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버섯의 신비(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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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정기적으로 버섯을 채취하는 사람이면 버섯일지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최소한 언제 어떤 버섯이 어디서 돋았는지 정도는 기록해두고 나중에 참고하게 된다. 그런데 여러 해 동안 기록해 놓은 것을 훑어보면 이른 봄에 돋는 곰보버섯이나 다른 봄 버섯들이 전 세대 사람들이 채취해 오던 때 보다 훨씬 이른 것을 발견하고 놀랄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영국과 노르웨이의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봄 버섯의 돋는 시기를 앞당겨주고 있다는 것이다(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277[1685]:116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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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국의 Alan Gange가 연구한 것과 2008년 노르웨이의 Havard Kauserud가 연구한 것을 보면 여름버섯과 가을버섯의 돋는 시기가 연장되었고, 특히 일 년에 한 번만 돋던 가을버섯 가운데 어떤 것은 가을과 봄에 두 번씩 돋는 것을 발견하였다. 영국의 경우 지난 50년 동안 가을버섯의 돋는 시기가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9월에 돋던 가을버섯들이 이제는 7월이나 8월에도 돋는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작년(2009년)과 금년(2010년)에 9월이나 10월에 돋는 가을 버섯이 예상 밖에 일찍 돋은 것을 보고 놀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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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버섯 철이 끝나는 시기도 전에는 10월이던 것이 이제는 12월에도 돋아 그 시기가 연장되고 있다. 기온상승 때문에 이미 그 생장속도가 7월로 앞당겨졌고, 서리가 오는 시기가 늦추어졌기 때문에 10월에도 따뜻한 가을이 더 길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가을버섯이 이제는 봄가을 두 차례씩 돋게 되었다고 한다. 10월에만 돋던 버섯이 이제는 4월에도 돋는다. 그 이유는 봄 기온이 높아져서 전에는 기온이 낮아 꼼짝 않고 땅속에 숨어있던 버섯들이 2월부터 생장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2월부터 생장을 시작한 버섯은 그 만큼 충분한 양분을 흡수하여 한두 달 더 길게 돋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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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 년 간 버섯채집표본과 300종이 넘는 가을버섯에 대한 여러 아마추어 버섯동호회의 수많은 기록들을 토대로 가을버섯의 돋는 양상을 조사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활엽수와 침엽수 둘 다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균근균 버섯의 돋는 시기가 활엽수림에서는 연장되었고 침엽수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더 나아가 많은 버섯 종류가 일 년에 두 번씩 돋게 된 것은 그 만큼 버섯의 균사 활동이 증가되었고 거기 따라서 생태계의 유기질 분해율이 더 높아졌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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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무당버섯(Russula ochroleuca)은 영국의 데이터 베이스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버섯이다. 이 무당버섯은 침엽수와 활엽수 모두와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균근균 버섯이다. 그런데 가을에 활엽수 밑에서 돋아나 자라는 것은 그 생장시기가 연장되었지만 침엽수 밑에서 돋아난 것은 그 생장시기가 연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버섯의 생장이 나무의 생리현상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활엽수는 기후변화에 대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여 가을에 그 잎을 더 오래 유지하지만 침엽수는 그러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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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보고를 위하여 영국 과학자들과 노르웨이의 과학자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 그래서 그 두 나라의 봄 버섯들을 조사하였다. 1960년부터 2007년까지 47년 동안 약 34종의 버섯에 대한 6000여개의 버섯표본과 그 현지기록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평균 18일이라고 하는 버섯이 돋는 시일의 증가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봄 버섯이 더 일찍 돋는 것은 두 나라에서 다 상승된 겨울 기온과 관련되어 있고, 이러한 식물계절학적 변화(phenological changes)는 봄이 일찍 오는 탓으로 분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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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결과는 지난 반세기동안 지구 온난화로 말미암아 서북 유럽 지역의 봄 버섯들이 더 일찍 돋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생물학자들은 오랜 동안 조류, 어류, 동물, 식물들을 포함한 생물체의 출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관찰해 왔는데 그 변화율이 전보다 높아졌고, 그 가운데서도 균류나 버섯이 기후 변화에 대하여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하였다. 영국학자 Gange에 따르면 버섯 말고 그 어떤 다른 생물체도 기후변화에 따라 일 년에 두 번 번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구 온난화로 말미암아 조류가 봄가을 두 번씩 번식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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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앞으로 균류나 버섯에 대한 연구는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또 그로 말미암아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를 알려주는 가장 훌륭한 생태학적 제보자 역할을 버섯이 담당할 것임을 말해준다. @
참고문헌:
Fungi, Vol.3, No. 2, Spring 2010, pp.3 & 32, Editor's Picks: A roundup of recent notes and sightings from the news and literature, "What was the date of your first morel this year?"
기사입력시간 : 2010-06-23 10: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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