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대회에서 당당히 입선한 김현빈 군-“호랑이, 사슴벌레, 용과 아이언 맨… 종이로 못 접는 것 없어요!”

작품 하나를 접으려면 3~4시간은 매달려야

박근영 기자 / 2019년 08월 23일
공유 / URL복사
↑↑ 종이접기를 하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김현빈 군.

지난 7월과 8월 사이 경주 출신 김수환 씨의 아들인 종이접기 꿈나무 김현빈(양산 물금중 2년) 군이 양산과 서울 사이를 두 번이나 다녀갔다. 7월 20일에는 종이접기 카페모임을 위해서 지난 8월 17일에는 종이접기 경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종이접기가 소수자들의 은밀한(?) 취미활동이고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나은 기술을 공유하려면 전국단위의 카페모임에 나가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 때문이다.

김현빈 군이 사는 양산은 물론 근처인 울산과 부산을 통 털어도 이 취미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 7월 양재동에서 열린 제2회 네이버 종이접기 카페 정기모임에는 어린이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종이접기 동호인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이들은 서로 자신이 가진 종이접기 기술을 선보이며 6시간 가깝게 모임을 가진 후 얼굴 가득 만족감을 갖고 헤어졌다.

지난 8월 17일, 18일 양일간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제21회 코리아 종이접기 응모전에서 선발된 종이접기 작품들이 전시됐다. 현빈 군의 작품도 당당히 입선, 작품이 전시되는 영광을 누렸다. 종이접기 동호인 수가 적은 것에 비해 실제 종이접기를 취미로 가진 사람들의 실력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일곱 살 때 이모가 선물해준 ‘오리로보’라는 종이접기 교본을 접하며 처음 종이접기 세계로 빠져든 현빈 군은 이번 입선을 통해 상위 레벨을 자랑하는 실력파로 등극했다.

↑↑ 전시된 종이접기 완성작 사그라도 드레곤.

호랑이, 사슴벌레, 드레곤, 아이언맨···, 현빈 군이 만드는 종이접기는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다. 누구나 접을 수 있는 종이비행기는 종이접기 축에도 들지 못하고 개구리나 학쯤이 종이접기 레벨로 치면 기본 중에서도 가장 바닥수준. 종이접기 특성상 일체 칼이나 가위를 쓰지 않고 오로지 한 장의 종이로만 접어 만들다 보니 설계도를 가지고 있어도 일반인들은 시작조차 못 할 만큼 어렵다. 보통 50x50cm의 넓은 종이가 하나씩 형체를 드러내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어려운 종이접기를 현빈군은 설계도도 없이 머릿속으로 모양을 잡고 찬찬히 접어낸다. 동호인이 적고 만들기는 어려워도 만들어진 작품을 보면 누구나 신기하게 여기고 감탄한다. 현빈 군이 제작하고 입선한 작품은 ‘사그라도 드래곤’이라는 작품으로 역시 한 장으로 접은 용이다. 한 장으로 접은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용의 모든 부분들이 디테일하다.

“종이접기를 하고 있으면 아무런 잡념이 일어나지 않아요. 이렇게 몰두 하다 보면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저도 모르게 풀어집니다”

이런 작품 하나를 접으려면 적어도 3~4시간은 매달려야 할 만큼 작업과정이 만만치 않지만 조금씩 목표한 대상을 향해 완성되어가는 종이모양을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를 만큼 빨리 지나버린다고. 그만큼 몰입도가 높은 취미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공들여 만든 작품이 수십 점, 자잘한 작품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하루 30분쯤 종이접기를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학교공부는 현빈 군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스트레스다. 다행히 부모님 모두 교사로 활동하며 현빈 군이 무엇을 하건 자신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편이라 종이접기 세상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고. 아직 특별한 꿈을 꾸기보다는 날마다 즐겁게 뛰놀고 공부하는 가운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현빈 군, 과묵하고 수줍어하는 인상과 달리 종이를 잡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손길은 이미 종이접기 분야의 당당한 프로다.

몇 년 전 미국 MIT연구진이 알약 캡슐에 종이접기 원리로 접어 넣은 최첨단 의료용 로봇을 만들었다. 역시 종이접기의 원리로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수술용 로봇집계도 발명됐다.

최소한으로 접어 최대로 펼쳐야 하는 우주선 태양 전지판과 초대형 우주 햇빛가리개도 종이접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설계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변신하는 종이접기 원리를 첨단과학이 배운 것이다. 좀 더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현빈군이 설계한 종이접기가 우주선이나 로봇으로 거듭나 세상을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