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들이 만들어낸 빛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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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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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글라스에 펼쳐진 상상


샤르트르 대성당의 로즈 윈도우 @ dogmatics.wordpress.com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는 과거 유럽 교회건축의 필수적인 요소로 활용되었다. 12세기 중반,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이 쇠퇴하고 그 자리를 고딕 건축양식이 대체하면서, 벽체는 간소해지고 높은 창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그로 인해, 어두운 성당 내부에 더 많은 빛을 들여올 수 있었고, 스테인드글라스는 건축물 내부에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 영적인 깨달음을 고양시키고, 신의 영광을 찬양케 만드는 최고의 재료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런데 현대의 미술계 거장들도 이런 멋진 재료를 그저 감상만 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캔버스 삼아서, 현대적인 상상력과 스타일을 펼쳐낸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Marc Chagall, America Windows, 1977 @ Photo by Anna Fox, via Flickr.

1960년대에 파블로 피카소알렉산더 칼더 등의 대가들이 미국 시카고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여기에 영감을 받은 마르크 샤갈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제작하여 1977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기증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976시카고 시의 200주년 축하행사에 미국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제작된 작품, All Americans”는 각각의 글라스 패널이 음악회화문학연극무용 등 각기 다른 예술 분야를 상징한다샤갈은 스테인드글라스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재현해내기 위해 유리제작 장인인 찰스 마르크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그가 만든 패널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방스 로사리오 예배당의 내부전경 @ constellations.pitt.edu

앙리 마티스는 노년에 두 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남겼다첫 번째는 프랑스 방스의 로사리오 예배당Chapelle du Rosaire de Vence에 설치한 작품으로, 말년에 병환으로 힘들었던 마티스의 간호를 맡았던 간호사와의 인연으로 시작된다. 마티스를 성심성의껏 돌봤던 젊은 파트타임 여간호사 모니크 부르주아는 후에 수녀 자크 마리Sister Jacques-Marie가 되어 마티스를 찾아가 예배당의 건축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결국 성당의 전체 건축설계까지 돕게 된 마티스는, 77세부터 4년간 로사리오 예배당의 시공과 인테리어, 스테인드글라스, 미사 제기와 제복까지 성당의 모든 부분을 맡아 지휘 감독했고, 본인 스스로 자신의 마스터피스masterpiece라고 명명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이곳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는 청색, 황색, 녹색을 사용하여 만들어졌으며 노란색은 하나님의 빛, 녹색은 자연, 청색은 지중해 하늘을 의미하고, 제단 뒤편에 자리잡은 작품은 생명의 나무를 나타낸다.

[Installation view of Henri Matisse: The Cut-Outs at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October 12, 2014-February 10, 2015). Photo: Jonathan Muzikar. © 2014 The Museum of Modern Art. All works by Henri Matisse. © 2014 Succession H. Matiss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두 번째 작품은 타임 라이프 컴퍼니 Time Life Company의 의뢰로 1952 12 8일 미국 뉴욕의 록펠러 센터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뇌 드 노엘 Nuit de Noël”이다. 당시 83세가 된 마티스는 휠체어에 앉아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색종이 컷팅 작업으로 뇌 드 노엘의 도안을 완성한다. 밝은색의 색종이를 잘라내고 모형에 붙여 스테인드글라스 장인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작품 제작을 진행했다. 미국 MoMA의 초대 관장이었던 알프레드 H. Alfred H. Barr, Jr.는 마티스의 3미터짜리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비유하며 찬사를 보냈다.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

(좌) Saint Remi (우) Arms of Nicolas Ruterius, Bishop of Arras @ "Kehinde Wiley: A New Republic" at Brooklyn Art Museum (2015)

케힌데 와일리는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공식적으로 의뢰받으며, 미국에서 대통령의 공식 초상화를 그리게 된 최초의 흑인 아티스트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화가다. 샤갈, 마티스와 견주었을 때 대가라는 수식을 붙이기에는 그 명성이 조금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젊은 흑인 남성과 여성을 주인공 삼아, 서구 유럽의 고전적인 종교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창조시켰다. Saint Remi에서 Anthony Sookdeo는 일반적인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볼 수 있는 수도사의 예복과 기다란 흰 턱수염 대신에 팀버랜드 부츠와 검정 가죽 재킷을 착용하고 있다. 케힌데 와일리는 그의 작업이 민족에 관한 것도 아니고, 인종에 관한 것도 아니며, 말 그대로 세상의 빛나는 강력한 존재에 관한 작품이라고 강변한다.   
 
앞서 소개한 세 명의 작가 외에도, 주디 시카고, 게르하르트 리히터, 시그마 폴케 등 현대 미술사룰 빛내고 있는 많은 거장이 자신만의 상상력과 비전으로 특색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남겼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예술가에게 있어 언제나 매력적인 소재인 빛과 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여서, 현재까지도 이렇게 많은 아티스트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Judy Chicago / Rainbow Shabbat, 1992 @ Judy Chicago Studio
Gerhard Richter window in Cologne @ Photo by Ben Scicluna, via Flickr
Sigmar Polke Stained Glass Window at Grossmünster, Zurich @ Photo by Mark Allan, via Flickr.

글 | 디자인프레스 자유기고가 C 컬렉터 
사진 및 참고 |
artsy.net
theculturium.com
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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