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봉근교수의 한방클리닉 ‘비자나무’

People / 송봉근교수 / 2017-09-20 14: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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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구충제…기침을 멈추고 위장의 기능을 도와
▲ 비자나무는 높이가 25미터로 크게 자라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를 비롯한 내장산 이하의 남부지방에서만 자란다.

[일요주간 = 송봉근교수] 잎이 바늘처럼 뾰족한 나무를 흔히 우리는 침엽수라 칭한다. 침엽수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주목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관심이 없으면 보통은 잎이 뾰족하다면 그냥 소나무이겠거니 하고 지나가는 수가 많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여러 면에서 서로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도 바로 알게 된다. 우선 소나무는 바늘처럼 생긴 잎이 길고 두 개가 한 묶음으로 나는 특징이 있다. 잣나무는 잎이 좀 짧고 부드러우며 보통은 대여섯 개의 잎이 한 묶음으로 난다.


전나무와 주목은 잎이 바늘처럼 가늘지 않고 소나무 잎에 비하여 약간 넓은 편인데다가 훨씬 길이가 짧다. 그러나 전나무 잎은 끝이 날카로워 찔리면 아프지만 주목의 잎은 찔려도 아프지 않은 차이도 있다.


당연히 솔방울의 모습을 보아도 차이가 난다. 소나무 솔방울에 비하여 잣나무 열매는 훨씬 크고 길다. 전나무 열매는 원통형으로 생기고 치밀한 구조를 보이고 솔방울처럼 온전한 모양으로 땅에 떨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주목은 솔방울이 없고 씨앗이 있는 열매를 맺는 것이 차이가 있다.


주목과에 속하는 나무로는 비자나무(torreya nucifera, nutmeg tree)도 있다. 사실 주목이나 비자나무는 구별이 쉽지 않다. 다만 주목은 빨간 열매를 맺지만 비자나무는 자갈색의 차이나 비자나무는 잎이 딱딱하여 찔리면 아픈 정도라는 차이가 있다.


비자나무는 높이가 25미터로 크게 자라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를 비롯한 내장산 이하의 남부지방에서만 자란다. 비자나무는 매우 굵게 자라며 목재가 단단하고 윤기가 나고 탄력이 있으면서 향기가 나기 때문에 나무라서 목재나 가구의 재료로도 잘 활용된다.


비자나무는 가을이 되면 작은 딱딱한 껍질의 타원형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를 비자(榧子)라 한다. 가을에 열매를 따서 껍질을 벗기고 말린 비자는 민간요법이나 귀중한 한약재로도 활용된다.


▲ 동의보감을 보면 비자는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약재로 규정하고 있다. 효능에 대하여 동의보감 등의 많은 의서에서는 비자가 각종 체내의 기생충을 없애는 효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동의보감을 보면 비자는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약재로 규정하고 있다. 효능에 대하여 동의보감 등의 많은 의서에서는 비자가 각종 체내의 기생충을 없애는 효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소화기능도 돕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하루에 7개씩 일주일간 비자를 먹으면 촌충이 모두 물이 되어 나온다고 설명할 정도이다.


최근 사람의 평균 수명이 급격히 연장되어 백세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 눈부신 의학의 발전에 따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에 따른 평균 수명의 연장은 불과 몇 년에 불과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실제 평균 수명이 30년 정도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은 상하수도의 구분과 화장실의 개선 등이라고 말하는데 학자들은 동의한다.


화려한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우리나라도 과거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하수도나 화장실이 요즘과 달리 매우 열악하였다.


당시 학교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학생들에게 구충제를 복용시키는 일이 정례화 되어 있었다. 바로 오염된 상수원으로 인한 기생충 감염이 다반사였고 이로 인한 건강의 위험도나 사망률이 높았던 때문이었다.


아직도 높은 사망률이 지속되는 저개발국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 중의 하나가 구식 화장실과 오염된 상수도로 인한 기생충 감염과 전염병의 만연이라고 한다. 따라서 어느 단체에서는 이런 나라에 화장실 지어주기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기생충 박멸이 곧 건강이라는 경험을 가진 장년의 세대들은 아직도 해마다 구충제를 복용해야 안심하고 건강관리를 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전교직원에게 매년 구충제 지급을 계속하는 것이 당연한 연례행사로 정해졌을 정도이다.


하물며 아직도 원시적인 상하수도와 화장실 문화를 가졌던 과거 우리 인류에게 기생충 감염은 바로 건강과 직결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기생충을 없애는 약은 바로 매우 진귀하고 중요한 약재로 여겨졌다.


그런 의미에서 비자는 훌륭한 구충제로 활용되었으며, 기타 변비나 치질 등의 치료에 활용되기도 하고, 기침을 멈추고 위장의 기능을 돕는 약으로도 활용되었다.


▲ 바둑을 두는 바둑판은 값싼 플라스틱에서 대리석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다. 하지만 가장 비싼 바둑판은 비자나무로 만든다.

실제 민간요법으로도 촌충이나 사상충 등의 기생충 감염에 비자 150-200그람 정도를 불에 볶은 다음 매일 복용하면 기생충이 박멸된다고 한다.


최근에 비자는 항산화효능이 강한 것으로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비자는 또한 혈중의 중성지방을 낮춰주어 지질대사를 개선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얼마 전 세계적 관심사 중의 하나는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바둑기사와의 대결이었다. 사실 바둑은 국민적 호의도가 높은 스포츠이기도 하고 바둑 인구도 우리나라에서만도 9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인공지능에 속수무책으로 패배하는 와중에서도 우리의 이세돌 기사가 알파고를 꺽는 쾌거를 보면서 우리 국민 중 상당수는 국민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바둑이 기여하였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아울러 이후 바둑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바둑 인구도 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바둑을 두는 바둑판은 값싼 플라스틱에서 대리석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다.


하지만 가장 비싼 바둑판은 비자나무로 만든다. 금빛이 나는 색상과 은은한 향기 그리고 바둑돌을 내려 놓을 때 반상에서 나는 소리라든가 내려놓은 바둑돌에 움푹 패이지 않고 원상 회복하는 나무의 탄력성이나 습기에 잘 견디는 내구성 등으로 비자나무가 가장 좋은 바둑판의 재료로 활용된다고 한다. 그래서 수년 전 비자나무로 만든 고가의 바둑판 소유를 놓고 다툼이 일었던 일도 있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도 비자나무는 무늬가 매우 좋아서 바둑판을 만드는데 매우 좋으며 제주도에서 많이 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비록 비자나무가 아니라도 바둑돌을 반상에 놓으면서 요즘 더욱 복잡해지는 세상의 잡념을 이겨내는 것도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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