSNBC News,"Glow-in-the Dark mushrooms discovered, freaky fungi shed light on evolution of luminescence in nature," by Jeanna Bryner, October 5, 2009.

 

기사입력시간 : 2011-01-07 04: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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