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도 모두 피를 빠는 것은 아니다
거머리에는 앞 빨판(3가닥이 남)에 100여 개의 아주 작은 예리한 이빨이 나 있어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같은 척추동물의 피를 빪으로 살아가는 녀석들, 이가 없어서 지렁이, 달팽이, 곤충의 유충, 갑각류 같은 무척추동물을 잡아먹는 것들, 생물체가 아닌 유기물부스러기를 먹는 것 등 3부류가 있다. 그리고 거머리는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강이나 연못, 늪지대 등 민물에 사는 것, 땅바닥이나 열대지방에서는 나무 위에 있는 놈, 바다에 서식하는 무리가 있으며, 다른 생물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잠자리나 가재, 물고기, 개구리, 남생이들의 먹이가 된다는 점에서 생물생태계에 중요하다하겠다. 만물은 다 먹이사슬에서 제 자리(位)가 있고 그래서 세상에 하찮은 생명이 없다하지 않는가.
거머리는 자웅동체지만 반드시 짝짓기를 한다
거머리는 자웅동체(난소와 정소를 다 가짐)이지만 지렁이나 다른 하등동물처럼 반드시 짝짓기 하여 정자를 맞교환한다. 머리와 꼬리를 반대로 하고 서로 달라붙어서 정자가 든 주머니 정포(精包,spermatophore)를 상대의 환대(環帶,clitellum) 아래에 집어넣어준다. 환대(고리 띠)는 성적으로 성숙할 때 생기는 생식기관으로 지렁이와 마찬가지로 수정란을 둘러싸는 고치(cocoon)를 만들며 얼마 후에 거기서 새끼가 나온다(알을 60~500개 낳음). 정말이지 근친교배가 해롭다는 것을 동식물들에서 배워 ‘우생학(優生學)’을 논하게 되었으니, 식물의 양성화(兩性花)에서도 제 수술의 꽃가루가 제 암술에 수분(受粉,꽃가루받이)하여도 수정(受精,정받이)이 되지 않으니 이를 ‘자가불화합성(自家不和合性,self-incompatibility)’이라 하지 않는가. 거참, 지렁이나 거머리, 꽃 따위가 뭘 안다고….
살에 붙은 거머리는 마구잡이로 떼지 말 것
필자는 지리산 자락(경남, 산청)에서 자란 깡 촌놈이라 벼논도 많이 맸었다. 정신 없이 어른들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질퍽한 논바닥을 건성으로 훑고 있는데 갑자기 장딴지가 근질근질해온다. 만지는 순간 손끝에 덜컥 느껴오는 미끈한 그 무엇(?)에 등골이 오싹 한 것이 섬뜩하다. 아! 거머리로구나, 번번이 당해 본 까닭에 단방 알아차린다. 요새사람들이 그랬다면 아마도 놀라 해장작을 팼을 것이다.
오늘 또 재수 옴 올랐다는 생각으로 논두렁으로 나가 의연함을 잃지 않고 풀 한 줌 뜯어 종아리의 흙탕물을 쓱 문질러 닦고, 조심스럽게 홱! 이미 배가 불룩한 놈을 부여잡는다. 요놈을 그냥 둘 수 없다, 원한의 복수를 해야지. 대로(大怒)한 난 다짜고짜로 짱돌벼락을 주지만 악동(惡童)의 장난기가 동하는 날엔 기어이 뾰족한 나무꼬챙이로 똥구멍을 찔려 양달에 세운다. 가뜩이나 풀뿌리나무껍질 먹고 만든 아까운 내 적혈구를 축낸 네놈은 대가를 오롯이 치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그 때는 서툴러 그랬지, 윽박질러 당장 떼면 악바리들이 깨물고 있던 살점이 뜯겨져 상처가 커지고 피를 더 본다. 그러므로 손가락으로 슬금슬금 입 빨판 근방을 쓰다듬어 주다가 떼는 것이 옳다. 아니면 라이터나 담뱃불로 지지거나 소금, 비눗물, 식초 등을 붓는 방법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