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요정의 기묘한 모험] 버섯에서 고기 맛이?...반전 매력의 곰보버섯

2023.04.29 08:00
곰보버섯 - 4월과 5월초까지만 발생하는 맛있는 식용버섯. 서양에서는 진미로 취급 받을 만큼 맛이 좋다. 박상영 제공
곰보버섯 - 4월과 5월초까지만 발생하는 맛있는 식용버섯. 서양에서는 진미로 취급 받을 만큼 맛이 좋다. 박상영 제공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보며 설레는 4월입니다. 하지만 저는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서 땅만 헤집으며 무언가를 미친듯이 찾아 다니죠. 왜냐고요? 이 시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버섯인 곰보버섯이 나오는 계절이거든요.

 

버터와 소금으로 구워낸 곰보버섯. 박상영작가는 오래 숙성된 쿰쿰한 치즈향과 꼬들꼬들한 식감 덕분에 보통 버섯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고 곰보버섯의 맛을 표현했다.박상영 제공
버터와 소금으로 구워낸 곰보버섯. 박상영작가는 오래 숙성된 쿰쿰한 치즈향과 꼬들꼬들한 식감 덕분에 보통 버섯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고 곰보버섯의 맛을 표현했다.박상영 제공

● 버섯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곰보버섯

 

곰보버섯은 주로 장마철에 발생하는 일반 야생버섯들과 달리 4~5월에 발생합니다. 한해 중 제일 먼저 나타나는 버섯 중 하나죠. 그해의 버섯 시즌이 시작됐다고 알려주는 버섯이에요. 은행나무나 화단, 정원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곰보버섯은 상아색 길쭉한 대 위에 갈색 스폰지 같은 머리가 달려 있는 괴상망측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못생긴 버섯을 제가 왜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다녔을까요? 곰보버섯은 괴상한 외모와 다르게 굉장히 맛있는 식용버섯 중 하나예요. 곰보버섯은 유달리 독특한 풍미를 갖고 있는데, 견과류가 지닌 고소함과 고기의 깊은 맛을 동시에 지녔죠. 실제로 곰보버섯을 한가득 따서 냄새를 맡아보면 구수한 치즈 향이 나기도 합니다.

 

곰보버섯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고급 식재료입니다. 미국에선 곰보버섯 철이 되면, 해마다 ‘모렐(곰보버섯) 헌터’라는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곰보버섯을 채집해 올 정도니까요. 게다가 건조 곰보버섯 1kg은 60만 원을 호가할 정도죠.

 

작년 봄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곰보버섯을 찾으러 은행나무 군락지를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곰보버섯을 찾고선 엄청나게 감격하며 집에 가져와 요리를 해 먹었어요. 곰보버섯은 미량의 독이 있기 때문에 생으로 먹으면 안 되지만, 열을 가해서 먹으면 안전하답니다.

 

작년 5월 박상영 작가가 강원도 오대산에서 발견한 마귀곰보버섯의 모습. 박상영 제공
작년 5월 박상영 작가가 강원도 오대산에서 발견한 마귀곰보버섯의 모습. 박상영 제공

● 치명적 독을 품은 마귀곰보버섯


곰보버섯과 비슷하지만, 맹독을 지닌 버섯도 있습니다. 이름조차 위험해 보이는 마귀곰보버섯이 그 주인공입니다. 연갈색과 황갈색의 갓을 쓰고 있는 곰보버섯과는 달리, 마귀곰보버섯은 적갈색 쭈글쭈글한 뇌 같은 모습의 갓을 지닌 독특한 버섯입니다.

 

마귀곰보버섯에는 ‘지로미트린’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요. 지로미트린은 불안정해 쉽게 분해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로미트린이 분해되면 ‘모노메틸하이드라진’이 되는데, 이 물질이 바로 마귀곰보버섯의 맹독 성분이죠. 재미있는 건, 모노메틸하이드라진이 로켓의 추진 연료로 쓰이기도 한다는 점이에요.

 

즉 마귀곰보버섯에는 로켓 연료가 들어 있는 셈이죠. 위험스럽게도 마귀곰보버섯을 먹어본 어느 폴란드인의 말에 따르면, 마귀곰보버섯을 손질하는 날엔 집안이 로켓 연료 냄새로 가득했다고 하더라고요.

 

맹독성 버섯을 먹었다니, 큰일난 것 아니냐고요? 사실 마귀곰보버섯은 맹독성 버섯임과 동시에 식용버섯이기도 합니다. 다른 독버섯들과 달리, 마귀곰보버섯의 독(모노메틸하이드라진)은 끓는점이 87.5℃로, 물의 끓는점(100℃)보다 낮아서 가열하면 증발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마귀곰보버섯은 독버섯 중에 거의 유일하게 독을 제거할 수 있죠. 마귀곰보버섯을 먹기 위해선 반드시 끓는 물에 푹 삶아 독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때 생기는 수증기는 절대 마시면 안 됩니다. 증발하며 빠져나온 모노메틸하이드라진은 호흡하거나 피부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신체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마귀곰보버섯은 앞서 살펴본 종과 함께 큰마귀곰보버섯을 볼 수 있어요. 큰마귀곰보버섯은 독 성분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는 합니다만, 독자들에게 권하진 않습니다. 큰마귀곰보버섯은 마귀곰보버섯보다 훨씬 보기 힘든 희귀종이라,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마귀곰보버섯은 정부에서 매년 식용버섯을 닮은 독버섯으로 주의를 주는 버섯입니다. 그러니 야생에서 마귀곰보버섯을 발견하더라도, 전문가 검증 없이는 절대 섭취하지 마세요.

 

큰마귀곰보버섯 - 마귀곰보버섯보다 더 희귀한 독버섯이다. 아직 국내에 기록된 적 없는 미기록종이다.박상영 제공
큰마귀곰보버섯 - 마귀곰보버섯보다 더 희귀한 독버섯이다. 아직 국내에 기록된 적 없는 미기록종이다.박상영 제공

※필자소개

박상영(생태사진작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버섯을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 속에 담아내는 청년 생태사진작가. 한국농수산대학 버섯학과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를 졸업한 후 국립수목원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4월 15일, [버섯요정의 기묘한 모험] 버섯에서 고기 맛이? 반전 매력의 곰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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