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을 넘어 한국의 대표적 종교 지도자로, 오랜 세월 동안 국가 발전과 평화를 위해 기여해온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경 노환으로 선종하자 개신교계에서도 일제히 추모의 뜻을 표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대표 김삼환 목사, 이하 NCCK) 권오성 총무는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자 종교계의 어른이 돌아가셨다”며 “그분이 살아계시는 동안 우리 사회 민주화나 인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애쓰셨던 것을 생각하면 슬프다”고 했다.

권 총무는 “NCC로서는 교회 연합과 일치운동을 함께해온 지도자이시기에 더욱 애석하다”며 “후배 그리스도인들이 이 일을 계기로 교회가 하나되고 우리 사회에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데까지 더욱 노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 총무는 또 김삼환 회장과 추모미사 참석 일정을 의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는 특히 북한동포돕기운동과 관련,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일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김 목사는 “그분은 가톨릭은 물론이고 한국 종교계에서 참 존경을 받던 분”이라며 “나라와 민족을 참 품는 그런 넓은 마음을 지녔고, 우리 사회에 우리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바로 제시했던 귀한 분이었다”고 했다.

김명혁 목사는 “십수년 전부터 강원용 목사님과 함께 북한 문제에 대해 동포들을 끌어안고 돕는 일을 함께 하셨고, 나와 법륜스님과 오태선 신부 세 사람이 실무일을 했었다”며 “그분들과 같이 넓은 마음으로 지도해 주시는 분들과 일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했다.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는 “김수환 추기경님은 과거에 우리나라가 독재 치하에 있을 때나, 혹은 최근에 너무 좌편향되어 위기에 처했을 때나 항상 소신껏 우리가 나아갈 길을 말씀해 주셨던 분”이라며 “그분이 계셨기에 우리나라가 바른 길로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서 목사는 “이 시대 어른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신 분이었고, 그래서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사람들은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며 “그분의 빈 자리가 너무나 큰데 후배들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종교를 넘어 정말로 잊지 못할 어르신”이라고 안타까워했다.

NCCK 국제위원장 박종화 목사는 김 추기경에 대해 “교파를 초월해 성직자의 산 표본이자, 겸손과 헌신, 그리고 통합적 지도력을 보내주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박 목사는 “김 추기경님은 한국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모범이 되시고 감동을 주셨다”며 “한국 근대사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정신적 리더로서 기독교 전체를 이끌어 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박 목사는 “김 추기경님이야말로 굉장한 에큐메니칼 리더”라며 “사회적으로는 시대에 따라 예언자적 본래의 사명과 교회 자체의 제사장적 업무를 잘 조화해서 교회를 이끌어 오신 분”이라고 했다.

구세군 전광표 사령관 또한 “억장이 무너지는 듯, 교계의 성벽이 이그러지는 듯한 놀람에 사뭇 말문이 막힌다”며 “그렇게도 외치시며 염원하셨던 평화, 통일, 사랑을 외면한 채 떠나신 고 김수환 추기경님은, 필경 주님의 나라에 이르러 간구하시며 떠난 것”이라고 애도했다.

전 사령관은 “전쟁의 여진을 막고, 이산가족의 한스런 눈물을 달래고, 고통 속에 신음하던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셨던 자애로운 모습, 정치 사회, 종교의 불신 속에서도 정의를 위해 중용의 도를 지켰고, 종교간 대화의 틈바구니에서도 화해의 기지를 보였던 그 모습은 이 땅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이제 고인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주님의 품으로 가셨다. 우리는 고인의 본을 받아 한 마음으로 살면서 진리를 바르게 행할 것”이라고 했다.