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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300C는 모두 잊어라. 아메리칸 플래그십 세단 300C가 새롭게 태어났다. 안팎을 손봐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고 프리미엄 고객의 입맛에 맞는 80가지 이상의 장비들을 챙겼다.
글_ 고석연 기자, 사진_ 최진호


300C는 미국을 대표하는 크라이슬러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5m가 넘는 길이와 넉넉한 풍채는 보는 사람들에게 넉넉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300C의 키를 처음 받아 든 순간 '너 정말 한 덩치 하는구나!' 하는 첫인상이 뇌리에 깊숙이 박혀버렸다.
과거 300C는 덩치에 비해 조악한 내장재와 엉성한 달리기 성능으로 단순히 '큰 차'에 불과했다. 게다가 지나치게 직선을 강조해 '마초남' 인상을 풍겨서일까? 아니면 독일 세단의 중형차 값으로 훨씬 큰 차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일까? 300C에선 뒷골목 어둠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검은 정장의 사내가 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곳 저곳을 꼼꼼히 손본 이번 모델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디테일을 손봐 살린 세련미
자동차 디자인의 최신 트렌드는 날렵함과 곡선을 살린 유연함에 있다. 하지만 300C는 그 방향을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았다. 300C만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고수하며 소비자에게 나름의 매력을 어필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대충 훑었을 때의 인상. 꼼꼼히 살피니 변화의 폭이 결코 작지 않다.
먼저 크기를 키운 매시 형태의 그릴이 눈에 띈다. 전면 그릴의 형태는 디자인 유행이나 브랜드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전체적으로 가로나 세로 형태에서 매시 형태로 변화를 이루고 있다. 유행은 언제나 돌고 돌기에 언제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최신 감각을 살렸다는 점이 반갑다. 그릴을 감싸고 있던 과도한 크롬 장식을 과감히 축소해 그릴이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헤드램프 아래쪽으로 굵게 위치한 크롬 라인도 털어내 심플함을 살렸고 범퍼 하단 안개등 주변으로 라인을 만들어 안정감을 더했다.


페이스리프트로 새롭게 디자인된 300C의 테일램프는 면발광으로 테두리를 두르고 센터에 LED를 배치해 이전 모델에서 느껴졌던 이질감을 없애고 세련됨을 강조했다. 머플러와 디퓨저도 범퍼 하단에 깔끔하게 위치해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하다. 하지만 상단 가로로 길게 자리 잡은 크롬 장식은 이번에도 그대로다.

여유로운 구성, 완성도는 아쉬워
300C의 실내는 큰 차체만큼 꽤 여유롭다. 큼지막하게 구성된 각 요소도 시원시원하다. 1열 시트의 착좌감은 무난한 편이나 시트 포지션이 다소 높아 붕 뜬 기분이다. 2열 시트의 감각도 살짝 아쉽다. 라이벌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몸을 편하게 감싸기보다는 겉도는 인상이다. 체형에 따라서 달리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예비 구입자라면 꼭 한번 앉아 보길 권한다.


투박함을 넘어 고루함까지 느끼게 했던 과거 모델의 운전대는 꼭 한번 잡아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했다. 큰 편에 속하는 직경이지만, 그립감이 좋아 좌우로 빠르게 휘둘러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항공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던 구형의 변속 레버는 로터리 방식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공간을 더욱 여유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만듦새가 헐렁해 아쉽다.
시승을 진행한 차의 트림은 무광 모카 리얼 우드가 사용되었다. 실제 나무를 이용해 현란하지 않게 톤을 다운시켜 운전자와 승객을 차분히 안심시킨다. 다만, 센터페시아 하단 수납공간을 여닫을 때 우드 커버가 뒤틀려 딱 들어맞지 않았다. 좀 두꺼운 나무를 사용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검증된 파워트레인의 안정된 퍼포먼스
파워트레인은 2014년까지 워즈오토 3년 연속 '10대 베스트엔진'에 이름을 올린 V6 3.6L 자연흡기 펜타스타 엔진과 ZF 8단 845RE '토크플라이트' 자동변속기의 조합을 그대로 유지했다. 최고출력 286마력(6,350rpm), 최대토크 36kg∙m(4,800rpm)의 힘을 발휘하는 파워트레인은 공차중량이 1,980kg(시승차 AWD모델 기준)에 육박하는 거구를 부드럽게 가속시켰다.
특히나 초반 움직임은 무척이나 빠릿빠릿하다. 테스트 결과 0→시속 100km 가속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5초(변속기S+SPORT ON)가 걸렸으며, 최대로 가속하면 6,500rpm이 넘어가는 부근에서 변속이 이루어졌다. 시속 160km까지는 2톤에 가까운 차체의 무게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밀어 붙이는 힘이 대단했고 변속감각 역시 무난했다.
다만 대형 세단의 특성상 급격한 코너를 만났을 때, 댐퍼의 복원속도는 만족스럽지 못했으며, 뒷바퀴의 슬립이 예상보다 일찍 일어났다. 왜일까? 타이어를 유심히 살펴봤다. AWD 모델에는 19인치 휠에 P235/55R/19 사이즈의 한국타이어 ‘옵티모 H725’가 장착된다. 후륜구동 모델에 사용하고 있는 245 45ZR 20 ‘굿이어 이글 F1 수퍼카’에 비하면 퍼포먼스가 떨어진다. 네바퀴굴림인 점을 감안하고 연비와 가격 격차를 줄여 상품성을 높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타이어만 바꿔도 훨씬 쫀득한 감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추가로, 시승차만의 문제인지 전체적인 문제인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변속기를 주차(P) 또는 중립(N) 상태에서 주행(D, R)으로 변경할 때 충격이 전해졌다.

잘 고른 옵션
크라이슬러는 이번 300C 모델에 80가지 이상의 장비들을 탑재해 향상된 편의성과 안전성을 어필하고 있다. 하나하나 다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히팅 시트와 히팅 스티어링, 한여름 꼭 필요한 통풍시트 등 계절별로 꼭 필요한 옵션들을 꼼꼼히 챙겼다. 특히나 카메라와 레이더를 동시에 사용하는 FCW+(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와 차선을 이탈하면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제어해 차로 안으로 정렬시키는 LDW+(차선 이탈 경고 플러스) 덕분에 큰 덩치임에도 다루기 쉽다. 물론 사고의 위험성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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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인치 터치스크린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각종 인포테인먼트와 공조장치의 일부분을 제어한다. 바람의 방향, 시트의 히팅, 통풍 등을 LCD에서 제어해야 하는 부분이 초반에는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LCD 하단에 고정 메뉴를 두어 적응까지 필요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은 계기판 중앙 LCD와 연동된다는 점은 편리했으나, UI를 비롯한 디자인이 높아질 대로 높은 국내 소비자들의 안목을 만족시키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숨 가빴던 시승을 마치고 한적한 도로 한 편에 300C를 세웠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300C를 바라보자 문득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올랐다. 독일 세단이었다면 5천만원 대에 이런 대접은 아마도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 그들에게서 누릴 수 있는 치밀함은 아직 300C의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풍족한 여유로움과 남다른 존재감에 무게를 두고 있는 당신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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